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의학 이야기] 위플래쉬
지휘자·심장내과의 ˝박자 맞춰”
심장박동 정상 리듬 잃는 부정맥 - 악성일 땐 심장마비로 사망 위험
평소 ‘건강 리듬’ 관리·유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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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리듬에서부터 생리주기까지 우리 몸은 리듬에 의해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심장의 리듬은 생명과 직결돼 관심만 가지면 쉽게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데 우리 몸에 생기는 이상 리듬은 일찌감치 과감하게 솎아내는 것이 좋다. 사진은 영화 ‘위플래쉬’의 장면들.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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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사제 관계가 이어지고 누구를 사사했는지를 프로필의 중요한 포인트로 삼는 분야가 음악입니다. 그래서 연주를 통해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야하는 연주자들에게 자기의 개성을 살린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인 오케스트라가 있습니다. 재즈라는 장르는 연주자의 즉흥 연주가 가장 특색 있는 분야인데, 재즈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와 악보에 근거한 통제를 받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통제와 절제 속에서 탄생하는 쿨한 음악은 재즈 오케스트라의 매력이지만 느슨하고 불규칙한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강력한 카리스마의 지휘자가 통제하는 재즈 오케스트라. 그 내부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영화 ‘위플래시’는 이러한 긴장의 씨앗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뉴욕의 명문 음악학교 셰이퍼의 신입생 앤드루(마일즈 텔러)는 드럼을 치다가 학교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스튜디오 밴드를 이끄는 플레처 교수(J. K. 시몬스)의 눈에 띄게 됩니다. 그는 완벽한 오케스트라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을 끊임없이 압박하는 악마 같은 폭군입니다. “최고의 연주자가 되기 위해선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 플레처 교수의 지론입니다. 마치 파우스트처럼, 앤드루는 플레처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와의 위험한 거래를 시작합니다.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플레처의 지독한 교육 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루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 둘의 갈등은 깊어갑니다. 영화 ‘위플래쉬’는 신입생 앤드루와 플레처 교수의 천재를 향한 광기 어린 대결이 그 중심입니다. 최고의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 그리고 그 한계를 뛰어넘기를 바라며 그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선생의 이야기는 재즈곡이자 영화의 제목인 ‘위플래쉬(Whiplash)’의 원뜻인 ‘채찍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87회 아카데미의 남우조연상이 J. K. 시몬스에게 안기는 장면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위플래쉬’를 본 순간, 이 영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음악 영화와는 다릅니다. 특히 마지막 10여 분의 신들린 연주와 예상치 못한 반전은 이 영화의 백미이며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전작인 ‘그랜드 피아노’에서 그 조짐이 시작된 예컨대 ‘음악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가 영화 ‘위플래쉬’를 통해 완성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위플래쉬’ 속의 플레처 교수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그 정도면 됐어(good job)’입니다. 적당히 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완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원하는 빠르기의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이처럼 틀린 박자를 싫어하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바로 심장내과 의사들입니다.
심장내과 의사들 중에 특히 부정맥을 다루는 의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틀린 박자입니다. 우리 몸을 오케스트라라고 한다면 박자를 맞추는 드럼 파트는 심장에 있는 동방 결절(sinoatrial nod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발생된 전기 자극은 자극 전도 조직을 통해 심근 세포로 전달돼 심장 박동이 이뤄지게 됩니다. 그 박동은 1분에 60~100회 정도의 심장의 수축과 확장으로 이어져 온 몸에 피가 돌게 합니다.
만약 심장에서 전기 자극이 잘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자극의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규칙적인 수축이 계속되지 못해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혹은 불규칙해지는데 이를 부정맥이라고 합니다. 그 원인은 알코올이나 카페인 등의 약물에 의한 것도 있지만 심근경색이나 갑상선 항진증 등의 질병에 의한 경우도 있습니다.
부정맥의 증상은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이 두근거림으로 느껴지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혈액을 뿜어내는 심장의 능력이 저하돼 혈류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호흡곤란·현기증·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실 무수축, 심실빈맥, 심실세동과 같은 악성 부정맥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심장 기능이 완전히 마비돼 곧바로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공공장소에 비치돼 있는 심실 제세동기가 필요한 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심실세동 등의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AED라는 빨간 박스를 찾아 환자에게 연결하는 것이 제일 빠른 치료입니다. AED는 Automated Extenal Defibrillator의 약자로 한 번쯤은 그 작동 방법을 유심히 보아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심장에 비정상적인 자극 생성으로 비정상적인 박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전극 도자 절제술이라는 방법으로 심장에서 부정맥이 발생하는 부위를 고주파 같은 것으로 절제하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자주 틀리는 드러머를 쫓아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과적인 방법으로 가슴을 열어 비정상 박동 부위를 잘라냈지만 최근에는 혈관 촬영술이 발전하면서 혈관을 통한 카테터로 이상 박동 부위까지 도달해 고주파로 치료하게 됩니다.
리듬은 우리 몸에서 제일 중요한 생리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 리듬에서부터 생리주기까지 우리 몸은 리듬에 의해 움직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심장의 리듬은 생명과 직결되며 관심만 가지면 쉽게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마치 플레처 교수처럼 우리 몸에 생기는 이상 리듬은 일찌감치 과감하게 솎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건강한,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비결일 것입니다.
척추전문 나누리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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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