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으면서 큰 은혜를 받았어요. 종교적인 글은 아니지만 맘의
양식이 되는 글이에요.
■ 책 속으로
다만 여행의 가장 큰 아니 유일한 수확은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적인,
구체적인 목표를 찾아 헤매는 대신 내부적인, 개인적인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몸이 굽으니 절로 구부러지는 파스칼의 그림자처럼 불행의 원인은 늘
내 정신세계 속에 존재했다.
외부에서 내 젊음을 연소시킬 굵은 뜻을 발견하려는 것은 모자란 생각이었으며 어떤 유형적인 대상에 내 인생을 거는 것 또한 헛된 일이었다.
불행은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이었으며 내 마음만이 그것을 치료할 수
있었다.
나는 예전의 한치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평화를 기다려야 했다. 멀지 않아 내 삶은 다시 새로이 설정된 야망에 의해 뒤흔들릴 것이며, 그
같은 흥분 속에서 나는 모순적인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기다려야 했다.
강인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새로운 도약의 때를 기다려야 했다. 나의
태양은 다시 떠오르기 위해 진다
-로버트 브라우닝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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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학년 2학기말 나는 저멀리 목적지에 휘날리는 깃발을 발견이라도 한것처럼 흥분했고 초조해했다
나에게 배우면서 행할 뛰면서 생각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내 이상을 하루하루 재정립하던 그때 더 이상의 지체란 있을수 없었다
모든 변혁과 진보에는 그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바람도 조류도 우리와 항상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위험하고 어두운 바다의 항로또한 맑을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닻을 올렸으며 수평선은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조류를
바꾸기 위해서.
--- p.223.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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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현실은 내게 더 이상의 감상을 허용하지 않았다.
초우트에서의 첫학기에 내가 택한 과목은 수학 불어 역사였다.
수학은 물론 한국 학생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쉽세 에이를 받을 수 있엇다. 문제는 역사와 영어 그중에서도 영어였가.
거의 밤을 세워가며 악착같이 공부하고 리포트 표지에 정성스럽게 장식까지 해서 제출했는데도 중간 고사 결과는 시플러스가 나왔다.
비 이하의 학점이 하나라고 있으면 하버드 입학이 불가능하다는데 첫학기부터 씨라니...ㅎ가기말 시험을 잘 봐서 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던 쓸쓸한 새벽.
나는 언제나처럼 책상앞에 앉아 있었다. 책상위에 펼쳐놓은 교과서는
호머의 오디세이.
어둠보다도 더 두터운 시간의 정적 속에서 나의 시선은 책장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움직임이라고는 책장을 넘기는 조용한 손놀림.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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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스로 넘어졌다고 인정하기 전에는 넘어진 것이 아니라는 나의 믿음-끊임없이 걷고 뛰며, 숨쉴틈없이 배우고 고뇌하고 깨달으며,
삶의 대부분을 미완성의 모습으로 보내진 않으리라
삶의 순간순간을 살아숨쉬며 나의 젊음을 지키고자 한다 생과 인간을
사랑하고 고뇌하며 신이 부여한 생명의 영광을 남김없이 들이키기 위함이다
자, 이것이 내가 도전하는 삶의 모습일진대,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침묵으로 계속 지켜봐주심이 어떨는지
1993년 여름
케임브리지에서
---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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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기 얼마 전 어느 일요일 오후에 저는 외딴 시골에 간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한 노인이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귀에 대고 논둑길 위를 걷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노인은 라디오를 통해 뉴스와 음악을 들으면서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는 외딴 시골에 있으면서도 라디오를 들으면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라디오는 그 노인에게 외부세계와 자신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의
통로와도 같았기 때문에 그는 라디오를 들을 때마다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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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십니까?'
그 순간 나는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한국말을 하고 있고 지극히 한국적으로 생긴 나를 그가 미국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물었을 리는 없었다.
그는 오만하고 생각없는 태도와 내 팔뚝에 달린 (당시로서는) 비애국적인 견장인 NBC 마크를 보고 그렇게 물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난
허를 찔린 것만 같았다.
'그렇습니다'
조그만 목소리로 겨우 답하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는 이윽고
차분하게 말했다.
'데모는 안 날 겁니다'
--- p.14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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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처음 보는 동양아이를 이모저모 뜯어보던 서양아이들이 '와'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곧 교실은 수군대는 속삭임으로 소란스러워졌다.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를 꽉 물었다. 뱃속 저 깊은데서부터 뭔가 뜨거운 게 불끈불끈 치밀어오는 게 느껴졌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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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꿈 하나에 매달려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간다.
