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인간(human being)’의 하나이지만 참으로 알 수없는 존재 같습니다. 어떤 때엔 신(神)과 같이 성(聖)스럽기까지 하다가도 어떤 때엔 무자비하고 잔인한 동물이 되곤 하니까요.
올해 2012년은 영국 여왕이 즉위를 한지 60주년이 되었다고 얼마 전에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떠들썩하고 난리법석이었습니다. 60주년에 대한 영어의 다른 말이 ‘Diamond Jubilee’랍니다.
그런데 ‘Jubilee’가 50년을 말하니까 앞으로 70년이 된 해는 과연 무엇이라할지 궁금하던 차에 어느 리포터가 말하기를 70주년은 ‘Platinum Jubilee’가 된다는군요. 앞으로도 여왕이 왕위를 물려줄 기미를 보이지않기에 ‘Platinum Jubilee’는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나도 며칠씩 계속되는 여왕의 60주년 즉위 기념식에 관심을 가지고 TV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만, 솔직히 로마 ㄱ교의 교황이나 심지어 최근의 음악 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과 그 인기면에서 또 수많은 군중들이 열광하는 면에서 별반 다른 것 같지 않군요.
한때 영국내에서 조차도 유명무실의 왕을 아예 없애고 대통령이 나라를 통치하는 공화국 제도로 바꾸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언제 그랬었는가 싶게 어떤 사람은 아예 ‘영국의 주체성’이 바로 여왕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나라의 돈만 낭비하고 있지만...
지금 호주에선 바이키(bikie) 갱단으로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바이키들은 왠만한 자동차보다 비싸고 엔진 소리가 요란한 미국제 할리-데이빗슨 오토바이(Harley-Davidson motorcycle)를 함께 몰고 다니며 즐기고 때로는 마약을 사고팔기도하며 심지어는 서로 총격전을 벌이곤 합니다.
바이키와 갱단은 바로 ‘힘’의 상징이며 그 속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데에 ‘인간’으로서 커다란 소속감을 가지나 봅니다. 바이키 갱단이 폭력을 중심으로 모였다는 것을 뺀다면, 어쩌면 여왕이라는 한 인간에 열광하는 영국의 주체성과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기에 ‘인간의 동물성’ 즉 ‘무리’에 대한 욕구는 여왕을 중심으로 모이는 개미나 벌들과 별로 다른것 같지않군요.
혹시 한국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하고 인터넷 신문을 보았더니 한창 남북한 문제로 바쁜 것 같았습니다. 영국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없은 채... 한국의 주체성은?
이제 ‘무리’의 인간에서 ‘나’의 인간으로 와 봅니다.
우리 부부는 요즈음 한방(漢方)에서 감기를 치료받고 아울러 50대에 올 수있는 몸의 문제들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새삼 깨닫는 것은 한방의 근본 원리가 전체의 기(氣)를 상승시키므로서 몸이 스스로 치료하도록 만드는 것이랍니다. 바로 인간의 몸이 자연의 원리에 따르고자 하는 것입니다.
법정스님의 글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스님이 때로 글의 마감시간에 쫓겨 무리를 하여 눈병이 났는데 여러 양의사들을 찾아봐도 뾰족한 치료법을 모르더랍니다. 며칠만에 어느 한의원을 찾았더니 ‘간’이 무리를 하여 약해진 것이라며 약 몇첩을 져주는데 그 약을 먹고 곧 눈병이 나았답니다. 일반적으로 어떻게 눈병이 났는데 간의 문제라고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그 한의사가 누구였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깨달을 수있는 것은 바로 직접 문제만을 보려는 ‘서양의학’(때로는 헤매기만 하는)과 원인을 보려는 ‘동양의학’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만,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금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눈에만 보이는 것에 의존하는 서양의 문화에 따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졌다고 볼수있고...
얼마전에 미국의 알 고어(Al Gore)가 강연한 ‘지구의 온난화’의 문제에 대한 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인간의 한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바로 내가 일전에 “개구리와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듯이 인간이란 개구리와 마찬가지로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도록 진화되어 왔기에 상대적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고 봅니다.
“그냥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살겠다고 튀어 나오지. 그런데 그 개구리를 처음에 적당히 찬 물에 넣으면 여유있게 헤엄을 치는 거야. 그 물을 서서히 덥히면 개구리는 모르고 헤엄만을 치다가 물이 뜨거워지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거지.”
“…”
그러나 개구리와 달리 인간은 생각하므로써 즉 과거의 경험들을 통해서 예측할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환경의 문제를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그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지구가 순환의 장애로 여기 저기서 극단의 가뭄, 홍수, 지진, 화산폭발 등 자연의 대재앙을 일으키고 있더라도 가깝거나 직접적인 나의 문제가 아닌이상 그냥 내 삶을 살기바쁠 따름입니다. 그리고 ‘나의 일’이 되면 그제서야 신을 원망합니다.
아직도 약하다는 것을 부정하고 강해야만 하는 인간 사회의 문제라고 봅니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금의 문화가 ‘1’과 ‘0’, ‘있다’와 ‘없다’, ‘흑’과 ‘백’, ‘잘남’과 ‘못남’ 등을 따지는 디지틀(digital)에 의해 한껏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사실은 남자와 여자가 디지틀에서처럼 아주 다르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태어나고 자라면서 불과 몇 퍼센트 다르게 정해지는 것이랍니다. 즉 남자든 여자든 ‘음기(陰氣)’와 ‘양기(陽氣)’를 동시에 가집니다. 그런데 음기가 조금 많으면 여자가 되고 양기가 많게 되면 남자가 됩니다. 이 균형이 깨지게 되어 남자가 지나친 양기만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약한 음기를 가진다거나, 여자가 강한 음기를 지니고 약한 양기를 가지면 건강에 문제가 된답니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가 공존해야하는 자연에선 ‘디지틀’이 결코 맞지 않는 것입니다.
‘양기’와 ‘음기’는 매우 추상적입니다. 그래서 서양의학에서는 눈에 보이는 ‘호르몬(hormone)’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자인 할머니의 남성 호르몬이 혈기 왕성한 20대의 남자보다 더 높답니다. 그리고... 겉 보기만으로 평가하는 남자나 여자가 사실은 개이(gay)나 레즈비언(lesbian)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정해질 수없기에 사실은 인간의 삶을 사는 것이 어려운가 봅니다.
(2012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