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뛰어보자구...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2006년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KBS월드넷 독자 여러분들과 그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그런데 말만 그렇지, 실은 별로 기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하루하루 어른이 되어간다는 게 그렇게 기쁠 수 없음을 나는 안다. 아니 그걸 어른들 모두가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361킬로미터 떨어진 교육의 도시, 더니든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길로 Guinness Book 에 등록된 곳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Baldwin Street 이다. 크라이스트처치와 달리 더니든은 구릉지대로 이루어진 도시인 관계로 주택지 자체가 산등성이에 많이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꼭 Baldwin 이 아니더래도 급한 경사길은 많은 도시인 것이다.
이 언덕길의 총 길이는 161.2 미터로 나와있다. 지상에서 47.22 미터 높이로까지 올라가 있고 이것의 경사도는 1 in 3.41, 그리고 가장 경사가 급한 부분은 꼭대기 부분으로 길이가 70.6 미터에 경사도는 1 in 2.86 이라고 한다. 난 이걸 볼 때마다 161이면 161이지 161.2에다가 47.22, 70.6 은 뭔가 그런다. 뉴질랜드란 나라가 그리 정확한 스타일은 않은듯한데 한번씩 이런 데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거기에 경사도마저도 희한한 걸 사용한다. 내가 자세힌 모르지만 이 지구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경사도를 표시하는 말로 몇 도 혹은 몇 퍼센트 란 말을 사용하는데 1 in 2.86, 1 in 3.41이라는 말은 대체 무슨 말이란 말이냐?...
언젠가 삼성그룹의 이공계열 박사 한 분이 나하고 여행을 하면서 이걸 풀었는데 십 몇 도라고 그랬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그때 적어 논 걸 찾으니 없다…이럴 때의 황당함이란, 내 볼 따귀를 스스로 한방 날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급히 우리 동네 문태연씨를 찾아서 물어보니 계산기로 답을 가르쳐 준다. 이 양반은 자연계열이니 나보다 수학을 훨씬 잘한다.
문제풀이는 이렇다. 수학에서 a면과 b면이 1일 때 이 두 곳을 연결하는 선의 경사도는 45도가 된다. 즉 b/a = tan 45 이다. 그러므로 1 in 2.86 이란 1/2.86=tan θ, 그래서 계산하면 19.27 도가 나오고 1 in 3.41 은 16.38 도라고 한다. 이걸 풀 때는 역으로 아크 탄젠트를 사용한다는데 이건 또 뭔 말인지…
최고 경사도 19도정도이지만 이곳에 사람들하고 가서 넌지시 물어보면 다들 45도쯤 안되나요? 그런다. 이런 곳에 의외로 한국 분들의 감각이 약하다. 45도는 탱크가 올라갈 경사지 결코 일반 차량은 올라가질 못한다. 그런데 이곳은 꼭대기에도, 길 주변에도 주택이 즐비하기 때문에 일반 승용차들도 잘도 올라들 다닌다.
꼭대기에 서서 내려다보면 용평 스키장 생각이 난다. 그래…실버나 레드보단 경사가 약하고 블루하고는 비슷하다는 생각(블루는 19.8도, 실버나 레드는 26도가 조금 넘는다). 이곳에 눈이 오면 스키타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불인지 행인지 더니든엔 눈이 없다.
전에 이곳 꼭대기까지 허벌나게 자전걸 타고 올라 온 사람을 본적이 있다. 처음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 중간에 말겠지 그랬는데 놀랍게도 끝까지 올라왔다. 물론 기어 자전거지만. 그리고 어떤 날은 꼭대기에서 소년 두 명이 자전걸 타고 둘이서 쏜살같이 내려가기 시합을 하는 걸 봤다. 미쳐…이게 뉴질랜드다. 지구상에 그 어떤 사람들도 할 수 없는 짓을 얘들은 태연히 하더라. 정말 대단한 뉴질랜더들…그리고 여기 사는 우리도 힘 좀 내자구요!
추 1 : Baldwin Street 에 그렇게 관광객들이 몰리고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면서 시끄럽게 올라 다녀도 아무도 불평하는걸 본적이 없다. 이런 모습이 더니든의 강점이라고 난 생각한다.
추 2 : 매년 열리는 더니든 페스티벌 행사의 일환으로 여기 꼭대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레이스가 열린다. 밑에까지 허벌나게 뛰어갔다가 돌아 오기…이름하여 ‘Baldwin Gutbuster’ -buster 는 터진다는 말임. 그럼 내장이 터지도록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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