⊙ 1870년대 독일의 엔지니어 카를 폰 린데가 개발한 냉동기술로 대중화
⊙ 우유·크림·설탕이 주원료, 문헌상 최초의 아이스크림은 ‘셔벗’
⊙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 랩으로 밀폐시켜 놓으면 냉장고 냄새도 배지 않고 성에도 끼지 않아
이용재
⊙ 37세. 한양대 건축과 졸업. 미국 조지아 공대 건축학 석사.
⊙ tvs디자인(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근무-두바이 포함 해외 프로젝트 담당.
⊙ 저서: 《일상을 지나가다》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번역).
⊙ 우유·크림·설탕이 주원료, 문헌상 최초의 아이스크림은 ‘셔벗’
⊙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 랩으로 밀폐시켜 놓으면 냉장고 냄새도 배지 않고 성에도 끼지 않아
이용재
⊙ 37세. 한양대 건축과 졸업. 미국 조지아 공대 건축학 석사.
⊙ tvs디자인(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근무-두바이 포함 해외 프로젝트 담당.
⊙ 저서: 《일상을 지나가다》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번역).
이탈리아 남단의 시칠리아 섬, 특히 ‘팔레르모(Palermo)’는 아랍 세력의 통치 아래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가 되어 전성기를 누렸다. 이때 함께 유입된 아랍의 음료 ‘샤르바트(sharbat)’를 근처 에트나산 꼭대기의 만년설로 얼려 먹은 것이 아이스크림의 기원이라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 아랍인들이 시칠리아를 전진기지 삼아 인공 냉동기술을 발명했거나, 그도 아니면 마르코 폴로 이전에 중국에서 기술을 들여왔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이 모두는 그야말로 검증이 되지 않은 야사에 불과하다.
얼음에 소금을 뿌리면 그 녹는점이 낮아져 둘의 혼합물은 물이 어는 온도보다 더 차가운 곤죽 상태가 되고, 이는 전도를 통해 다른 액체를 얼릴 수 있게 된다. 이를 흡열효과(吸熱效果)라고 부르는데, 인공적인 냉동기술의 원시적인 형태다.
14세기 고대 인도의 설화집 《판차탄트라(Pancatantra)》가 흡열효과를 언급한 문건으로는 가장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를 아이스크림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셔벗(Sherbet·프랑스어로는 ‘소르베·Sorbet’)’이나 ‘그라니타(Granita)’에 활용했다는 기록은 1600년대 후반과 17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접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향수 때문인지 나무 들통에 얼음을 담아 소금을 뿌리고 손으로 돌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구형 제조기가 아직도 이용된다. 그에 걸맞게 아이스크림 제조를 위한 전용 소금 또한 수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다. 별식 가운데 별식이었던 아이스크림은 1870년대 독일의 엔지니어 카를 폰 린데(Carl von Linde)가 개발한 냉동기술로 얼음 저장의 부담을 덜어내어 대량생산의 기틀을 다졌고, 이후 1926년 냉동고의 출현으로 현대적인 생산공정에 돌입했다.
소금과 설탕 가미돼 영하 18℃에도 얼지 않아
아이스크림의 정수는 이견의 여지 없이 부드러움이다. 우리말로는 식감 또는 질감이라고 옮길 수 있는 ‘텍스처(texture)’야 말로 아이스크림의 생명이다.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아이스크림의 정사(正史)로, 두 갈래의 여정이 있다.
첫 번째 갈래는 재료의 역사다. 우유크림을 첨가함으로써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그 이름 또한 오늘날의 ‘아이스크림’이 되었다(얼린 크림, 즉 ‘Iced Cream’이 편의상 ‘Ice Cream’으로 정착되었는데 1672년 영국의 왕 찰스 2세의 판결문서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크림과 우유, 설탕 등의 주원료로 걸쭉한 액체인 아이스크림 ‘베이스(base)’를 만들어, 이를 얼리는 한편 저어서 공기를 불어넣으면 아이스크림이 된다. 이렇게 크림과 우유를 주원료로 삼는 아이스크림을 ‘필라델피아 스타일(Philadelphia Style)’로 분류한다. 여기에 달걀 노른자를 더하면 ‘커스터드(Custard)’가 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프랑스 스타일로 분류한다. 계란 노른자는 ‘레시틴(Lecithin)’이라는 유화제(乳化劑)를 함유하고 있어 수분과 유분이 섞이는 데 공헌한다.
