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를 읽다 / 이령
나는 구름의 문장을 베고 행간의 이불을 당겨 밤 보다 깊은 새벽을 밝히며 살아도 죽은 듯, 죽어도 산 것처럼 회전하는 부호에 갇혔다.
치릿(chirrit)-해 뜨기 전
새들이 지저귀는 아침 이제 가시금작화도 눈(雪)을 툭툭 걷어내야 할 텐데
잠든 시간과 깨어있는 시간 그 간극을 가르며 후투티는 만년설의 심장, 붉은 꽃의 형상을 소리로 베낀다 새소리는 설원의 심장을 쪼아 먹고 허공의 한 점이 된다
상사병으로 죽은 이는 붉은 꽃으로 환생 한다지
울음을 제 등에 지고 가는 슬픔을 베낀 다지
달을 건지려고 호수에 빠졌다는 남자와 그이의 심장이고 싶었던 여자
사이엔 백년의 시차가 있다지
니트스(nyitse) -해가 산꼭대기에 걸려 있는 낮
줄담배를 피우듯 먼지구름을 몰고 지프가 달리고
총을 쏘며 휘파람을 부는 풍광을 섬기게 된 나라
어디든 언제든 있어야 했다는 듯 익숙한데
소리 잃은 새들과 소리를 잊어버린 사람들의 눈빛은 어디든 있는데
눈길만으로 피어나던 우리들의 꽃은 다 어디로 갔나?
가시금작화가 사라진 이곳에서 그는 더 이상 보릿가루, 양젖만으론
오래된 미래*를 살 수 없다지
그는 어디에든 있고 어디에도 없다네
공고르트(gongrot)- 어두워진 다음부터 잠잘 때까지
아마트라 옴*이 댕강이는 내 머리는 어디에 둘 것인가?
노련한 표정과 만나면 난 어지러워.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사람들이 있지
던지는 일만 생각하는 넌 늘 오른쪽을 좋아하고 목마른 난 가끔 왼쪽이 궁금하지
난 걷고 넌 달리지. 넌 없고 난 있지
지금이라 말하는 순간 이미 지금이 아니어서 난 깨어 있어도 잠든 거라네
넌 어디든 있고 난 어디든 없다네
이별 이전에 그리움은 이미 시작 된다네
이별 후의 사랑까지 사랑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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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하다/ 이령
난 말의 회랑에서 뼈아프게 사기 치는 책사다
바람벽에 기댄 무전취식 속수무책 말의 어성꾼이다
집요할수록 깊어지는 복화술의 늪에 빠진 허무맹랑한
방랑자다
자 지금부터 난 시인是認하자
내가 아는 거짓의 팔 할은 진지모드
그러므로 내가 아는 시의 팔 할은 거짓말
그러나 내가 아는 시인의 일할쯤은
거짓말로 참 말하는* 언어의 술사들
그러니 난 시인詩人한다
관중을 의식하지 않기에 원천무죄지만
간혹 뜰에 핀 장미에겐 미안하고
해와 달 따위가 따라붙어 민망하다
날마다 실패하는 자가 시인이라는 것이 원죄이며
사기를 시기하고 사랑하고은 책망하다 결국 동경하는 것
이 여죄다
사기꾼의 표정은 말의 바깥에 있지 않다
그러니 詩人의 是認은 속속들이 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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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령
오래된 미래를 읽다외 1편(2024.생명과문학)
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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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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