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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끄적끄적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승복이
각 방송사들의 '연장 방송' 논의가 한창이다. 이미 연장이 된 작품도 있고, 연장이 논의 되고 있는 작품도 있는데 요즘 방송사들의 움직임을 보면 연장 문제가 비단 '늘이고 줄이는' 수준에서 끝나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연장 문제는 곧 방송사간 시청률 패권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편성 전략' 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SBS 가 <내 남자의 여자> 를 '연장' 시켜야만 하는 이유
최근 흥행 드라마의 기준인 시청률 30%를 무난히 통과한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의 연장 여부는 방송가 초미의 관심사다. 애시당초 이 드라마가 기획 된 것은 24부작이지만 SBS 측에서는 많으면 6회, 적어도 4회 정도는 연장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상황. 제작 본부장까지 팔을 걷어 부칠 정도로 연장에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계획대로라면 <내 남자의 여자> 종영은 6월 19일이다. 총 18회 분이 방영됐고 이제 3주만을 남겨 놓은 상황인데 문제는 그 다음 주인 6월 25일에 MBC의 거대 프로젝트 <태왕사신기> 가 방영 된다는 것이다. 배용준, 문소리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김종학-송지나 콤비가 컴백을 한 이 작품이 방영되면 상대적으로 SBS 가 시청률 싸움에서 불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즉, SBS 는 적어도 2주 정도 <내 남자의 여자> 를 연장시킴으로써 <태왕사신기> 첫방을 '물 먹이겠다' 는 작전인 것. <태왕사신기> 같은 작품은 첫 방 시청률이 못해도 20% 가까이는 나와야 정상인데 <내 남자의 여자> 가 연장에 돌입하고 그 시간대를 장악하고 있으면 10% 초반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SBS 로서는 <내 남자의 여자> 로 <태왕사신기> 의 김을 빼 놓고 <강남엄마 따라잡기> 로 바통 터치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인 것이다.
<주몽> 이 후, 근 1년여간의 수모를 겪어 온 SBS가 이렇게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자 긴장하는 것은 당연히 MBC다. MBC가 <히트> 의 종영과 함께 바로 방영 되야했던 <태왕사신기> 를 6월 25일 방영으로 늦춘 것은 다분히 <내 남자의 여자> 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컸다. 게다가 <내 남자의 여자> 종영과 함께 <태왕사신기> 가 시작한다는 것도 MBC의 편성 전략으로 비롯된 '우연' 아닌 '필연' 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내 남자의 여자> 가 연장을 한다면 MBC 의 편성 전략은 일정 부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300억이 든 거대 프로젝트인 <태왕사신기> 가 첫방부터 '물을 먹는다' 는 것은 MBC 로서 상상하기도 싫은 일. MBC는 <내 남자의 여자> 의 연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략상 후퇴' 까지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남자의 여자> 의 연장은 실질적으로 가능할까.
보통의 관례대로라면 드라마의 연장은 방송사가 제작진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합의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상대가 유명 작가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몽> 의 연장문제를 두고 집필작가인 최완규의 완강한 거부 때문에 MBC가 속을 태웠던 것과 같이 <내 남자의 여자> 역시 집필작가인 김수현이 "쓸 것이 없다." 며 SBS의 애를 태우고 있다.
SBS 가 조심스럽게 연장 문제를 끌고 나오자 "쓸 것이 없다. 줄였으면 줄였지 더 이상 늘일 수는 없다." 고 가장 먼저 딱 잘라 말한 것이 김수현이다. SBS는 제작 본부장 뿐 아니라 부사장까지 나서고 있지만 김수현의 대답은 여전히 'NO' 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니시리즈 같은 경우 연장을 한 일이 거의 없는 김수현의 관행을 볼 때 <내 남자의 여자> 연장여부는 불투명하다.
결국 SBS는 이번 주 내로 김수현과 '담판' 을 짓고 연장여부를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김수현의 대본이 항상 2주 정도 먼저 나오기 때문에 이번 주 안에는 결정을 지어야 그 다음 대책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SBS 는 김수현의 OK 를 받아낼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MBC 의 후속 대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 질 것인가.
그야말로 '피 말리는' 월화드라마 시장이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
<내 남자의 여자> 의 연장으로 초조해 하는 MBC지만 <나쁜여자 착한여자> 와 <거침없이 하이킥> 을 무리하게 연장한 것으로 볼 때 MBC도 남 흉 볼 처지는 못 된다. <굳세어라 금순아> 이 후, 일일드라마가 꾸준히 실패하자 MBC가 내 놓은 카드는 바로 드라마와 시트콤으로 이어지는 파격적 구성이었다. 이로써 <나착녀> 와 <하이킥> 이 빛을 보게 된 것인데 7월 중순이 되면 다시 예전 8시 15분 일일드라마 편성으로 돌아가게 된다.
원래 계획은 <나쁜여자 착한여자> 와 <거침없이 하이킥> 이 종영한다고 해도 드라마-시트콤으로 이어지는 편성표는 그대로 유지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기 작가' 임성한이 MBC 일일드라마에 컴백 신호를 보내면서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임성한이 컴백한다면 MBC 로서는 KBS 일일드라마를 피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오히려 KBS 일일드라마와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임성한 드라마' 를 통해 일일 드라마를 장시간 장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결국 MBC 가 선택한 것은 <나쁜여자 착한여자> 와 <거침없이 하이킥> 의 종영 시점을 한데로 묶어버리는 것이었고 그로써 무리한 연장방송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MBC 가 이를 갈며 기다리는 이른바 '7월 빅뱅' 은 이처럼 김종학-송지나의 <태왕사신기> 와 임성한의 차기작에 힘입은 바가 크다. MBC 일일극의 분주한 움직임에 이번엔 KBS 가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KBS는 조용히 <하늘만큼 땅만큼> 의 연장을 논의하고 있는데 시청률이 30%에 육박하고 있고, 대체적으로 신인 연기자들이 중심이기 때문에 연장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언제 '연장' 을 터뜨릴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임성한의 컴백 시기에 맞춰 연장을 터뜨려야만 MBC 의 기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이 KBS 의 생각일텐데 아직 조용한 것은 내부적으로 시기를 보고 있거나 아니면 임성한 드라마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후속책이 마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일일극' 패권을 둔 KBS 와 MBC 의 기싸움은 하루 이틀이 아닌, 이제는 '전통' 이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7월 빅뱅' 누가 승리할까.
방송가에서 7월은 '기회의 달' 이다. SBS 로서는 <내 남자의 여자><강남엄마 따라잡기> 로 월화 드라마의 패권을 쥐고 <쩐의 전쟁> 으로 몰아 부칠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MBC는 <태왕사신기> 와 <아현동마님> 으로 월화드라마와 일일드라마를 동시에 설욕할 수 있는 기회다. KBS 는 조용히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 패권을 놓지 않음으로써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실현해 나가야한다.
7월에 다가오는 '드라마 전쟁' 을 맞아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각 방송사의 연장 문제는 상대방의 전략을 간파하기 위한 피말리는 편성 전략 중 하나다. 과연 '7월 빅뱅' 에서 그 누가 승리할까. 각 방송사의 움직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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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끄적끄적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승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