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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의 삼바 춤을 그대에게 - 브라질 리오 카니발 |
흑인 노예들의 향수에서 탄생한 삼바
브라질은 특기가 참 많다. 축구, 삼바, 축제… 그러고 보니 모두 온 몸으로 즐기는 것들이다. 그래서 브라질을 정열의 나라로 부르는 것 같다. 그 중 브라질을 가장 요란하게 광고하는 것은 단연 삼바와 축제다. 매년 2-3월이면 세계적인 축제 리오 카니발이 성대히 열린다. 화려한 의상의 무희들, 휘황찬란한 각종 퍼레이드, 흥겨운 삼바의 리듬, 그리고 정열의 삼바춤…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몸 속의 모세혈관이 몸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흥분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오랫동안 카니발을 개최해 온 브라질의 남다른 노하우가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축제의 주인공인 삼바가 실은 아픈 역사 속에서 탄생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삼바’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강제로 끌려온 흑인들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포르투갈이 브라질의 원주민인 인디오를 몰아내고 이곳을 점령했을 때 이들은 이곳의 비옥한 대지에 사탕수수를 심기 시작했고, 노동에 필요한 노예들을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어 왔다. 흑인 노예들은 온 종일 힘든 노동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면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굶주린 배고픔의 고통도 참기 힘들었다. 그들은 이런 슬픔과 고통을 잊기 위해 그들의 고향에서 즐겼던 노래와 춤을 추며 그 시간을 달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삼바다.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환상적인 몸부림 리오 카니발
리오에 들어서면 카니발이 열리기 전부터 이곳의 모습에 벌써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세계 3대 미항으로 뽑힌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리오의 상징인 높이 36m의 거대한 예수상은 꼬르꼬바의 산 위에서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근엄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고, 아름다운 해변과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똑같은 모습의 푸른 물결과 창공은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특히 케이블카로 오르는 슈가로프 산에서는 리오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데 마치 예쁜 그림엽서 한 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열리는 축제인 만큼 무엇을 해도 즐겁고 흥겹게 느껴질 것 같다.
리오 카니발은 처음 유명한 삼바 클럽들이 모여 만든 그들만의 행사였지만, 삼바를 사랑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명실공히 브라질을 대표하는 축제로 발전하게 되었다. 축제는 몇 중에 걸쳐 계속되는데 이때는 밤이 낮보다 훨씬 밝게 빛난다. 이 축제는 뭐니뭐니해도 거리의 시가행진과 퍼레이드가 압권이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최고수준의 클럽과 삼바학교에서 이 행진에 참가한다. 이곳의 참가자들은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이 퍼레이드에선 온통 두 눈이 화려함에 노출되어 정신이 없을 정도다. 화려함이 지나쳐 요란한 퍼레이드 카의 장식들, 몸에 걸친 것보다 머리에 쓰고 있는 것이 훨씬 많은 무희들, 형형색색의 강한 원색의 물결들…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는 모든 것들이 총 출동한 것 같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몸치장과 20kg은 족히 나가 보이는 큰 장식을 머리에 쓴 무희들이 전혀 불편함 없이 자유자재로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진정한 프로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리오 카니발은 ‘삼바도르모’에서 최고의 절정을 이룬다. 이곳은 오로지 카니발을 위해 만들어진 야외공연장으로 표를 사야 입장할 수 있다. 표 값도 천차만별인데 1층은 당연히 로얄석으로 배치되어 있어 세계의 부호들이 언제나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나머지 표들도 축제 한 달 전부터 매진된다고 하니 이 축제의 인기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곳에서 펼치는 공연은 그야말로 치열한 경연대회를 방불케 할 만큼 최고의 쇼와 공연을 보여준다. 약 20개 팀으로 나누어 공연을 펼치는데, 참가자들은 일 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다.
이곳에 표를 구하지 못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거리에서도 ‘삼바도르모’의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준비한 이 공연은 ‘삼바도르모’의 공연을 그대로 모방하여 보여준다. 특히 보는 것에 만족하는 ‘삼바도르모’ 공연과는 달리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연으로 이끌어 간다. 춤을 잘 추고 못 추고는 중요하지 않다. 신경 쓰는 이들도 없다.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고 마음껏 개성적으로 흔들어주면 된다. 바로 이런 즐거움이 리오 카니발을 세계적인 축제로 이끈 매력인 것이다.
지금의 삼바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지만, 브라질 사람들에겐 아직도 삼바는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치료제로 쓰이기도 한다. 브라질인들 중 4천만 이상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고, 2천 5백만이 빈민촌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천 2백만의 버려진 아이들이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다. 이렇게 양과 음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지만 일년에 단 한 번 리오 카니발이 열리는 기간에는 이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이 축제를 즐긴다. 그리고 지난 한 해의 지겨웠던 고통을 잊는다. 이들에게 삼바는 곧 마음의 안식이자 평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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