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서울 아차산

[산돌]

아차산-용마산-망우산

2012/11/24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1번 출구-아차산성-낙타고개-대성암-안부-아차산-용마산-헬기장-삼거리-망우산-망우산공원관리사무소

누구나 늘 함께 이고 싶은 이들이 있고, 있어야만 존재를 의식할 수 있는 게다. 거기에 있는 것들이 영원할 줄만 여기다가 어느날 갑자기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음에 안타까워 할 게 아니라 거기에 자주 공존함이 우선이다. 모처럼 늘 산을 향하는 서울의 친구들과 동행하여 경기도 구리시와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좋은 산보길을 간다.

인천에서 잠을 자고 광나루역까지 낯선 길이라 서둘러 집을 나선 게 약속시간보다 너무 이르게 도착하여 1시간여를 기다린다. 아차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광나루역은 만남의 패거리가 엄청 많다. 만나서 산으로 가는 패들을 얼만큼 보낸 뒤 하나 둘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성배, 달훈, 남호, 선홍 부부, 형원, 동수, 중립, 종진, 광일, 형원, 병태, 창환과 함께 하루 동아리로 엉긴다. 나이가 웬만큼이라도 산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얼마나 큰 행복인가. 혼인의 계절을 맞아 쉽게 시간내기 어렵지만 함께 걸으면서 하루라는 소중한 시간을 공유함이 고맙다. 하나 둘 모이는 동안 동수가 야쿠르트 아줌마로부터 급히 구입한 요구르트 한 병씩으로 아침 커피를 대신한다.

'잠깐 술은 어떤 걸루.' '날씨 쌀쌀한디 소주가 어떨까.' 산 들머리에서 올랐을 때 정상주 유혹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가족 수발에 총무는 늘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얕으막한 산을 가볍게 걸으면서 풍경을 마음에 담고 내려와서 마셔도 되지 않으랴만 모처럼 참여한 나를 위한 파티 준비인 것만 같아 미안하다.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걸어 마을을 지나니 아스팔트 도로가 가로 질러 마을과 산을 분리한다. 아마 옛 산동네가 길 하나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골목길에 붙은 집들마저 먹거리 상점으로 둔갑시켜, 커피집, 백숙집 등 산의 은혜로 살아가게 한 게다. 산자락은 아직도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잡고 있어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본격적인 산에 들어서기 전 문패처럼 아차산이라 새긴 바위가 등산로 왼쪽에 서 있고, 길은 황토색 시멘트 포장 길이다. 포장하여 토양의 유실은 막지만 대지의 숨통을 막는 격이라 다소 어색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녀서 파이는 산을 그대로 훼손시키지 않을 방법이 시멘트 뿐일까. 작은 게곡의 모습도 사람들이 다 바꾸어 둑과 계곡의 바닥이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게 안타깝다.
산의 중턱 쯤 부터는 나무로 된 계단으로 아차산의 주 능선인 낙타고개까지 이어진다. 아차산을 오르는 길은 워낙 여러 갈래이기에 여기저기 통로를 모으는 능선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낙타고개 쉼터 의자에는 일찍 오른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게으름을 피운 우리는 맨 뒷 사람이 오자 마자 앞으로 나아간다. 아차산의 이정표는 너무 많다. 경기도와 서울에서 경쟁하듯이 꽂은 이정표의 난립은 오히려 공해가 된다. 길은 비교적 평탄하여 가족 나들이 산행지로는 그만이다. 그래서인지 체력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길을 매운다.

