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카페에 올린 글을 보고 어떤 분이 포랑산 환경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포스트는 <환경>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나서 해봅니다.
운남이 중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환경이 좋습니다.
친환경, 생태적이죠.
그런데 여기도 요새는 전보다는 많이 나빠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은 경홍에서 맹해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원래는 태족들이 벼를 심는 논이나 바나나를 경작하는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여기에 비닐하우스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쌀 키우는 논이나, 바나나 키우는 밭이나 비료 농약은 많이 할테니까 그게 그거라지만
그 넓은 땅에 마치 커다란 호수가 생긴 것처럼 하우스가 늘어선 것을 보니
약간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저 많은 비닐은 또 어떻게 처리하려나 싶어서요.
끝없이 늘어선 하우스에서 키우는 것은 수박입니다.
원래 서쌍판납에는 토종 수박이 있었습니다.
제 주먹 두 개 합한 것만큼 아주 작은 수박이었는데,
차 만들러 가는 계절이면 마침 수확철이라 길거리에 내놓고 파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가격은 싸게 사면 한 개에 1원, 우리나라 돈으로 200원입니다.
제가 그 수박만 보면 꼭 한 개씩 사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맛은 별로 없고, 모래처럼 서걱거리는 식감이지만, 수박 한 개에 200원이라니,
안 사먹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맹해에서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은 그런 작은 토종 수박이 아니라
우리나라 수박처럼 생긴 것입니다. 동그랗고 크기도 훨씬 커졌습니다.
트럭을 세우고 들어가서 수박을 네 덩어리 샀는데, 꽤 비쌉니다.
이 수박들은 광동에 있는 돈많은 사장 몇이 농민들에게 땅을 빌려서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수확하면 광동 등지로 팔려간다고 합니다.
맛을 보니 딱 우리나라 수박입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힘들여 농사짓는 것보다 오히려 소득이 더 높으니
너도나도 농사를 포기하고 땅을 빌려주는가 본데, 본래 이 땅이 벼를 심었던 곳이라
쌀 수확이 줄어들어서 쌀값이 무척 올랐다고 합니다.
본래 맹해 쌀이 맛있어서 경홍에 사는 사람도 맹해가면 쌀을 사가던데,
이제는 맹해 사람들도 쌀을 사먹게 생겼습니다.
여기는 포랑산,,,,
환경이 정말 좋습니다.
산지이긴 하지만 험난한 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평지도 있고,
또 토질도 좋다 하니 외지의 돈많은 사장들이 눈독을 들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광동 사장들이 와서 마을 땅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여기는 땅을 일년 이년 단위로 빌려주는 게 아니라 한번 계약하면 삼십년입니다.
그리고 일년에 소득의 몇%를 나누는 식입니다.
그렇게 땅을 빌려주면 당장 힘든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농사를 짓는 것보다 훨씬 큰 돈을 만지게도 되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그런 제의를 거절했답니다.
외지의 사장들이 이 지역 땅을 빌려서 심으려는 게 고무나무입니다.
고무나무가 서쌍판납을 대표하는 고소득 작물입니다.
주용씨 조카 중에 고무나무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데,
몇년동안 일하고 나니까 농장의 고무나무 일부를 분배해 주더랍니다.
그 고무나무에서 고무액을 받아서 회사에 팔았더니 일년에 10만원을 벌 수 있었대요.
중국돈 10만원이니까, 우리나라 돈으로는 2천만원 정도 됩니다.
그 조카는 남의 밑에서 일한 것이 딱 10년인데, 그 십년동안 뼈빠지게 일하고 번 돈이
다 합해도 10만원이 안 넘었답니다. 그런데 고무나무 분배받고 1년만에 10년간
번 돈을 한꺼번에 벌었다고 감격에 겨워합니다. 돈이 생기니까 제일 먼저 차를 삽니다...
마시는 차 아니고 타는 차입니다.. ㅎ
그런데 이런 고소득 작물인 고무나무의 문제가,,,
정말 엄청나게 많은 양의 비료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무나무가 있는 곳은 땅이 다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고무나무 심어서 고무액을 받아낼 수 있을 때까지 7-10년이 걸리고
그후 또 얼마 동안 고무액을 받아내고 나면 최종적으로는 나무를 잘라서
목재로 또 비싼 가격에 파는데, 심자마자부터 베어낼 때까지 줄곧 엄청난 비료를
주어야 살 수 있는 게 고무나무랍니다. 하긴 나무에 칼집을 그어서 고무액을
계속 뽑아내는데, 비료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살겠어요.
그렇게 땅을 빌렸던 사장이 큰 돈을 벌고 떠나 버리면 그 땅은
더이상은 아무것도 심을 수 없는 죽은 땅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이 마을에 외지 사장이 왔을 때 이런 내용을 설명하고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한 사람이
이 남성입니다. 우리가 차를 만든 집 주인입니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그때 마을 촌장을 맡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하니족 여성들이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뼈빠지게 일할 때 남성들은 한가하게 지냅니다.
그런 하니족 중에서도 이 양반은 정도가 더 심합니다.
