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산 산행이 오늘 처음이다.
아홉 봉우리라서 구봉산이라고 하였지만, 봉우리가 모두 낭애라 병풍처럼 보여
구병산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기대가 된다.
적암휴게소 - 작은골 - 구병산 - 815봉 - 853봉 - 875봉(신선대) - 팔각정 - 적암휴게소로
넉넉히 4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가 오늘 산행계획이다.
김해의 하늘은 맑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중부지방은 흐리거나 한 때 눈이 온다고 한다.
그래도 맑은 날을 기대하면서 집을 나선다.
가야불교산악회와는 오랜만 만나는 인연이다.
작년 김제 모악산 이후로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반갑게 맞아줄 이가 없는 낯설은 산악회, 건성 인사하고 예약한 자리에 앉으니
옆지기님은 산행 초보라고 걱정을 하신다.
충북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
적암휴게소에서 10시20분경부터 산행은 시작되었다.
흙벽돌로 지어진 시골집이며 흙담이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인심도 좋다. 큰감나무에 제법 많은 감들이 열렸지만 따지도 않고 까치밥으로
아주 넉넉히 남겨놓았다.
적암마을에서 본 구병산은 이름 그대로 아홉폭병풍처럼 놓여져 있다.
디카를 들었지만 하늘이 잿빛이라 하산 후에 맑을 것을 기대하면서 촬영하지는 않았다.
외계인과 통신하려고 저렇게 큰 안테나를 세웠나?
위성기지국을 지나서 작은골로 접어드니 목조다리가 기다린다.
이제부터 구폭병풍 안으로 들어서지만 하늘엔 검은 구름이 첩첩히 쌓이고 있다.
작은골을 따라서 오르는 길은 평이하다. 철계단을 만나기 전까지는.
철계단 좌우는 아득한 낭애가 묵묵히 서 있다.
(하산하고 나서 알았다. 좌측편의 낭애가 '쌀난바위'인 것을.)
협곡이고, 능선의 안부에 오르기전까지 앙칼스럽다.
안부에서는 정상을 갔다오신 분들이 길 안내를 하신다.
안부에서 구병산까지는 0.1km이지만 칼날같은 바위 위를 걷는 것은 쉽지않다.
구병산.
적암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겹겹히 산이 넘실넘실 춤추는 것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쉽다.
바람이 추위를 느끼게 한다. 한바탕 눈이라도 쏱아질 것 같이 구병산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다시 안부로 오니 12시이다. 선두의 님들은 바람을 피해 점심식사할 자리를 찾는 것 같다.
안부에 거친 숨을 고르고 목을 축이고 곧장 길을 재촉하였다.
후드득, 후드득.....비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박도 눈도 아닌 것이 내린다.
춥다.
돌아가는 안전하는 길을 버리고 좋은 경치를 구경할 욕심에 봉우리로 올라섰고,
내려가는 길은 아찔하게 절벽을 몇미터 타고 내려와야 한다. 다른 이들도 이 길로 갔을까?
앞서서 가는 이도 뒤를 따라오는 이도 없이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걷다가 보니
몇분의 님들이 점심식사 준비하고 계신 안부에 도착했다.
815봉을 지난 것 같다.
안부의 이정표는 835봉과 구병산 0.9km, 절터를 가르키고 있다.
막걸리 두어잔에 라면까지 적선을 받고 보니 너무 고맙다.
안전산행을 위하여 835봉으로의 산행은 중단하고 절터로 하여서 하산하자고 하신다.
그냥 내려가면 1시간, 계획대로 간다면 2시간 가량 걸릴 것이라고 한다.
앞서서 오신 분들도 모두 절터로 내려 가셨다고 하니.....어쩔 수 없다.
다음의 인연을 기대할 수 밖에.
11월에 찬비가 억수처럼 내린다.
팔각정을 지나서 적암마을을 지나면서 아쉬움에 자꾸 고개가 돌려진다.
구병산은 하늘에 검은 구름을 아직도 이고 있고, 몸통은 물안개로 가려져서
또 다른 풍광을 느끼게 하지만 아쉽다.
오후 2시다.
정상만 보고 올랐던 길로 하산하는 후미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815봉 밑의 안부까지 오지 않고 중간에서 하산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다.
11월의 찬비가 오늘 산행계획을 흩트려놓았지만 어떻게 하늘을 원망하겠는가?
이도 다 구병산과 인연인데.
야, 이놈아!
아니, 산이 푸르를 때 오던가
아니, 산이 곱게 단풍 필 때 오던가 하지
앙상한 가지에 스산한 바람만 있는 구병산에 뭐하라고 이 시기에 오냐?
나, 산이지만 너에게 첫인상을 좋게 보이고 싶거든?!
후, 후,,,신령님.
푸르를 때나 곱게 단풍 익었을 때는 인연이 닿지 않았으니 어쩝니까?
이 산 저산 좋아서 산과 인연 맺으려 다니는 놈이 어디 인연 따라 다녀야지
계절따라 다녀서야 되겠습니까?
스산한 바람이 뼈까지 춥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11월의 찬비조차 맞았지만
구병산, 첫인상이 나쁘다고 하지는 않을테니 마음 놓으시고
담에 찾아 오거든 맑은 날로 맞아주시구려.
오늘도 받아 주시고 곱게 갈 수 있도록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합장.
첫댓글 우중산행을 하였군요...비도 우박도 아닌것이..진눈깨비 비스무리 한것이 내렸나 봐요. 많이 추웠겠습니다.
전 감기기운이 좀 있기도 하고 모임도 가야겠기에 쉬었습니다만 무념님 후기 실감나게 잘 읽었습니다
(...회장님께는 쪼메 미안치만 안갔기에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ㅋ~)
쩝 잘하시긴 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와야징 ㅋ~~~~~
산행 동참 하여 주셔서 감사 하고 후기 적어주셔서 더욱 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