즉 나는 내가 꾸는 꿈에 의해 존재한다.
스스로 남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것은 교만이지만, 남보다 뛰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야망이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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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꿈 하나에 매달려 왔고 지금도 살아간다.
즉 나는 내가 꾸는 꿈에 의해 존재한다.
스스로 남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것은 교만이지만, 남보다 뛰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야망이다.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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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내 젊음을 연소시킬 굵은 뜻을 발견하려는 것은 모자란 생각이었으며 어떤 유형적인 대상에 내 인생을 거는 것 또한 헛된 일이었다.
불행은 내마음이 만드는 것이었으며 내마음만이 그것을 치료할 수 있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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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으로 곁을 지키는 펜과 같은 벗을 가졌다면 이백의 시를 접고 법정 스님의 글을 읽는다.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성품이라 했던가, 이 흉폭한 세상에 대한 스님의
청명한 애정이 퇴색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눈이 내리면 따뜻한 아랫목과 아늑한 추억, 정담을 주고 받는 연인의
배려에 감사하는 자연스런 인심이리라 온통 희어서 검고, 밝아서 적막하다,
썰렁한 방과 타향 특유의 쓸쓸한 냄새, 퍼붓는 폭설이 고립감을 부추긴다.
멀거니 앉아 았는 내게 시간은 버림받아 내던져진 작은 인형인듯, 찰나에 매몰되는 감상의 결집에 혹 신이 나를 시험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을 갖는다.
문제 해결은 곧 문제를 정립하는 일이라는 누군가의 충고 누구나 겪는 평범한 고민들로 채운 하루, 아무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는 내 차가움, 이 모든 것이 나를 안타깝게 한다. 177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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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난 그분을 떠올릴 때마다 나의 삶을 나누어 살아가는 또 하나의 자아를 발견한다
꿈과 이념을 나누고 같은 방향으로 전진하는 나의 다은 한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p. 278)
아버지는 크고 남성적인 스케일을 갖고 계신 분이다 (--- p. 279)
--- p.
그날 나는 천 개의 눈을 가졌다는 버딜론의 밤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살아가는 한 순간 한 순간 어느 누구도 어떤 경험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눈부시고 당당하게 나의 삶을 사라가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세상 구석구석까지 날아보고, 삶의 정상에도 올라보며 항상 꿈과 낭만을 잃지 않고 살아가리라고 다짐했다.
--- p. 66
꿈은 생명보다 소중하다
생명을 잃음은 육체의 죽음이지만 꿈을 잃음은 내 영혼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삶은 꿈의 아름다움을 믿고 내일을 향해 질주하는 자의 것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꿈을 꾼다
그것은 사람 위에 서고 싶은 꿈이 아니다
사람과 함께 사람을 위해 사람의 역사를 이룩하고픈 꿈이다
그 꿈은 제 2의 누가 되고 싶은 꿈이 아니다
나의 삶을 사랑하고 내게 주어진 삶과 역사에 대한 독특한 의무를 이행하고픈 꿈이다
그 꿈은 무엇이 되느냐보다는 무엇을 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하느냐를 고민하는 꿈이다
결과의 꿈이 아니,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꿈, 가시적인 완벽이 아닌,
내면의 완벽을 추구하는 꿈인 것이다
--- p. 304
고민이란 삶이 동반하는 고문이 아님을 안다
죽음과 고통이 어둡게 느껴짐은 삶과 행복을 향한 희망이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닌가 빛속에서만 살아가고 싶지도, 살아갈 수도 없는 것, 빛을 간직하고 빛을 좇으며 살아가면 되는것이다
나태와 위선의 고단함을 잊는다
좀더 가득한 의미이기 위해 고민의 젊음을 택했던 것을, 그 고통에 못
이겨 망각의 유혹에 순응한다면 그 또한 내 영혼의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아물거리는 두 눈 살며시 감았다가 떠보면 고독은 이미 추억으로 화했을 뿐인데..
--- p.240
삶의 순가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며 이세상 가장 높은 곳까지 다 날아보겠다.
별이 쏟아지는 밤, 내가 살아있음이 내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것이
한없이 고마웠다. 활짝 핀 꽃보다 약속에 찬 봉오리가 더 아름답다.
우리의 후손이 인류와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우리는 멈추지 않고 전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