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등 살포행위의 법적 고찰
조민행(법무법인 동안 대표 변호사)
Ⅰ. ‘표현의 자유’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
탈북자 단체 등 국내 보수 단체 회원들이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전단지와 소형 라디오, 미국 달러를 풍선에 담아 보내는 대북 전단 등 살포행위가 이번 국정감사의 최고 이슈였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하여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막을 수 없다”거나,“민간단체의 자율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법적 근거와 관련 규정이 없다”고 강변해왔다.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통하여 자신의 인격 형성과 자아실현을 도모하고, 정치적 견해의 자유로운 형성과 표출을 통하여 우리 공동체의 통합적 정치질서를 만들어 나간다. 그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는 고도의 공공적 가치를 갖는 기본권으로서 이념의 좌우를 불문하고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 헌법 제 21조 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 제 2항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 역시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의 제한과 관련하여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하여 명백·현존위험의 원칙(rule of clear and present danger)이 확립되었다. 표현과 해악이라는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백히 존재하고(명백성), 표현과 해악의 발생이 시간적으로 연이어 있으며(현존성), 공공의 이익에 대한 해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위험)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백·현존 위험의 원칙을 염두에 두며 위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실정법이 무엇인지 간략히 살펴보자.
Ⅱ.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실정법
1) 형법상 일반이적죄
우리 형법 제99조는,“ 전 7조(외환유치죄, 여적죄, 모병이적죄, 시설제공이적죄, 시설파괴이적죄, 물건제공이적죄, 간첩죄를 말함)에 기재한 이외에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법 제 100조에 의거 이 죄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지난 10월 10일 북한으로 날린 대북 전단을 향해 북한은 고사포(14.5밀리 대공 기관총)를 동원한 사격을 실시해 고사포(총)탄이 민통선 일대의 군 주둔지와 민간지역에 떨어졌다”고 한다. 탈북단체의 전단 살포가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로 비화되어 국가안전보장에 심각한 위험은 물론 우리 군의 비무장지대에서의 군사력 운용 및 군사시설 유지 ‧ 관리에 차질을 초래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였다. 형법상 일반이적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2)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 8조에 의하면, 신고 장소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군사시설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시설이나 군 작전의 수행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그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탈북자 단체의 전단 등 살포는 탈북단체 회원들의 집회를 전제로 하고, 전단 살포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접경지역으로서 군사시설의 주변 지역이고, 이로 인하여 북한에 의하여 직접조준격파 사격이 이루어질 경우에 군작전의 수행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군사시설의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할 경우 관할경찰관서장은 전단 등 살포를 위한 집회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을 것이다.
3)항공법
항공법 제2조에 의하면, 초경량비행장치란 항공기와 경량항공기 외에 비행할 수 있는 장치로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동력비행장치(動力飛行裝置), 인력활공기(人力滑空機), 기구류(氣球類) 및 무인비행장치 등을 말하는데, 동법 시행규칙 제 14조에 의하면, 기구류란 기체의 성질·온도차 등을 이용하는 유인자유기구 또는 무인자유기구나 계류식(繫留式)기구를 말한다.
한편 항공법 제23조에는 초경량비행장치를 소유한 자에게 초경량비행장치의 종류, 용도, 소유자의 성명 등을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 제14조는 신고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는 초경량비행장치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항공법 제2조, 제23조, 동법 시행령 제14조, 동법 시행규칙 제14조).
대북 전단 등 살포에 사용되는 수소를 채운 풍선은 항공법상 산소보다 가벼운 수소의 성질을 이용한 무인자유기구라 할 것이다. 수소를 채운 풍선은 동력을 이용하지 아니하는 비행장치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관광 목적 등에 사용되는 헬륨을 채운 계류식 기구도 아니고, 그 길이가 7미터 이상나 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항공법 시행령 제 14조가 규정하고 있는 신고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는 초경량비행장치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할 것이다.
따라서 대북 전단 등 살포에 신고하지 않은 초경량비행장치를 비행케 한 행위는 항공법 제23조의 신고의무에 위배되어 동법 제172조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4)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의하면,“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물품등의 품목, 거래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하여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반출·반입’이란 매매, 교환, 임대차, 사용대차, 증여, 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등의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물품등의 이동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말한다.(동법 제 2조)
언론 보도에 의하면 수소 가스를 채운 풍선에 전단지 이외에도 미국 달러나 소형 라디오, 콤팩트 디스크 등의 물품을 함께 담아 날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위 물품 살포자가 북한 지역에서 이 물건을 발견하는 북한 주민에 대한 증여로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는 물품 등 반출에 해당된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통일부장관의 승인 없이 위 물품들을 풍선에 실어서 북측으로 날려 보내면 동법 제27조에 의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5) 경찰관 직무집행법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 사변,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그 장소에 있는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그 조치를 할 수 있다.(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정부는 북한의 대남 위협으로 인한 주민의 신변 안전 우려가 있거나 전단살포 단체와 주민과의 충돌 가능성 때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지난 2012년 10월에는 보수단체가 임진각에서 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임진각에서 4㎞가량 떨어진 자유로 당동 나들목등을 완전 봉쇄하는 방법으로 사전 차단하였다.
또한 경찰은 2013년 4월 13일 김포에서 살포하려고 이동 중인 전단을 실은 차량을 경찰 차량으로 에워싸는 등의 방법으로 사전 차단하였다. 당시 사전 차단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 5조에 따른 조치였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Ⅲ. 헌법재판소 결정과 정부의 정책의지
이처럼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할 현행법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 저지할 정부의 정책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다수의 국민은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10월 1일 공개한 ‘2014년 통일의식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의 49.1%가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차단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면 안 된다는 비율은 14.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6.1%였다.
전단 살포가 직접 이루어지는 접경지역 주민은 더욱 강경하다. 전단 등 살포로 인하여 경제적 피해는 물론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물리적으로 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포천·연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도 "(대북전단으로 충돌이 발생하면) 한순간에 우리의 대북정책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만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지난 10월 23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서기국 보도를 통해 "최근의 사태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삐라살포는 북남관계의 파국은 물론 전쟁까지도 불러올 수 있는 극히 위험천만한 행위”이며, "국제법적으로도 전쟁행위로 인정되는 삐라살포망동에 단호한 군사적 대응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이유는 많다. 우선 다수의 국민이 반대한다. 북한 접경주민은 생존의 문제라며 극렬히 반대한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혹시 이로 인하여 공단이 폐쇄될 것을 우려한다. 전단 살포를 둘러싼 남북한 사이의 신뢰상실과 첨예한 대립은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전단 살포로 남북이 이달 말 혹은 내달 초 열기로 한 2차 고위급 협의 개최여부가 불명확해진 것은 아닌가. 다소 길기는 하지만 표현의 자유의 제한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읽어보자.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 없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 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적 기능은 시민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립되는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해악이 처음부터 해소 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거나, 또는 다른 사상이나 표현을 기다려 해소하기에는 너무나 심대한 해악을 지닌 표현은 언론 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고 국가에 의한 내용규제가 광범위하게 허용된다.”(헌재1998.4.30. [95헌가 16])
대북 전단 등 살포를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라고 보아 내버려 두는 것은 국가안보에 지나친 위해를 끼치고, 국익에 치명적인 위험을 가져온다. 국가에 의한 광범위한 내용규제가 필요하다. 국가가 개입하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