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이겨내려던 한 글벗이 눈을 감고 떠났다. 팔순이었다. 아침 8시경 부음을 받았다. 입을 열어 말할 수 없었다. 가슴이 아팠다. 나무가 사방으로 쓰러진 언덕에 선 기분이 들 만큼 주변이 헛헛했다. 결코 그의 말마따나 아픈 사람만이 진정한 아픔을 안다고 되뇌면서도 그 아픔과 병상에 누운 채 싸우던 그 눈빛을 나는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다. 제 몸에 옮겨붙은 병마에 대적해서 비겁하게 좌절하거나 쉽게 체념하지 않고, 미련 한 점 남기지 않을 만큼 정말 진력을 다해 생 끝까지 불꽃처럼 싸우다 저세상으로 간 사람이다. 그만큼 생명의 존엄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 일은 꿈을 놓는 일이며 가족과 소통을 놓아야 할 고통을 참아내는 극한 인고의 시간이었을 테다. 2024년 9월 23일 아침 11시 삼척 승화원에서 화장한 유골은 묘역에 묻혔다. 비온 뒤끝이라 질척했다. 한 사람을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일이 참으로 힘들다. 예견했던 일인데도…….
연휘를 땅에 묻고
김 익 하
여시미 투박한 이 사람아
왜 이렇게 말없이 누워 있는가
새비실 근니냐가 이리 참혹한 몰골로 서 있는 게 보이기는 하는가
자네가 가야 할 그 길을 알고나 선택했는가
이 답답한 사람아
삼도천 건너는 그 길이 외길이라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판연히 짐작했을 텐데도
남겨진 사람들의 부름이 닿기나 하겠는가
카메라로 담아내던 삼척 풍물들도 지금 모두 울음에 잠겨 있다네.
어찌 이리 서둘러 떠나려고 하는가?
내 몸에서 자네가 나갈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는데
울음 문이 먼저 열려 걸음을 힘들게 하네
이제 손끝으로야 자네 이름을 쓸 수 있지만
‘연휘야!’ 입으로 그렇게 부를 수 없으니
이 그리움을 무엇으로 밀어낼지 그저 막막하이
자네와 난 육십 년을 문학 길을 같이했네
이빨 윗니 아랫니처럼 하나가 빠지면 음식물을 씹지 못하듯
서로 존재했기에 수렁처럼 빠지는 그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네
내가 포기하면 홀로 남아야 하는 그 꼬락서니가
서로서로 보기 싫어 힘들어도 걷어치울 수가 없었네
멱살잡이로 시작한 일이 이제 오십 년 전통을 쌓고
육십 년으로 후배들이 잘 이어가니
부끄럽지 않은 일을 삼척에다 남긴 셈이네
수고했네, 수고하고말고.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니 참으로 장하네
저세상 일을 누군들 어찌 알겠는가
혹 추울지 혹 외로울지 또한 장미공원이 있고 막걸리는 파는지
여기 이 자리 남겨진 사람들이 일일이 보내는 명복을
빠짐없이 잘 거둬 가시게
떠나면서 너무 오래도록 뒤돌아보며 미적미적하지 말고
모든 걸 털어내고 새털처럼 가볍게 그리 가시게
남겨진 사람들은 그리움을 애써 참아내면서 서로 보듬고 살 거네
한시름 놓게나. 그리고 세상에 쥐였던 것들도 노시게
이제 잡은 손을 놓을 테니 이 야속한 사람아, 부디 잘 가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