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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을 보관하는 플래시 메모리가 여러 분야에 쓰이게 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표준화 전쟁을 거쳤다. ‘컴팩트플래시(CF)’, ‘멀티미디어카드(MMC)’, ‘메모리스틱’ 등 많은 포맷이 나왔지만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SD카드’(Secure Digital Card)다. SD카드는 파나소닉, 도시바, 샌디스크가 내놓은 표준 규격이다. 애초엔 복제 방지 장치인 DRM을 염두에 둔 플래시 메모리 규격이었다. 1999년에 처음 기술이 제안됐고, 시장에 등장한 건 후발주자라고 할 만큼 늦었다. 하지만 이 메모리는 크기가 작고 안정성이 좋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결국 다른 메모리카드는 각자 장점에도 불구하고 점차 그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작은 휴대용 기기에 쓸 메모리로 손톱만한 ‘마이크로SD카드’가 시장을 평정해버렸다. SD카드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 사이에 SD카드 규격도 조금씩 바뀌었다. 크기를 기준으로 보면 마이크로SD와, 그보다 앞서 나왔다가 지금은 사라진 ‘미니SD’카드가 있었다. 파일 저장 방법도 꾸준히 개선됐다. 그러면서 카드 종류도 늘었다. 작은 카드 위에는 알쏭달쏭한 표시들이 그득하다. SD카드도 알아야 잘 쓸 수 있다.
크기의 차이, ‘SD vs 마이크로SD’스마트폰에 주로 쓰는 마이크로SD카드와 디지털카메라에 쓰는 SD카드의 차이는 크기와 모양 뿐이라고 보면 된다. 애초 더 작은 기기에 쓰기 위해 크기를 줄였을 뿐이다. 쓰려는 기기에 맞는 칩을 사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일반 SD카드를 쓰는 기기라고 하더라도 마이크로SD카드에 SD카드 어댑터를 꽂아 써도 된다. 크기는 달라도 성능이나 가격 차이는 별로 없다. 대신 이렇게 쓰면 디지털카메라에서 찍은 사진을 휴대폰에 옮겨서 본다거나, 차량용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PC로 옮겨보는 등 메모리 크기 때문에 골치를 썩일 필요가 없다. ‘서피스3’ 같은 몇몇 PC에는 공간을 줄이기 위해 SD카드 대신 마이크로SD 슬롯만 제공하기도 한다. 너무 작아서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걱정만 빼면, 대체로 마이크로SD카드에 어댑터를 달아 쓰는 편이 낫다.
HC·XC는 용량 차이현재 SD카드는 굵직한 세대 교체를 두 번 했다. 흔히 SD카드라고 부르지만,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메모리카드는 사실 ‘SDHC’다. 요즘 대용량 메모리카드에는 ‘SDXC’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 그냥 SD카드가 1세대라면 SDHC가 2세대, SDXC는 3세대로 보면 된다. SD카드의 직접적인 세대 구분은 용량에 따라 나뉜다. 1세대 SD카드는 최대 2GB까지만 출시됐다. 포맷 방식 때문이다. 이 SD카드는 기본적으로 FAT16으로 포맷된다. 예전 DOS부터 윈도우95까지 썼던 포맷 방식이다. 파일 테이블은 단순하지만 최고로 담을 수 있는 공간이 2GB가 한계다. PC에서 2GB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FAT32로 바꾸었던 것처럼, SD카드도 용량을 늘리면서 FAT32로 포맷을 바꾼다. 그게 바로 SDHC다. 4GB부터 32GB까지의 SD카드가 바로 이 SDHC다. FAT32는 최대 4TB까지 담을 수 있는 포맷이다. 하지만 FAT32는 저장 공간이 커지면 그만큼 파일 블럭 단위도 따라서 커진다. 안정성과 성능에 대한 문제도 있다. 파일 하나의 최대 크기도 4GB로 제한된다. 그래서 대개 FAT32는 32GB 이상의 용량으로 포맷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SDHC도 32GB까지만 나온다. 더 큰 파일을 담기 위해 나온 것이 3세대, SDXC다. 윈도우 PC는 FAT32 다음을 NTFS로 잡았지만 SD카드는 조금 다르다. exFAT라는 포맷을 쓴다. 외장형 장치를 위한 확장형 파일 테이블이다. exFAT는 이론적으로 64ZB(제타바이트)까지 기록할 수 있다. 6만4천TB(테라바이트)다. 아직까지는 개인이 그런 용량을 다룰 일이 없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무제한에 가깝다. 물론 이 역시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512TB 정도를 권장한다. 그래도 어마어마한 용량이다. 당분간은 SD카드의 기록 방식이 바뀌지 않아도 된다고 보면 된다. SDXC카드를 제대로 읽으려면 SDXC 리더가 필요하다. 