아이스크림 정사의 두 번째 갈래는 현대 냉동기술을 포함한 제조기술의 역사다. 아이스크림 베이스는 얼면서 얼음 결정(結晶)을 형성하는데, 그 결정의 크기가 식감을 결정해 작을수록 아이스크림이 부드러워진다.
소금에 얼음을 더해 발생하는 흡열과정이 오늘날의 아이스크림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라고 언급했는데, 설탕 또한 같은 원리로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에 일조한다. 원액에 더한 설탕이 베이스의 어는 점을 낮추기 때문인데, 재료의 비율에 따라 다르지만 베이스에서 최대 5분의 1에 이르는 수분이 최저 영하 18℃에서도 얼지 않는다. 이 잔여 수분은 냉동과정에서 베이스를 저어 불어넣는 공기와 함께 아이스크림 조직 전체를 느슨하게 엮어 줌으로써 부드러움에 공헌한다.
젤라토는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로 얼려
액체질소로 아이스크림을 즉석 제조하는 장면. |
수치가 낮아질수록 밀도가 높아 아이스크림이 뻑뻑해지므로 오버런 수치가 높은 아이스크림이 좋을 것 같지만, 결국 공기를 먹는 셈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게다가 오버런 수치가 높은 아이스크림은 빨리 녹아 그만큼 맛의 여운 또한 짧다. 콘에 담아 숟가락으로 뜨지 않고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소프트 아이스크림(Soft Ice Cream)’은 오버런이 60% 정도다.
아이스크림 관련 각종 야사의 발현지 역할을 해서 그런지,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 문화는 음식 문화 측면에서 프랑스보다 훨씬 다채롭다. 대표 주자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젤라토(gelato)’다. ‘얼린(frozen)’이라는 의미의 젤라토는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낮은 유지방과 이를 상쇄하기 위한 높은 설탕의 비율, 20~35%에 이를 정도로 낮은 오버런으로 인한 높은 밀도가 특징이다. 계란 노른자는 종류에 따라 넣거나 넣지 않는데, 가끔 이 문제를 놓고 젤라토의 정통성에 관한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젤라토가 완전히 얼린 상태임을 의미한다면, 이름 그대로 반만 얼려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인 아이스크림도 있다. 바로 ‘세미프레도(semifreddo)’다. 위에서 언급한 아이스크림의 원형 가운데 하나인 ‘그라니타’는 아이스크림과 달리 서걱서걱하게 얼음 알갱이를 살리는 것이 매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단하게 얼려야 하므로 유지방을 첨가하지 않은 과일주스 등을 주원료로 쓰고, 와인(13도 전후)보다 높은 도수의 주류를 쓰지 않는다.
그대로 두면 단단하게 덩어리 지는 액체를 넓적한 그릇에 담아 30분마다 포크로 긁고 섞어 주면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덩어리째 얼려 기계로 갈아 만들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우리가 즐겨 먹는 빙수나,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쭈쭈바’와 비슷해진다.
‘소르베’ ‘파르페’ ‘쿨피’ ‘팔루데’
프랑스에서도 얼음을 의미하는 ‘글라세(Glace)’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커스터드 또는 영국식 크림이라는 의미의 ‘크림 앙글레즈(Creme anglaise)’를 바탕으로 만들며, 유지방을 더하지 않았을 경우 ‘소르베’라고 부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파르페(Parfait)’는 높고 좁은 잔에 생크림이며 음료, 과일 등을 켜켜이 담고 일본식 모형 우산을 꽂아 만든다. 파르페는 같은 재료로 만들되 공기를 불어넣지 않고 얼린 단단한 아이스크림을 의미한다.
‘쿨피(Kulfi)’는 인도를 비롯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 남아시아 지역 아이스크림이다. 우유를 천천히 졸여 만든 연유(煉乳)가 원료인데, 틀에 넣어 굳히므로 프랑스의 파르페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하드’로 통칭하는 ‘○○바’류의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 아랍의 디저트 ‘팔루데(Faloodeh)’ 또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가는 당면에 설탕과 장미수의 시럽을 섞어 얼린, 아이스크림의 시초 격이다.
제조 후 관리 위해 첨가제 투여
아이스크림 제조는 간략하게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먼저 재료를 섞어 유제품이나 계란이 끓지 않을 정도(77℃ 전후)로 익힌 다음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급속하게 식혀 베이스를 만든다. 그런 다음 아주 차가운 베이스를 회전과 냉각이 동시에 가능한 제조기에 넣는데, 보통 ‘배치 프리저(Batch Freezer)’라는 명칭의 기계를 사용한다.