		군데 군데 체력 단련 시설과 벤치가 쉼터가 마련되어 평지인 공원에 조금의 높낮이를 보탠 느낌이다. 대성암은 구리시와 한강을 한 눈에 내려다 보면서 뒤로 낮은 암봉을 지고 있어 의자에 앉아 산과 들, 강의 기운을 한꺼번에 받아 들인다. 암자가 앉은 자리는 둥근 바위봉이 식생들을 거느리고 흘러내리다가 한눈 파는 사이 일부가 뒤쳐져 작은 턱을 만들어 암자 몇간만 허용할 너비이다. 아래로 급경사와 뒤로 바위벽을 세워두고도 입구를 통해 암자로 들어서기전 샘이 마련되어 있는 은혜로운 곳이다.
대성암에서 한참동안 풍경에 취한다. 유유히 한강이 흐르고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발달하는 촌락의 모습과 강을 잇는 다리들이 어울려 만든 그림이 좋다. 아래로 보이는 우리네의 세상 속의 빌딩들과 도시 구조물이 자그마하고 보잘것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게 산이니, 여기에 서면 우리가 일구는 것들은 우리네 범주일 뿐인 게야. '저봐 저기 아웅다웅 우리네 세상을. 조금은 가소롭지 않나.'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게다.

	대성암에서 다시 주능선으로 간다. 제법 바위로 된 경사로이다.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전망이 그만이다. 여기저기 바위가 식생의 정착을 용납하지 않아 탁 트인 시야를 즐기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여기를 종점으로 잡는 사람이 많은 가보다. 간식인지 점심인지를 즐기는 사람들이 작은 소나무 사이로 무리를 짓는다. 바위에 얹힌 흙의 두께가 앏은 이 곳의 소나무들은 모두가 잘 가꾸어지고, 손질이 잘 된 분재이다.

아차산과 망우산을 잇는 능선은 경기도 구리시와 서울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기에 이정표나 편의시설을 경쟁하듯 설치하여 난립의 느낌이 있지만 멀리 보이는 풍경은 일품이다. 능선의 요소마다 전망대가 설치되어 사방의 전망을 보는 산으로 최적이다. 계속하여 좌우로 도시를 거느리고 걸으니

딱히 아차산 정상 표시가 없어도 지도상으로 보면 3보루터가 정상이 아닌가 싶다. 워낙 낮은 산이라서인지 정상이라는 개념보다 산줄기 하나가 마무리되는 곳이란 게 맞는 표현일 게다. 삼국시대에도 이 산줄기를 경계로 고구려와 백제가 주도권 다툼이 심했다는데 오늘날도 구리시와 서울이 서로 자기 관할이라 은근히 암투를 벌인다니 좁은 땅덩이라 생각할 만한 때가 아직도 먼 것인지 안타깝다. 어디에나 겪는 관할의 다툼을 상생의 삶으로 전환함이 우리로 가는 마음길인 것을.

아차산에서 내려선다 방부목 계단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용마산 줄기로 올라선다. 서울 근교의 산에서는 늘 보는 것이지만 능선의 대포집이나, 아이스크림, 식물의 즙 상인들이 있기 마련 용마산 줄기에도 몇군데 노점이 있다. 노점과 헬기장을 지나면서 건너편 아차산을 보니 보루의 성벽이 커다란 칼로 봉우리를 싹둑 자른 모양이어서 어색해 보이나 옛 모습을 그대로 고증하여 복원했으려니 하고 돌아선다.

용마산 정상이다. 몇 사람만 정상이라는 곳에 오고 나머지는 헬기장에서 오찬 준비할 거란다. 늘 다니는 가까운 산이기에 정상의 의미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좋은 게다. 사방이 불통인 곳이 없을 정도로 낮은 산이지만 골고루 하늘 땅 모두가 열리는 곳이다. 몇사람 온 친구들과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서울과 경기도를 넘나들다가 기다릴 친구들 생각해서 되돌아선다. 사방으로 뚫린 길 마다하고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 선다.

