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白翎島)의 추억
<附錄> 대청도(大靑島)와 소청도(小靑島)
1. 대청도(大靑島) 이야기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 대청 포구 어부 동상 / 서풍받이 절벽 / 지두리 해수욕장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最北端), 북한의 옹진반도 앞에 3개의 섬이 남북으로 나란히 줄을 서 있는 모습인데 제일 아래 가장 작은 섬인 소청도는 면적이 3㎢ 정도이고 인구는 250명 정도, 가운데의 대청도는 백령도의 1/3 정도 크기인 16㎢, 인구는 1,300명 정도이다.
백령도는 넓이 51㎢, 인구는 5,000명 정도이며 해병 6여단과 다른 국군의 숫자와 합치면 주민 수와 거의 비슷하다고 하니 전체 10,000명 정도라고 할까?
인천 연안부두에서 백령도 행 배를 타면 4시간쯤 가서 먼저 소청도에 들른 다음 20분 정도 더 가서 대청도에 손님을 내려주고 다시 30분쯤 더 가면 백령도 용기포 선착장에 도착하게 된다.
대청도는 백령도 용기포에서 여객선을 타면 30분 정도 걸리는 빤히 건너다보이는 섬이다.
이따금 출항시간을 못 맞추고 늦게 포구에 도착한 관광객은 쏘내기(船外機:엔진이 바깥에 달린 배)를 타고 여객선을 쫓아가는데 대청까지 10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대청까지 가면 30만 원, 다시 5분 거리인 소청까지 가면 50만 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빠른 만큼 기름이 엄청나게 소비되어 비싸단다. 대청도의 관문인 선진포구에 내리면 아담한 쉼터와 청동으로 빚은 어부상(漁夫像)이 우리를 맞는다. 백령도는 비교적 큰 섬(전국 섬들 중 8번째)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대청과 소청은 경지면적이 거의 없고 높고 험한 산들이 둘려져 있는데 부근에는 어초(魚礁)가 잘 발달하여 천혜의 어장을 이루고 있어 주민 대부분이 어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대청도에 있는 삼각산은 높이가 343m나 되는데 인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한다.
포구에서 나와 꼬불꼬불 가파른 언덕길을 넘어서면 아담한 분지인 내동(內洞)이 있고 논들이 제법 보이는데 이곳이 대청 유일의 농지이고 나머지는 언덕과 나지막한 산, 그리고 해안의 어촌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아름드리 적송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모습이 신기한데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인 적송은 외래종 소나무에 밀려 찾아보기 어려운데 가는 곳마다 미끈한 붉은 적송(赤松)들이 자라고 있어 신기하다.
대청도 남서쪽에 있는 사탄(沙灘:모래 여울)마을을 보러 가는데 꼬불꼬불 삼각산 등성이를 넘어가는 산길이 제법 가파르고 위험해 꼭 내가 자란 강원도 대관령을 넘는 기분이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해안 쪽으로는 드넓은 서해가 펼쳐지고, 뒤쪽으로는 방금 떠나온 옴폭하니 자리 잡은 내동(內洞) 분지가 발아래 엎드려 있다. 가파른 언덕길을 반쯤 내려가다가 차를 내려 동백림(冬柏林)을 보러 갔다.
꼬불꼬불 가파른 계단을 200m쯤 걸어서 내려가면 철책으로 보호되어있는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다.
이곳은 ‘동백나무 북한자생지(北限自生地)’라고 하며, 천연기념물 66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는데 아열대 식물인 동백이 이렇게 높은 위도(緯度)인 대청도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신기했고 지금은 30여 그루가 철책으로 둘러싸여 보호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무척 많았는데 주민들이 굵은 것은 마구 잘라내어 땔감으로 썼다고 한다.
들꽃이 어우러진 계곡을 걸어 내려가니 작은 어촌마을 사탄동(沙灘洞)이 있고 폐교된 사탄 분교가 을씨년스레 서 있다.
사탄 해안의 관광지로는 서풍받이와 독바위가 있는데 한적한 해안에는 기암괴석의 깎아지른 절벽이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
중국에서 건너오는 서풍을 마주한다고 하여 서풍받이로 불리는 절벽해안은 지질공원으로 명승 8호로 지정되어있는 해변이고 해변에 뾰족이 오똑 솟아있는 바위가 귀여운 독(獨)바위다.
마을에서 북쪽으로 언덕을 넘으면 지두리 해수욕장이 있는데 탈의실과 샤워실 만이 덩그마니 해변을 지키고 있을 뿐 인적이 없다. 이 해수욕장은 얕은 바다와 1km에 걸쳐 펼쳐진 넓은 백사장이 아늑하여 아름답기는 비할 데 없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니 안타깝다.
아침 해뜰 녘에 나가서 대청도 북쪽에 있는 내동 근처의 농여(弄女) 해안을 둘러보았는데 휘몰아 오는 해무(海霧)로 마치 꿈속에 서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고, 바로 근처에는 나이테 바위, 옥죽포 해안과 모래사막도 있는데 아늑하고 깨끗하지만, 사람이 없어 가는 곳마다 한적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해안 이름이 농여(弄女)라니... 여자를 희롱했다는 말인가, 희롱해도 좋다는 말인가... ㅎㅎ
백령도도 오염되지 않고 한적한 편이지만 소청, 대청은 더욱 쓸쓸할뿐더러 청정지역이라는 느낌이었다.
백령도에서는 낚시꾼들은 대부분 이곳 대청으로 낚시를 오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몇 번 다녀왔다.
낚시 포인트 해안의 수심은 35~40m 정도였는데 우럭과 놀래기는 낚시를 담그기 바쁘게 올라오는데 이곳에 와서 우럭의 크기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히끄무레하고 큰 개우럭, 검은 색이 짙은 30cm 내외의 참우럭, 붉은색을 띄는 15cm 내외의 육질이 쫄깃쫄깃한 똥깜팽이, 또 그와 비슷한 조그만 크기인데 무지개색이 나면서 가장 맛이 좋다는 무지개 깜팽이도 있다.
이곳에서는 크기가 작은 우럭은 종류를 막론하고 모두 ‘깜팽이’라고 부른다.
낚시를 끝낼 즈음인 4시경, 우리가 타고 갔던 어선의 선장이 나에게 고등어 릴낚시를 주면서 저쪽을 향해 던져보라고 한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선장의 눈에는 물속으로 떼 지어 몰려가는 고등어 떼가 보였던 모양이다.
헛 미끼 10개가 달린 릴낚시를 힘껏 던지고는 곧바로 릴을 감아올리는데 묵직하고 퍼덕이는 손맛이 예사가 아니다.
첫 번째 던진 낚시를 올려보니 15cm 내외의 자그마한 고등어가 주렁주렁 8마리나 매달려 올라왔다.
다시 한번 던졌더니 이번에는 9마리가... 마치 과일나무에 주렁주렁 과일이 매달린 것 같다고들 환호성을 올린다.
몇 번을 더 던지다가 시간이 늦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백령도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