약 20L 전후의 용량을 한 번에 만들 수 있으며, 자체 냉각시설이 붙어 있어 연속 제조가 가능해 붙은 이름이다. 원액이 아이스크림이 되는 데는 3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제조기를 거친 아이스크림은 반드시 완전 냉동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마지막 단계인 냉동 과정 또한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빨리 온도를 낮추지 않을 경우 제조 과정에서 생긴 얼음 결정이 커지고, 서로 달라붙어 서걱거리기 시작한다. 유지방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지나치게 서걱거린다면 제조 후 관리를 잘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조직의 상태가 아이스크림의 상품성을 좌우하므로 기계만큼이나 첨가제의 비중 또한 높아지고 있다. 수퍼마켓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무작위로 집어들어 원료 목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로커스트 콩검(Locust Bean Gum) 등 ‘○○검’으로 끝나는 이름의 첨가제를 찾아볼 수 있다. 씹는 ‘껌’을 생각해 보면 이들 첨가제의 물성과 그로 인한 역할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들을 한데 묶어 ‘증점제(增粘劑)’라고 부는데, 식감을 향상시키는 한편 배송 및 납품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도 변화 등에 조직이 최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증점제의 힘을 빌리면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온도는 올라가되 액체가 되어 흐르지 않고 부피를 유지해 녹지 않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물성이 달라 섞이지 않는 액체를 섞이도록 만드는 유화제도 아이스크림 제조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처럼 계란 노른자를 쓸 경우 함유된 레시틴이 이 역할을 하지만 대두(大豆) 등에서 추출한 대체품이 많이 쓰이고 있는 현실이다.
베이스 제조→냉동 및 회전→재냉동 과정으로 가정에서도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예상외로 번거롭지 않은 과정이지만 베이스를 만든 다음 최소 여덟 시간 냉장, 온도를 낮춰야 하므로 하루 이상이 걸린다.
가정에서 만들 땐 하루 이상 걸려
가정용 제조기로 만든 초콜릿 아이스크림. 반드시 재냉동 과정을 거쳐야 한다. |
기계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냉매를 얼리는 방식으로는 평균 약 1L 분량의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데, 아이스크림을 한 번 만든 다음 적어도 24시간 동안 다시 통을 완전히 얼려야 하므로 연속해서 만들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 아이스크림을 매일 만들 일이 거의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배치 프리저’처럼 자체 콤프레서를 갖춰 연속 사용이 가능한 제품도 있지만 가격대가 최저 10만원 중반이며 자주 만들어 먹지 않는 가정에서는 그다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어떠한 제조기를 쓰더라도 냉동실에서 완전히 얼리는 과정을 거쳐야만 아이스크림이 완성된다.
아이스크림은 어떤 상태로 먹어도 맛있지만 따뜻한 음식과 마찬가지로 맛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냉동실에서 잠시 꺼내 두었다 먹는 게 좋다. 온도가 조금 올라간 상태에서 먹어야 혀가 마비되지 않아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또한 수분이 녹으면서 액체 상태로 변해 부드러움을 배가(倍加)시킨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보관하는 탓에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은 아이스크림 보관에 이상적인 공간은 아니다. 작은 팁이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을 다음번까지 비교적 무사하게 지켜 줄 수 있다. 대개 통에 든 아이스크림을 작은 그릇에 퍼 담아 먹는데, 먹다 남은 통에 랩을 밀착시키기만 하면 된다. 냉동실 특유의 냄새가 배는 것은 물론, 먹다 남은 부분이 마르고 성에가 끼는 것 또한 막아 준다. ⊙
파코젯. |
2011년 가을, 동부의 뉴욕과 더불어 미국의 양대 미식 도시인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액체질소를 이용한 즉석 아이스크림을 먹어 볼 기회가 있었다. 주문과 동시에 베이스를 기계에 붓고 저어서 공기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액체질소를 직접 부어 냉각하는 방식이었다. 통상적인 방식으로 만든 아이스크림보다 밀도가 높으면서도 부드러운 것은 물론, 신선한 느낌을 줄 정도로 속속들이 차가운 온도가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높은 밀도와 부드러움을 겸비(兼備)하는 것이 아이스크림의 지상과제인데, 이를 위해 세계의 많은 레스토랑이 ‘파코젯(Pacojet)’이라는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다. 파코젯은 스위스 태생의 엔지니어 빌헬름 모러(Wilhelm Maurer)가 브라질 체류 시절 발명한 기계에서 비롯되었다. 모러의 목표는 가정용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제조기였으나 투자비용의 상승으로 계획이 무산되었다. 이후 손에 쥐고 돌리는 드릴(handheld drill)의 투자자들이 사들인 기술을 바탕으로 ‘파코젯 AG’라는 회사를 설립하였고, 1990년대 초반부터 생산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공기를 불어넣기도 하지만, 파코젯의 아이스크림 제조 기본원리는 연마(硏磨)다. 영하 22℃ 이하의 온도에서 아주 단단하게 얼린 원액을, 2000rpm의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칼날이 2㎛의 초미세 입자로 갈아 낸다. 그 결과 통상적인 기계로는 얻기가 불가능할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밀도가 높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낸다.