		헬기장에 점심자리를 편다. 김치와 배추전, 참죽, 콩자반, 오뎅, 고구마, 삶은 계란 온갖 음식 만물상에 막걸리와 소주까지 겯들인다. 막걸리는 사지 않는다더니 달훈이 가방에서 줄줄이 나온다. 허나 적당히먹고 마시구, 적당히 걷자구. 그래야 다시 입산할 거구. 허어참 그래두 모처럼 만나 자꾸 잔에 손이 가는 걸.
니꺼, 내꺼가 아닌 우리꺼로 벌인 작은 오찬은 오늘 이자리 니가 있어 좋은 내가 아니랴. 비운 베낭 만큼 가벼운 마음은 우리네 나이를 밀쳐낸 아득한 날의 천진함에 묻어둔다. 다시 길을 간다. 망우산으로.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을 잇는 삼거리 300여고지를 지나며 용마산과 아차산을 다시 되돌아 본다. '여기서 보는 밤 풍경이 엄청 좋다.' 라는 병태 말이 아니더라도 눈을 감으면 밤이 가져다 줄 풍경이 아른거린다. 사람들이 만든 인공의 조명들이 눈아래 어둠을 밝히면서 하늘의 별들이 만드는 풍경을 대신하려니. 삼거리에서 내려서니 서울을 성곽처럼 에워싸는 산들이 따라온다. 서울이 왜 서울인지를 느낄 수 있는 멋진 길이다.

전망대에 선다 남산에서 불암산 수락산 북한산 안산 등 모든 산이 한 눈에 든다. 산을 중심으로 갈래갈래 삶터를 이룬 도시의 형성과 빌딩의 물결도 내 발밑까지 따라 늘어선다. 저기가 우리 동네 저가 너 동네. 동네가 어디든 서울이 내 눈안의 정원일 뿐이야.			이어지는 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그리 흔한 게 아니기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여기저기 그림을 잡아본다. 보이는 산들을 친구들과 함께 오를 때 보지 못한 큰 그림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힘들게 오른 북한산이나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도 얼만큼 멀리서 보면 하나의 장식인 것을. 한껏 심취한 풍경 그대로 두고 이젠 또 가야지.

망우산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곳 아마 여기가 280여고지 정상일 게다.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일부는 먼저 망우공원 관리사무소 쪽으로 큰길을 따라 가고 우리는 능선을 가는 게다. 능선을 중심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무덤들은 아무 말이 없다.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영과 육의 소멸은 자연현상을 보면 그대로 하나의 현상이 아닌가. 무덤을 거느리고 걸으면서 우리는 삶의 이야기를 한다. 톨스토이 말처럼 '오늘이, 지금의 일이, 지금 당신이 가장 소중하니까.'

걷는 동안 헤아릴 수 없는 무덤들이 옆을 지난다. 삶도 죽음의 흔적인 무덤까지도 각기 다른 모습이어야 하는 건 이세상 모든 게 독립된 개체로서 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가. 삶도 죽음도 어쩌면 나 스스로의 소유가 아닌 게다. 착각하고 삶을 스스로 던지는 이는 내 소유라 생각해서 아니랴. 생과 멸은 공존하는 게지 우리가 지금 양 옆으로 무덤이 늘어선 것처럼.

망우리의 묘역에서 나온다. 공원 관리소 주차장 주변의 묘역은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이다. 손질이 잘된 잔디가 고른 무덤들이 다소 질서가 있는 듯 하다 망우리에 흩어져 있는 묘 들은 천차만별이더니 공원묘지 다운 일면을 보인다. 망우산이 어떻게 무덤 천지가 되었는지 모르나 무덤에 담긴 삶들을 우리가 꿰뚫을 수 있다면 시행착오적 삶을 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공원을 나선다. 모든 무덤의 삶들을 추모하면서.
	뒷풀이는 어디로 시장을 찾아 가잔다. 재래시장은 우리에게 퍽 친숙한 장마당이다. 옛날 5일장이 서던 장에서 돼지국밥의 구수한 냄새나 뻥튀기 소리에 고무신 떼우는 고무풀 냄새, 길바닥 생선 비린내와 펄럭이는 옷감들을 부럽게 쳐다 보다 풀빵 한알이면 행복했던 시절을 안고 있기에. 사람냄새가 돈냄새에 앞서는 시골 장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다. 어쩐지 번쩍거리는 불빛이 화려한 집은 낯설어 하고 투박한 흙담 둘러처진 도심 속 시골에 마음을 두는 우리는 아직도 도시에 서툰가 보다.

