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 높은 하늘 아래 말이 살찌는 계절, 가을이다. 초록빛 향연을 벌이는 넓다란 초지 위에 한가로이 뛰노는 말들의 모습은 더없이 여유롭다. 목가적인 풍경에서 호젓하게 즐기는 멋스러운 가을 나들이.
가을 햇빛이 대지를 가득 감싸고 있는 드넓은 초지 위에서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무리 지어 초원을 내달린다. 서울 근교에도 이런 이국적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구파발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원당종마목장이 바로 그곳이다. 어릴 적 알퐁스 도테의 소설 <별>을 읽고 주인공 목동과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그리워했다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가을 나들이를 나서는 것이 어떨까?
특히 목장 입구에서 3백m 정도 고갯길에 늘어선 은사시나무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코스. 높다란 은사시나무가 가을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은 키 높은 가을 하늘과 완벽한 조화를 선보인다. 이 길은 자동차를 타고 휙 하니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쉽다. 차는 농협대학에 세우고 은사시나무길까지 1km 정도의 가을 길을 걸어가는 것이 정체도 피하고 낭만적인 정취를 배가시키는 방법.
목장에 들어서면 4km의 산책로를 따라 은행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한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광활한 11만평의 초원이 고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관리사무소 좌측으로 난 오솔길은 종마장 최고의 전망 포인트. 초원 위에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는 소나무 사이로 말들이 거니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이곳에서 사육하는 다섯 마리의 종마들은 모두 외국의 우수 혈통 말들로 보통 2억~6억원을 호가한다. 특히 ‘라시니’라는 종마는 최근에 10억원을 주고 들여온 국내 최고가의 명마다. 종마는 가격도 비싸고 귀하기 때문에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지역 농가에서는 우수 품종의 자마를 얻기 위해 이곳에 암말을 데리고 와 교배를 한다.
말들이 뛰노는 초지는 총 10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하나의 구역은 약 3천평 정도. 5마리의 종마들이 한 개의 구역씩을 단독으로 차지하고, 나머지에 한두 살배기 육성마들이 연령과 성별로 나뉘어져 사육되고 있다.
목장을 천천히 돌아보면 1시간 정도. 정문에서 무료로 돗자리를 대여해 주기 때문에 푸른 잔디 위에서 낭만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매점이나 편의 시설이 없기 때문에 음식이나 음료는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관리사무소 앞에 벤치와 조그마한 쉼터가 있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 입장은 무료. 매주 화요일과 국경일은 휴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