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5.22. (수)
모라종합사회복지관 도서관 세미나실
조선의 화려한 기록문화 전통은 오히려 현대에 들어와 후퇴했다.
이승만 정권에서 김영삼 정권에 이르기까지 청와대는 자체 기록을 거의 안 남겼다.
폐기에 더 급급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 그러니까 1990년대 후반 청와대 안에는
연기가 자욱했다는 말이 떠돌았다.
‘절대권력’의 은밀하고 부끄러운 치부를 전부 태우느라 그랬다는 것.
- 안도현의 <발견> 가운데 '기록'
사상구에서 일하는 복지관 사회복지사, 공무원 사회복지사, 구청 통합사례관리 업무를 맡은 사회복지사.
이렇게 세 곳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이 매월 한자리에 모여 나눕니다.
읽고 실천하고 이를 기록하는 가운데 우리 실천이 달라지기를,
바르게 나아가기를 기대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록 건수 가운데 우리나라는 총 13건으로 아시아에서 1위입니다.
특히, 조선의 기록은 놀랍습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는 대단합니다.
왕의 일거수일투족과 국정의 이모저모가 거의 실시간으로 기록된 자료가 <승정원일기>입니다.
이런 찬란한 기록 문화를 가진 나라였으나, 근대에 들어와서는 거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사상구'라는 같은 지역 위에, '사례관리'라는 같은 업무를 맡아 일하는 민관 사회복지사들의 모임.
부족하고 어설프더라도, 어떤 의도로 무엇에 근거하여 어떻게 일하였는지 기록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향하는지, 내 안을 정리해야 내 밖을 변화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사상구에서 약자를 만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소개할 책 한 권,
사람을 사람답게 돕는 과정과 그 속에서 느끼는 고뇌와 성찰이 담긴 사례집 한 권.
사상구 사회복지의 역사를 만드는 일입니다.
5월은 모라종합사회복지관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만나 나눴습니다.
<내 삶을 이해할 준비가 되었나요?>의 일부를 읽고 글을 썼습니다.
선생님 과제를 모두 읽고 만났습니다.
5월 모임에서는 선생님들 쓰신 글을 읽기에 앞서
이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는 자기 실천 이야기를 어떻게 작정할지 나눴습니다.
반복적으로 틀리는 문장이나 단어를 살폈고,
전체 과제와 일정을 점검했습니다.
세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회사업을 하면서 당사자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을까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러지 않았었습니다.
사람 한 명을, 그 사람의 인생을 만난다가 아닌 신규 ‘한 건’을 만나왔습니다.
기본적인 ‘존중’에 대한 이해도 없이 사람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러니 신뢰를 쌓기 어려웠고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게 되었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주는 사람이 아니라 주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었습니다.
내 관점으로 내가 편한 쪽으로 생각하고 당사자가 그 길을 가도록 했습니다.
‘대상자는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으며 입·퇴원을 반복했음.
(…) 음주로 인한 문제가 많아 보이나 병식 없음.이명 증상을 호소하나 환청으로 예상됨.’
이는 당사자에 대해 저 혼자서 판단하고 작성해왔던 기록 중의 일부입니다.
이 내용 속에서 당사자의 모습은 없어지고 저의 언어로 표현된 문제만 남았습니다.
한 당자자의 인생과 강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약점을 찾고 그 약점들로 낙인을 찍어왔던 겁니다.
언어는 한 사람의 의식이 담겨 있고 그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이를 간과하고 이러한 마음으로 사회사업을 한다 했던 것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글쓰기 모임으로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당사자에도 보여줄 수 있도록 기록하려합니다. 나의 언어로 인해 당사자를 한정 짓지 않도록.
그리고 당사자를 만나면 소위 ‘호구’조사 보다 그 분에 대해 묻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이러다보니 좀 더 인격적인 글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 사상구청 복지정책과 김슬기 선생님 글 가운데
당사자를 ‘감당’ 해야하는 존재로 생각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존중’ 해야겠습니다.
- 사상구 주례3동 행정복지센터 김아윤 선생님 글 가운데
사례관리 실천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일이기에
부족한 글 솜씨를 메우고자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보다 사례관리 실천에 대해 배우는 게 더 많은 수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되돌아봄 없이는 가치 있는 실천이 어렵다는 말에 공감하며
글쓰기 모임이 사례관리 실천 경험을 공유하고
사회복지사로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반성하며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 사상구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 장금순 선생님 글 가운데
다음 모임은 6월 26일입니다.
<내 삶을 이해할 준비가 되었나요?>
읽는 데까지 읽으며, 와닿은 내용을 옮겨적고 소감을 쓰고 나눕니다.
이렇게 읽기 과제를 마칩니다.
6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자기 실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평소 그 주제에 관해 틈틈히 메모합니다.
9월에는 자기 글 초안을 작성하여 나눕니다.
사상구청 복지정책과 정혜정 선생님과 박슬기 선생님이 정성스럽게 장소를 점검하고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간식을 진설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글쓰기 모임 선생님들을 맞이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모임 마치고 저녁, 사상구청 복지정책과 조향희 계장님과 식사하고 차 마시며 이야기했습니다.
정혜정 선생님께서 식사와 차를 대접해주셨습니다. 이해인 시집 달력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복지정책과 김슬기 선생님, 숙소까지 운전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세 선생님과 저녁하고 차 마시며 오래 나눴습니다. 내년에도 이런 모임과 활동이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2019.5.4. 세 번째 만남 기록
2019.4.2. 두 번째 만남 기록
2019.3.11. 첫 번째 만남 (여는 강좌) 기록
첫댓글 정혜정 선생님 챙겨준 간식, 다음 날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