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31 (금) 허웅의 초강력 마무리… DB KBL 최초 4R 전승
원주 DB의 무서운 기세는 멈출 줄 모른다. 4라운드 전승은 프로농구 최초 기록 달성이다. DB는 1월 3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에 81-77로 승리했다. 경기 내내 양팀이 뜨거운 접전을 펼쳤는데, 76-77로 밀리던 경기 종료 직전 터진 허웅의 결정적인 3점포와 쐐기 레이업슛에 힘입어 81-77로 감격의 승리를 일궈냈다.
허웅은 경기 막판 대활약을 포함, 16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DB에 많은 게 걸린 경기였다. DB는 2020년 새해가 밝은 뒤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4라운드 시작부터 승리. 그리고 8연승을 질주했다. 현대모비스마저 꺾으면 4라운드 전승으로 9연승이었다. 그렇게 되면 안양 KGC인삼공사와 공동 1위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4라운드 전승은 KBL 출범 후 처음 나오는 기록이었다.
그동안 라운드 전승은 총 7차례 나왔었는데, 모두 시즌 마지막은 5라운드와 6라운드에만 나왔었다. 결국 DB가 현대모비스를 꺾고 이번 시즌 첫 라운드 전승팀이 됐다. DB의 라운드 전승 기록은 역대 두 번째다. 2011~2012 시즌 동부산성으로 막강함을 과시하던 시절 5라운드 전승을 기록했었다. 또 DB는 9연승을 달리며 자신들의 13연승 기록에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됐다.
지난 2017~18시즌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이상범 감독이 디온테 버튼을 데리고 13연승 기록을 달성했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시즌이다. DB는 두경민이 상무에서 전역한 후 팀에 합류한 후 팀이 한층 더 강력해졌다. 2년 전 분위기와 비슷한 최근이다. 한편, DB의 선두 싸움과 연승 행진은 이번 주말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2월 1일 서울 SK, 2월 2일 KGC인삼공사와 연달아 맞붙는다. SK는 DB, KGC와 1경기차 3위를 달리고 있다.
농구를 잘하니… 우한 폐렴에도 뜨거운 원주
최근 겨울철 실내 프로 스포츠는 걱정이 태산이다. 중국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관중 급감이 예상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데,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실내 체육관을 방문하는 일 자체가 꺼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 삼성과 부산 KT의 경기가 열린 1월 29일 잠실실내체육관에는 관중 1000명을 겨우 넘겼다. 1월 30일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홈경기를 치르는 원주 DB도 노심초사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원주팬들이 농구장을 찾았다. 예매만 1500여장이 됐고,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한 관중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총 204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구단이 집계한 평일 홈경기 평균 관중수와 비교하면 500여명 줄어들었지만 현재 바이러스에 대한 전국민적 걱정이 최고조로 달해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DB의 9연승, 4라운드 전승 기록이 걸린 경기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무섭지만, 대기록 작성을 노리는 DB 농구를 보고싶은 원주팬들의 열정이 더 뜨거웠다.
구단도 팬들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 관중들이 입장하는 출입구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의료진이 일일이 관중들의 체온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전 관중에게 마스크도 배포했다. 경기장 안내를 하는 스태프들에게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시켰다. 또 만일의 일에 대비해 선수단과의 기념 사진 촬영, 응원 단상 인터뷰 등이 이벤트를 모두 취소했다. 팬서비스도 좋지만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원주 DB 4R 전승… 10점 열세는 가볍게 극복
DB 이상범 감독은 1월 30일 현대모비스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비 시즌에는 6명이었는데, 김영훈까지 들어오면 18명이다"라고 했다. 이상범 감독은 본래 치밀한 선수 로테이션을 구사한다. 가용인원이 풍부하니 개개인의 기용시간을 20~25분으로 자른다. DB는 이날 전까지 4라운드서 8전 전승했다. 시즌 초반 부상자 속출로 과부하가 걸린 김태술을 쉬게 했으나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민구의 출전시간도 크게 줄였다.
