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몇 개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비겁(卑怯)하다는 단어를 싫어하다 못해 혐오합니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시대를 살면서 정말 비겁한 자들을 많이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하는 짓이나 행동, 말이 비열, 비루하고 겁이 많다'라는 뜻이니까요.
오늘 아침 일어나 뉴스를 보다가 떠오른 단어인데, 그래서 "대체 비겁한 자들 특징이 뭘까?" 찾아봤습니다.
- 책임감이 없다. 약속도 잘 지키지 않고 다소 게을러 보이기까지 하다.
- 잘못을 저질러도 뉘우치는 법이 없다. 그러면서 미안하다는 말은 또 열심히 한다. 빨리 그 짜증 나는 상황을 벗어나고 싶으니까.
- 상대방의 꼬투리를 잡아서 화나게 만드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 잘못했을 때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순진한 상대는 혹시 자신이 더 잘못한건지 움찔하며 말려들게 된다.
- 거짓말을 잘한다. 이런 자들일수록 손해보기를 싫어하는지라 위기를 거짓말로 모면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진솔해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고, 솔직하다고 정직한 것은 아닌데 대부분 거기에 속는다.
- 핑계와 변명이 심하다. 마치 자기가 혼자 모든 짐 다 짊어진 듯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착한X 코스프레까지 콜라보를 해댄다.
- 똥고집과 이기심은 기본으로 다 갖췄다. 진짜 나서야 할 땐 가만있다가 싸우거나 기분 나쁘면 발동한다. 상대의 힘듬이나 아픔 따윈 안중에도 없다.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정말 구구절절 기가 막히게 정리해놨네요.
이런 자들이 잘난체하면서 나라를 이끈다고 행세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입니다.
이런 자(者)들을 겁쟁이, 비겁자라고 부르는데 가장 많이 쓰여지는 영어 단어는 coward(카워드)입니다.
kayaker들 사이에서도 coward라는 단어가 종종 쓰이곤 하는데, 그 대상이 사람을 포함하지 않는 자연(自然) 환경 또는 거기서 벌어지는 상황, 인위적이지 않은 행동이나 현상에 대한 것이라면 한낱 인간으로써 어쩌면 당연하고 본질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두려움(fear) 앞에서 비겁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이며 인간적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는 까닭은 '몰라서'라는데 정말 딱 맞는 말 같습니다.
어둠은 보이지 않아서, 이성은 어땋게 반응할 지 몰라서, 죽음은 무엇이 기다릴지 알 수 없기에, 급류는 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죠.
래프팅(rafting)을 실제 해보기 전까지는 모두들 긴장하고 두려워하지만, 막상 해보고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고 나면 다음 번엔 기대와 흥분감을 갖게 되듯 말입니다.
특이하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인간'도 있는데, 저는 그게 정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Kayaking을 하다가 직면하게 되는 상황들이 정말 위험한지 아닌지 실제 해보기 전까지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그 두려움 때문에 비겁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면 Kayaker가(특히 초보자가) 비겁한 자세를 취하는 것 역시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적어도 Kayaker가 자신이 마주하게 되는 '아직은 모르는 상황들(I don't know yet)' 앞에서 취하게 되는 '비겁한 태도'는 지극히 정상이며 어쩌면 '안전을 도모하는 태도'라고 보기에 결코 놀림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속으로는 자신도 없고 겁도 나는데 남들에게 비겁하게 보이기 싫다고 오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죠.
솔직히 겁나는 건 겁난다고 말하면 그만이고, 훗날을 기약하면 됩니다.
강(바다), 급류(조류), 바위(암초), 폭포(동굴), 홀, 파도.. 어디 가지 않거든요.
저 역시 Kayak을 탈 때마다 늘 겁이 나는 건 매한가지라서 최우선은 조심해서 타는 것이고 들이대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