최근 제품들은 SDXC 리더를 지원하고 있고, SDXC카드 역시 어느 정도 하위 호환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부 SDHC 리더에서는 카드를 제대로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용량이 큰 것도 좋지만 갖고 있는 기기가 64GB 이상의 카드를 읽을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 차이는 ‘클래스’로 구분플래시메모리를 가르는 또 하나의 기준은 속도다. 예전 컴팩트플래시 메모리를 주로 쓸 때는 딱히 속도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결국 업계는 CD의 기록 속도를 기준으로 플래시메모리의 속도를 재기 시작했다. CD의 1배속은 1초에 150kB를 기록할 수 있는 속도다. 당시 CD가 74분 기준으로 650MB를 읽고 쓰는 미디어였기 때문이다. 플래시메모리는 당연히 CD보다 빠르다. 100배속 플래시메모리라면 1초에 15MB를 쓸 수 있다. 600배속 같은 제품들도 나온다. 초당 90MB를 기록하는 것이다. 하지만 숫자로 표기하면 거창하고 한눈에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SD카드는 이를 비교적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일찍이 ‘클래스’라는 방법을 택했다. 클래스는 플래시메모리에 대문자 ‘C’속에 새겨진 숫자다. 이 안에 쓰인 숫자는 ‘최저 보장 속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클래스4는 1초에 최소 4MB를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장 높은 것은 클래스10이다. 적어도 1초에 10MB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클래스10의 기록 속도가 초당 10MB라는 건 아니다. 더 빠를 수도 있다. 최저 보장 속도를 쓰는 이유는 SD카드의 용도와도 관련이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할 땐 찍은 사진 파일을 빨리 저장하고 카메라의 버퍼 메모리를 비워야 다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비디오 카메라라면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비디오 파일을 실시간으로 SD카드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카메라의 파일 전송속도보다 빠른 메모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플래시메모리의 성능은 더 빨라졌다. 업계는 클래스 외에 또 다른 방식을 만들었다. 일단 기록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버스를 만들어냈다. 그게 바로 UHS다. ‘울트라 하이 스피드’(Ultra High Speed)의 약자다. 현재는 UHS-I이 널리 쓰인다. 그러면서 업계는 ‘UHS 클래스’를 새로 만들었다. UHS 클래스는 C 대신 대문자 U를 쓰고 그 안에 숫자를 쓴다. U1는 최소 10MB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U3는 1초에 30MB 이상 쓸 수 있다는 걸 뜻한다. U3라고 쓰여 있는 메모리카드에는 보통 C10도 함께 쓰여 있다. UHS-I 방식으로 통신할 수 있는 기기라면 U3로 작동해 초당 최소 30MB, 그렇지 않은 기기라면 클래스10으로 최소 10MB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요즘 나오는 SD카드들은 U3라고 쓰여 있어도 보통 50~80MB씩 쓸만큼 빠르다. 그래서 기업들은 포장에 최고 속도를 별도로 기록하기도 한다. 구입할 때 최저 속도와 최고 속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저가형 제품도 클래스10은 기본이어서 풀HD 영상을 기록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다만 4K 동영상은 보통 50~100Mbps의 대역폭으로 파일을 저장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U3클래스 정도는 돼야 한다. SDHC와 SDXC 사이에 속도 차이는 없을까? 저장 방식과 속도 사이에 연관 관계는 별로 없다고 봐도 된다. 과거 SD카드와 SDHC 사이의 기록 속도 차이는 방식의 차이보다 플래시메모리의 셀과 콘트롤러 성능 개선이 이유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SDHC와 SDXC는 용량의 차이일 뿐이다.
발행2015.0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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