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을 수 없는 순대국밥
* 지난 9월 13일 추석 전날 저녁에 경험한 일로 얻은 교훈을 글로 옮겨 보았다
추석전날 저녁에 밖에서 식사를 했다. 식구들이 모두 외출을 해서 혼자 해결을 하게 된 것이다. 무엇을 먹을까 궁리를 하는데 대전 있을 때 자주 들렸던 순대 국밥집이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원주로 이사를 와서 한 번도 순대국밥을 먹어보지 못했다. 이참에 한번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평소에 찍어둔 집을 찾아 갔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밥이 다 떨어져서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침을 삼키며 다른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터미널부근에 이르러 두 집이 보이는데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가까운 집으로 들어갔다. 밥을 시키고 나서 내부를 둘러보니 어째 기분이 좀 이상하다. 실내가 대체로 지저분해 보이고 거기다 주인아주머니의 차림새도 청결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도 터미널부근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애써 동요되는 마음을 억누르고 순대국밥을 주문하였다.
오! 드디어 고대하던 순대국밥이 나왔다. 그런데 내용물이 좀 이상하다. 대전에서 먹던 기억으로는 우선 국에는 순대, 내장, 간, 누른 고기가 적당하게 배합되어 나온다. 그리고 부속으로 부추, 사리 등 넣어 먹을 수 있는 몇 가지가 더 나온다. 거기에 반찬도 여러 종류라서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식탁이 가득하게 채워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내 눈앞에 있는 순대국밥은 순대 두서너 개와 온통 돼지비개만 둥둥 떠 있다. 반찬도 김치, 깍두기, 새우젓 그 외 이름 모를 반찬 한두 가지가 전부이다.
수적인 차이가 있었지만 전혀 의심하지 않고 원주는 이렇게 하는구나! 하면서 하고 첫 숟갈을 떴다. 낌새가 이상하다. 전혀 추억속의 순대국밥의 맛이 아니다. 국적불명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양념을 안 해서 그런가? 즉시 소금과 깨소금을 찾아 적당히 넣으면서 이제 제 맛이 나겠지 하면서 두 번째 뜨는 순간 “오천 원만 날렸구나!”하는 본전 생각이 앞선다.
한참앉아서 먹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며 쳐다보다가 순대를 하나 골라 먹어보고 이제는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방으로 갔다. 항의를 할 생각이었다. 주방 안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요즘 가끔 뉴스 때 뭇매를 맞는 식당의 몇 배는 더 벌금을 물어야 될 것 같은 주방의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오천 원을 주고 나왔다. 손님들도 의아한 듯 쳐다본다.
나와서 집근처 중국집에 와보니 추석전야라 일찍 문을 닫았다. 그래서 교회 와서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다. 일 년 동안 간간히 순대국밥 생각이 났다. 그 때 마다 침을 삼키며 그 맛을 그리며 기회를 보아 왔었다. 그런데 이런 꿈을 단 번에 날려버린 그 아주머니가 원망스러워 식식대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도대체 그분의 양심은 어떤 것일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사실 멍멍이한테나 주어야 될 것 같은 그런 성의 없는 음식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도무지 머리속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도 푸념을 늘어놓는다. 오천 원이 아깝다! 그랬더니 “그냥 없는 사람 밥 한 끼 사드렸다고 생각 하세요” 한다. 참 기가 막힌 황당한 일을 경험한지라 며칠이 되도록 지워지지 않고 간간이 그 일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살며시 나에게 교훈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기사 나도 식탁을 차리는 음식은 아니지만 성경의 말씀을 잘 준비하여 먹이는 사람이 아닌가? 즉 영의 양식을 지어 먹이는 설교자이다. 본능적으로 이일이 설교와 연계되어 나의 설교행적을 뒤돌아보게 한다. 음식을 맛있게 요리하여 손님에게 대접하는 요리사처럼 성경을 잘 해석하여 오래도록 두고 교훈을 삼을 수 있는 설교를 했는지! 아니면 이번 경험처럼 황당한 설교를 하여 다시는 오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설교를 하지는 않았는지! 지금 까지 오년 남짓 말씀사역을 해온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대체로 보아 설교자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 흔적들이 보인다. 그러나 간혹 후회스러운 장면도 생각이 난다. 일주일 내내 분주하게 생활하다 준비할 시간을 놓쳐 대충 가지고 올라가서 설교를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설익은 밥을 먹인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대충이라도 준비할 시간도 없어 이전의 원고를 그대로 가지고 가서 설교한 적도 있다. 묵은 밥을 살짝 데쳐서 먹인 셈이다. 그때마다 고발하는 양심을 잠재우기위해 무진 애를 쓴 것 같다. 결국 버티다 못해 회개하고 반성을 했지만 어쨌든 나도 성도들에게 황당한 설교로 쓴웃음을 짓게 만든 적이 있었다.
아이고! 그저 주님과 성도들 앞에 송구스러울 다름이다. 어찌되었든지 이번 경험을 계기로 설교자로 평생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교훈을 얻게 되었다. 바른 설교자의 도리를 뼈저리게 생각해 보는 특별한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작고 허름한 식당이라도 바른 양심을 가지고 영업을 해야 하듯이 비록 초라한 모습으로 목회를 할지라도 설교자로서 정직하고 순전한 양심을 갖도록 하겠다. 맛을 내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는 드라마 ‘식객’의 요리사들처럼 설교자로서 온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여 항상 즐겨듣고 변화를 일으키고 평생 기억되는 최상의 설교가 되록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원주에서 순대국밥을 찾을 일은 없을 것 같다. 혹시 누가 맛있게 하는 집을 소개해서 가는 일이 아니고는 이번 일이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스스로 찾아가는 수고는 안할 것 같다. 물질적으로 손해를 보고 스트레스도 꽤 받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설교자의 양심과 설교준비에 대해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교훈을 얻는 경험을 했으므로 본전치기는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