파코젯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떠 씨앗 형태로 만드는 장면. |
500만원 이상의 높은 가격과 애프터서비스의 어려움이 장애요인이지만, 가정용 믹서보다 작은 크기에 뛰어난 결과물로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파코젯을 쓰고 있다.
압구정동의 디저트 카페 ‘디저트리(Desertree, 02-518-3852, 신사동 시네시티 근처)’에서 파코젯을 사용한 아이스크림과 셔벗을 여러 종류 맛볼 수 있다. 디저트리는 디저트를 단품 요리처럼 접시에 담아 내는 ‘플레이팅 디저트(Plating Dessert)’ 전문으로, 거품을 낸 계란 흰자 ‘머랭(meringue)’을 섞어 오븐에 구우면 부풀어 오르는 ‘수플레(Souffle)’ 등 고전적인 프랑스 디저트에 과일의 상큼함을 더한 메뉴를 선보인다.
단품 디저트 1만2000원, 차와 작은 곁들이 케이크 모둠인 ‘프티 푸르(Petit Four)’를 순차적으로 내는 디저트 코스가 1만8000원이다. 대여섯 종류의 아이스크림만 4000원에 따로 맛볼 수도 있다.
2011년 가을, 동부의 뉴욕과 더불어 미국의 양대 미식 도시인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액체질소를 이용한 즉석 아이스크림을 먹어 볼 기회가 있었다. 주문과 동시에 베이스를 기계에 붓고 저어서 공기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액체질소를 직접 부어 냉각하는 방식이었다. 통상적인 방식으로 만든 아이스크림보다 밀도가 높으면서도 부드러운 것은 물론, 신선한 느낌을 줄 정도로 속속들이 차가운 온도가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높은 밀도와 부드러움을 겸비(兼備)하는 것이 아이스크림의 지상과제인데, 이를 위해 세계의 많은 레스토랑이 ‘파코젯(Pacojet)’이라는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다. 파코젯은 스위스 태생의 엔지니어 빌헬름 모러(Wilhelm Maurer)가 브라질 체류 시절 발명한 기계에서 비롯되었다. 모러의 목표는 가정용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제조기였으나 투자비용의 상승으로 계획이 무산되었다. 이후 손에 쥐고 돌리는 드릴(handheld drill)의 투자자들이 사들인 기술을 바탕으로 ‘파코젯 AG’라는 회사를 설립하였고, 1990년대 초반부터 생산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공기를 불어넣기도 하지만, 파코젯의 아이스크림 제조 기본원리는 연마(硏磨)다. 영하 22℃ 이하의 온도에서 아주 단단하게 얼린 원액을, 2000rpm의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칼날이 2㎛의 초미세 입자로 갈아 낸다. 그 결과 통상적인 기계로는 얻기가 불가능할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밀도가 높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낸다.
500만원 이상의 높은 가격과 애프터서비스의 어려움이 장애요인이지만, 가정용 믹서보다 작은 크기에 뛰어난 결과물로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파코젯을 쓰고 있다. 압구정동의 디저트 카페 ‘디저트리(Desertree, 02-518-3852, 신사동 시네시티 근처)’에서 파코젯을 사용한 아이스크림과 셔벗을 여러 종류 맛볼 수 있다. 디저트리는 디저트를 단품 요리처럼 접시에 담아 내는 ‘플레이팅 디저트(Plating Dessert)’ 전문으로, 거품을 낸 계란 흰자 ‘머랭(meringue)’을 섞어 오븐에 구우면 부풀어 오르는 ‘수플레(Souffle)’ 등 고전적인 프랑스 디저트에 과일의 상큼함을 더한 메뉴를 선보인다. 단품 디저트 1만2000원, 차와 작은 곁들이 케이크 모둠인 ‘프티 푸르(Petit Four)’를 순차적으로 내는 디저트 코스가 1만8000원이다. 대여섯 종류의 아이스크림만 4000원에 따로 맛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