그러나 두경민이 전역했고, 허웅과 김현호가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가드진 운용에 숨통을 텄다. 덕분에 이상범 감독은 KGC 시절에 사용했던 프레스를 적절히 활용, 수비전과 업템포 농구로 재미를 본다. 프레스는 지역방어 형태의 프레스와 맨투맨 프레스를 섞는다. 프레스 이후 이어지는 2-3, 3-2를 변형한 매치업 존도 상당히 끈끈하다. 개개인의 출전시간이 길지 않으니, 에너지를 100% 쏟는다. 가드진과 포워드는 앞선에서의 압박만 책임지고, 뒷선은 치나누 오누아쿠~김종규~윤호영이 책임진다.
이상범 감독은 "오누아쿠와 윤호영의 지역방어 센스가 기가 막힌다"라고 했다. 외국선수가 지역방어 이해도가 높은 건 의외다. 그러나 오누아쿠가 중심을 잡으니 김종규마저 수비응집력이 올라가는 호재를 누린다. 현대모비스의 1쿼터 공격이 잘 풀렸다. 양동근과 함지훈은 나이를 많이 먹었지만, 경험과 센스는 여전하다. 기브&고 등 간단한 세트플레이로 점수를 만들었다. 박지훈과 김국찬의 외곽포까지 곁들여 1쿼터에만 30득점. 반면 DB는 실책이 잦았다. 1쿼터에만 10점 열세.
현재 리그에서 전력이 가장 강한 DB에 10점 열세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일단 지역방어로 실마리를 풀었다. 현대모비스는 스크린과 패스로 지역방어 어택을 잘 하는 편이다. 그러나 2쿼터에는 고전했다. 스크린에 걸릴 때 재빨리 로테이션하는 움직임이 좋았다. 칼렙 그린이 A형 독감으로 확실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DB는 2쿼터 수비전으로 1쿼터 열세를 지웠다. 3~4쿼터는 대접전. DB는 두경민이 특유의 업템포 농구를 이끌며 흐름을 바꿨다. 올 시즌 두경민은 예전의 두경민이 아니다. 이상범 감독은 "예전에는 자신의 농구만 했지만, 이젠 동료를 살릴 줄 안다"라고 했다. 비로소 팀 오펜스에 눈을 떴다. 자신의 공격과 동료를 살리는 비율을 효율적으로 가져갈 줄 안다.
현대모비스의 반격도 무서웠다. 최근 좋지 않았던 김국찬의 움직임이 좋았다. DB가 맨투맨으로 수비하자, 스크린을 받고 움직인 뒤 캐치&샷을 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결국 4쿼터 막판까지 대혈투. 양팀 포스트 수비의 핵 오누아쿠와 오카포가 4쿼터 초반 나란히 4파울에 걸리는 변수가 발생했다. 두 빅맨은 잘 버텼다. DB가 미세하게 앞서갔다.
오누아쿠가 4분22초전 오카포의 포스트업을 정상 수비로 버텨낸 뒤 곧바로 김민구의 도움을 받아 골밑 득점을 올린 장면은 백미였다. 오카포도 2분49초전 오누아쿠의 덩크슛을 블록으로 저지했다. 하지만, 오카포는 17초 뒤 허웅에게 스틸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허웅의 속공으로 4점차. 역시 결정적 장면이었다. 오카포는 2분15초전 두경민과 엉키면서 부상까지 입었다.
1분52초전. 허웅이 좌중간에서 양동근의 마크를 따돌리고 레이업슛을 넣었다. 수비하던 양동근의 손이 허웅의 실린더를 침범했다. 명백한 파울이었다. 그러나 심판진은 비디오판독 끝에 연속동작이라고 보지 않았다. 노 카운트. 이후 윤호영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며 현대모비스에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윌리엄스의 패스를 받은 양동근의 좌중간 역전 3점포로 76-77로 역전이 되었다.
그러나 히어로는 허웅이었다. 49초전 우중간에서 김종규의 스크린을 받고 공간을 만든 뒤 두경민의 패스를 3점포로 깔끔하게 연결했다. 김종규의 스크린이 강하지 않았지만, 대처하지 못한 김국찬의 수비 실수. 여기에 허웅이 11초전 깔끔한 돌파로 쐐기 득점까지. 결국 81-77 승리. 4라운드 전승. 10점 열세쯤은 가볍게 극복한다. 강력한 수비전에 허웅, 두경민이라는 해결사가 있다. 왜 DB가 강한지 입증한 경기였다.
윤호영
김현호
김민구
두경민
함지훈
윌리엄스
오카포
허웅
***** THANK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