시장의 작은 순대 점포로 들어선다.  작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최대 수용 형태로 만들어 열네명이 앉고도 여유가 있다. 언제부터 우리가 공간에 욕심을 부렸던가. 飯疎食飮水하고 曲肱而枕之라도 樂亦在其中矣니라 하지 않았는가. 작은 점포에 가득한 우리가 마음이 넉넉하면 그만이지. 허드렛 고기와 순대를 안주로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고 순대국밥으로 일차 자리를 마감한다. 이 또한 우리의 호사가 아닌가.

이차로 간 호프집. 이러다 밤 셀라. 자꾸 함께 하는 게 길어진다. '우야노, 언제 또 이래 만날까 함께 얘기 나누며 서울에 빠져 보자구.' 작년과 올해를 그리고 내년이 가까워진다는 회한이 자꾸 우리를 묶는다. 서울 친구들 모임의 임원진도 바뀌고 세상도 바뀌는 것 같지만 우리는 우리인 게야. 어지간히 술기가 몸에 돌 때 각자 돌아가는 길은 지하철로 해결된다. 서울이 그래서 공간이동이 편하고 채바퀴 삶을 살아도 권태가 없는 건가.
	나는 서울 역에서 인천 가는 광역 버스를 타면 되는데 성배와 종진이 포장마차까지 동행하여 기어이 삼차 행진이다. 친구가 무엇인가. 홀로 태어나 부모 손에 자립까지 해놓고는 의지가 되고 삶의 동반자로 가장 오래도록 동행하는 평행선 상의 사람 아니랴.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한 곳에 들어가 못다 한 이야기가 끝이 없다. 어린시절 아무 조건없이 함께 싸돌아다니며 행동도 사고도 함께 한 추억에서 사회 진출로 멀어진 물리적 거리의 원근까지.
친구와 작별 한다. 늦은 시외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모다 취한 것 같이 보이는 건 친구와 마신 술이 어지간히 높은 취기를 불러일으킨 탓일 게다. 이미 귀가한 사람들로 한산해진 거리를 몇사람 타지 않은 버스가 달린다. 나는 오늘 친구들과 과분한 행복을 나눈 게다. 아내는 귀가가 늦은 내게 받지도 않는 전화를 몇 통화나 하고 친구들 집에 전화도 하는 동안 친구에 취해 환상에 빠진게지. 집에 오니 자정이 넘는다.

망우리에는 숱한 무덤이 여러가지 모양으로 널브러진다. 화려한 장식이 있고 없고 무덤은 산의 일부로 돌아갈 흙더미일 따름이지. 사람들은 무덤 꼬리나 무덤을 밟으면서 삶의 활기를 충전시킬 산보코스를 만든다. 살아있는 동안의 흔적들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묘비석만 덩그렇게 잡초를 감싼 무덤과, 대성사 바위틈새에 예쁘게 하나하나 소망을 실어 놓은 부처들 모두 세월에 실린 하나의 현상일 뿐 머지않아 허상으로 화할 건데, 우리는 지금, 우리로서, 우리네 삶을 서로 보듬으면서 아름답게 가꾸어가세나.
2012/11/27 경북 문경 산북의 산돌

[조중립]

오늘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산행을 또한번 한 기분이네. 이렇게 세심하게 잘표현해 주니 다음에 보아도 또산행 한 기분이겠네. 고마워요.

[산돌]

함께 한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를 그리고 늘 함게 입산의 기쁨 누리시구려.

[량훈]

나도 같이 가 본듯하네요~

[산돌]

이제 훌훌 털고 산이나 들이나, 명승이랑 찾아 보게나. 언제 찾을 산천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