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모임의 후기글에 원이 형이 남겨주었던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유하는 전제에 대해서 의심해 보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는 댓글이 마음 속에 계속 남아있었어요. 마침 연말을 맞아 주변 친구들이 모두 휴가를 떠나고 있는데, '휴가' 에 대해서도 당연하고도 의심하지 않았던 전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되었어요. '휴가'를 온전히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보고, 각자가 일하면서 미뤄왔던 것들, 그리고 하고 싶은 것, 소비하고 싶은 것을 당연하게 하는 날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특히 '연말' 이라는 이름으로 강하게 작동하는 자본의 힘 앞에서, '굳이 설명하지 않고 모두가 공유하는 전제'를 우리 안에서 잘 발견하고, 휴가를 어떻게 함께 잘 보낼 수 있을지 질문하고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어요.
지연님의 강의 역시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가 설명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는 '당연한 전제' 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기후위기를 나 자신 문제, 혹은 관계의 문제로 보지 않고 '국가적' 혹은, '구조적' 인 문제로만 보려고 하는 전제가 깨뜨려져야 하는구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어요. 지연님이 말씀해주셨던 것과 같이 덴마크가 핵연료가 아니라 풍력을 선택할 수 있었던 뿌리는 국가적이거나 정책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함께 공부하고 함께 살아가는 시민 공동체에 있었음을, 그리고 밝은 누리에서 의식적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먹고, 함께 입고, 함께 살며, 함께 노는 관계를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더 적은 전기와 자원을 사용하게 되고, 소비하지 않게 되는 구체적인 실재가 있는 것을 보면서 지구를 살리는 길은 정책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이 아닌, 함께 먹고, 함께 입고, 함께 살고, 함께 노는 것에 있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함께 강의를 듣게 된 수연이도 놓치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다시금 깨뜨리게 되는 만남이었다면서 감사함을 전하였어요.
지난 강의에서 여러 사람들이 몸이 아파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 마을 탐방 때에는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첫댓글 전제 밖으로 나가는 해방의 자유를 누리는 앞으로의 과정 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