안사람이 새벽에 일어나서 밥하고, 차따러 가고, 밤에 와서 밥하고, 살청하는 동안 하는 일은
차를 말리고 거둬들이는 정도,,,, 그나마 촌장을 그만뒀으니까 그 정도의 시간적 여유라도 있지
전에는 촌장 일이 바빠서 그나마도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안사람이 밥차려주면 소금간이 골고루 안 뱄니, 맛이 없니 타박을 합니다.
아빠가 그 모양이니 애들은 물론이고 친척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못받지만,
저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 혹하지 않고 멀리까지 고려할 수 있는 그의 안목에 감탄했습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그에게 한표...
물론 그가 제 남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습니다만,,,, ㅎ
고무나무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본래 차나무는 땡볕에서 키우는 것보다 약간의 그늘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다원 중간중간 키큰 나무를 심어서 그늘을 만들어주면
차맛이 지나치게 쓰고 떫어지는 대신에 단맛이 돕니다.
햇빛이 찻잎의 화학성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맹해지역에 장향목을 많이 심었습니다.
사진은 맹해의 다엽연구소.. 여기도 다원 중간중간 장향목을 심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차의 맛도 좋아질 뿐더러, 장향목 자체가 또다른 농가소득이 됩니다.
그래서 차나무와 다른 소득작물을 간작하는 것을 정부에서도 권하는데,,,,,
문제는 이런 것입니다.
차나무와 고무나무를 간작하는 것입니다.
고무나무가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주니 고무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은
뺀한 틈만 있으면 이 나무를 심는데,
문제는 역시 지나치게 많이 뿌려야 하는 비료와 농약...
여기는 건문씨와 놀러가다가 들렀던 마을인데, 청나라 때 역사책에도 이름이 올라갔을 만큼
유명한 마을이지만, 역시 산 전체를 다 깎아버리고 고무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차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주인이 차를 권하니까 건문씨가 컵에 잎을 잔뜩 담아서 우립니다.
그렇게 진하게 우려서 마셔야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하면서요.
차맛을 보니 윗입술에 불이 붙은 듯 활활거리고 목이 꽉 막힙니다.
엄청 불편합니다.... 건문씨는 이런 차는 절대 안 마시고 뱉어버리지만,
남의 집이니까 참고 한 잔을 마시더라고요.
주인에게는 직접 못 물어보고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같은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4년 전에 한번 약을 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합니다.
건문씨나 우리나, 4년 전에 친 약이 아직까지 이렇게 입과 목을 불편하게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무나무가 저렇게 같이 자라고 있으니
약을 안 쳤을리도 없습니다. 약을 쳤어도 바로 최근에 친 맛입니다....
다시한번,,, 다원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첫댓글 마음이 무거워 지네요... 땅을 경제적인 수단으로만 보는 사람들도 무섭고
차나무만 심어도 수익이 보장 되어서 좋은 환경의 다원이 계속 유지되는 방법은 없을까... 싶네요...
다른 건 몰라도 정말 고무나무는,,,,,
그래도 고무나무 자체가 너무나 돈이 되는 작물이라,,,,
중국의 경제가 점점 발전하고 있으니 고급차를 원하는 인구도 점점 늘어갈 것이고, 한국, 대만,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점점 고급 보이차(고수차)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갈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고차수가 고무나무 보다는 수익이 좋아 보입니다. 이 참에 운남으로 귀농을 해버려...
아마 고차수라면 고무나무보다 수익이 좋을 걸요... 그러나 낙지자님이 운남으로 귀농한다 해도 고차수 다원을 가꿀 수는 없을 겁니다... ㅎ 새로운 다원을 개발해서 한 4년후부터 잎을 수확하는 방법은 있겠네요...
수컷의 기본은 바운더리 설정과 장악이니 그 안의 모든 일은 여인이 알아서 주도해야함이 옳다 보여집니다~~^^
시행방법은 천태만상이겠지만~~! 구 촌장에게 저도 한 표~~!!
커피 농장과의 갈등은 아직 없는지요~~?
옛날 소수민족들은 다른 민족과의 충돌이 잦았으니까 남자들은 싸우는 역할을 맡고 여성들은 집안 일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이야 충돌이 없으니 남자들이 편히 지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돼지를 잡는다거나, 화잔을 만든다거나, 집을 짓는다거나 하는 일은 남자들도 합니다. 물론 여자도 함께,,,
서쌍판납 쪽에는 커피를 안 심으니까 커피농장과의 갈등이 없지만, 보산 같은 지역은 차값이 떨어졌을 때 차나무를 뽑아버리고 커피를 많이 심엇습니다. 지금 다시 차값이 올라가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읽으면서도 답답함이 전해집니다.엄청난 자본력 앞에서 앞으로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일부지역에만 국한되길 바래봅니다.
고무나무가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게 아닙니다. 해발도 중요하고 온도, 토양 등이 잘 맞아야 자랄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매강님 말씀에 공감 한표!
차나무만으로도 고무나무만큼의 수익이 나온다면, 굳이 고민할 것도 전혀 없는 일 아니겠어요?
어떻게든 그런 결과가 나올 원인이 생겨났으면 하고 바래볼 뿐입니다-_-
고차수라면 고무나무하고 수익이 비슷하려나? 대지차는 고무나무를 따라갈 수 없죠... 고무나무 농장 하는 사람들 돈 버는 이야기 들어보면 입이 안 다물어집니다....
욕심을 줄이면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건강한 차를 오래토록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