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 시인이 출판인(도서출판 해성 대표)으로서 쓴 산문집 『나는 책을 만들고 책은 나를 만들고』(해성). 2019년 12월 20일 간행.
책이라는 것은 “작가의 혼이 밴 글에, 만드는 이의 정성이 깃든”(33쪽)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3개월에 구두 한 켤레를 갈아 신는 열정의 사나이”(155쪽)라는 부산일보 이광우 기자의 인물평에 새삼 저자를 생각한다.
‘지역 출판 30년 돌아보기’라는 부제가 있듯이 자금이 열악하고 전문인이 부족하고 유통 구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출판의 실정이 역력하지만, 1989년 자본금 200만원으로 30년 동안 책을 만들어 500종을 간행한 저력이 있으니,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이 많다. 부산에 500여 개의 출판사, 60여개의 문학비, 영도다리를 생각하는 사람들, 40계단, 무크지 운동, 동인지 운동, 최해군 소설가, 작고 문인과 전집 발간, 북하우스...
이 책을 읽고 나니 30년 이상 책을 만든 나의 시간도 떠오른다. 인쇄와 제본 등 제작 과정을 떠나온 지 오래되었지만, 나는 꾸준히 책에 손을 넣어 1천 권 이상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를 것이다. 오랫동안 책을 만들면서 가진 생각은 역사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 출판인의 시간을 기록한 산문집을 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나와 책 만드는 일로 인연이 된 부산의 시인들이 그리워진다. 김종미 김혜영 김참 김춘남 손순미 송유미 안효희 이선형 이영수 전다형 정연홍 정익진 정진경 조원 최희철 하빈... 더 있을 텐데... 얼굴을 모르는 시인들도 있구나. 부산에서 나도 책을 낼 수 있을까.
* 추기 : 2017년 8월 24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 부산에서 만나다> 답사행사에 기꺼이 함께해주고 저녁 행사의 사회자 역할도 잘 해준 김성배 시인께 거듭 고마움을 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