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교육연대 회원의 밤은 새벽 4시까지 계속되었다. 아니 나는 그 시간에 잠자리로 갔으니 그 후의 일은 모른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실내로 들어가 동학 이야기를 조금 하게 되었다. 이창국 선생님이 동학 이야기를 듣겠다고 전화로 요청해서 한 1주일간 카페에 올렸던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4년 전에 쓴 글이어서 나도 다 기억할 수 없는데, 다시 보니 그때의 구상이 새삼 떠오른다. 몇 장의 프린트와 수운 선생 연보를 만들어서 나누어 드리고 잠시 이야길 했다.
배동인 교수님이 하느님의 실체에 대해서 질문을 하시는 바람에 대답이 아주 궁색해졌다. 늦은 밤에 진리 논쟁을 하기도 어렵고 ...
결국 7080 노래부르는 일로 슬쩍 넘어가면서 배 교수님에게는 죄송하게 되고 말았다.
배교수님은 경동교회의 열렬한 신자였다가 어느날 버트란트 레셀의 책을 읽고는 무신론자로 변하게 되었다고 하신다. 이러한 합리적 사고로는 신의 개념이나 실체를 어떻게 이야기해볼 도리가 없다. 도올은 합리적 사고 보다는 합정리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예 서구의 근대를 폭파시키라고도 말했다. 왜냐하면 서구 이성이란 데카르트 철학에서 출발하는데, 데카르트는 당시 유럽의 30년 전쟁의 와중에서 종교적 권력과 과학적 인식 사이에서 절충적인 관점을 유지하려고 애쓴 사람이다. 그는 하느님 - 신 - 종교적 권력 과 천문학 - 수학 - 과학적 인식 사이의 단절을 요구했다. 곧 물질과 정신의 분리를 주장하였으며, 데카르트는 종교와 과학의 분리를 요구했다. 그런데 배 교수님은 동학 이야기의 종교적 영적 부분을 논리적 이성으로 분석 토로하자고 제안하시니 ... 대략 난감이었다. ^^
이런 충돌과 모순을 도올도 많이 겪으면서 합리적 사고가 아니라 합정리적 사고가 올바르다고 주장한다. 데카르트적 합리주의에서 출발한 서구 군대 철학의 한계를 짚고, 인간이란 합리적인 존재도 아닌 까닭에 합정리적 사고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암튼 이런 이야기도 늦은 밤에 꺼낼 수 없었지만... 정기훈 선생님이 낭만적인 기타 선율과 함께 옛날 노랠 부르면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다들 술을 많이 마셨다. (도올의 생각에 대해서는 다음 글이 도움이 된다. )http://cafe.daum.net/educationofhope/R6Qe/13
아침에는 우복실 국장과 성정림 선생님이 끓여주신 아욱된장국으로 속이 한결 편해졌다.
10시 좀 지나서 별장을 나와, 정기훈 선생님의 지도로 선무도 지도를 받았다. 간단한 동작인데 효과가 있었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가평 군청 앞에서 강규희 선생님 부부와 도킹해서 연인산 아래로 달렸다.
백둔리에서 연인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비교적 짧고 시간 소요가 적었다. 11시 40분쯤 주차장에 도착하여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잣나무숲 아래서 발견한 거위벌레 알집.
어미가 요렇게 예쁘게 접어서 자기 알을 넣은 다음 나무 아래로 떨어드린다.
이창국 선생님이 거위벌레 알집을 펴서 아주 조그만 알을 보여주었다.
어미의 정성은 사람이나 벌레나 다를 것이 없다.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가 2시가 넘어서야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 먹는 자리에서도 교육이란 전통을 살리고 전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는 김광철 대표님과 현대사 체험관으로 1950년실, 1960년대실,,, 이런 식으로 1주나 1달씩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말하는 정기훈 선생님.
점심 먹고 800미터 정도 오르니 정상이다.
멀리 보이는 산이 명지산이다. 원래는 명지산을 오를 계획이었으나 싼이 험하고 시간도 부족하여 연인산으로 바꾸게 되었다.
날씨가 화창해서 기분이 더욱 상쾌했다. 점심 먹을 때는 바람탓에 얇은 점퍼를 입기도 했는데, 다시 맑아졌다.
김광철 대표님이 어린이들 같은 앙증맞은 포즈를 취했다. ^^
조팝나무계인데 정확히 몰라서 사진으로 찍었다
하산하니 4시 45분이다. 이창국 선생님은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평역으로 떠나고
차를 타고 내려오던 우리 일행은 김광철 대표님이 예전에 먹었던 막국수집을 찾아서 저녁 대신 간식으로 수육과 함께 막걸리 한 잔 나누었다.
성원기 교수님은 국내 산을 250개 이상 올랐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도 가보고 말레이지아의 키타 코발루 산에도 가봤다고 하신다. 2007년 안식년에는 국내외로 무례 2000km를 걸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말씀을 듣고 보니, 탈핵희망 전국도보순례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도보순례를 앞서서 걷기에 관한 깊은 내공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수육과 막걸리를 먹고 마시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다들 잠시 쪽잠을 자고 서울행길에 올랐다.
성원기 교수는 버스터미널에 내려드렸다. 춘천을 거쳐 삼척으로 가시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
6월 30일부터 다시 탈핵희망 전국 도보순례를 시작할 계획이라 하신다. 부산 고리에서 대전까지 ...
가장 불안한 핵발전소가 있는 부산 고리, 이번 순례길에선 부산 시민들이 깨어났으면 좋겠다.
성 교수님도 그러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순례에 임한다고 하신다. 부디 무탈하게 도보순례를 완수하고 부산 시민들이 영성이 깨어나기를 빌어본다.
김대표님의 차를 타고 서을로 향하자 나는 거의 잠에 떨어졌다.
앞자리에선 정기훈 선셍님과 두 분이 신나게 이야기를 주고 받고...ㅎㅎ
일산까지 태워주신 김대표님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