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농협, 두 갈래 평행 수사 진행 중 회사 공금 3억2000만원 유용 혐의 반부패수사대는 강호동 회장 뇌물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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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당국이 연이어 농협을 들여다보고 있다. 회장 개인 수사와 회사 시스템 수사 두 갈래로 동시 사법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13일에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농협중앙회 본관을 압수수색했다. 이튿날인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농협 정상화를 직접 주문했다. 농협의 사법리스크는 다른 금융지주사와 다르게 거버넌스에 관련이 깊다는 특징이 있다. /편집자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가 농협중앙회 본관 준법지원부를 압수수색했다. 임직원 형사사건 변호사비 3억2000만원이 회사 공금에서 빠져나간 의혹을 들여다보는 강제수사다.
15일 사정당국과 농협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 수사관들을 보내 준법지원부의 회계 장부와 변호사 선임 관련 서류, 내부 결재 문건을 확보했다.
변호사비 3억2000만원이 어떤 형사사건의 누구를 위해 지출됐는지, 결재 라인을 누가 거쳤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앞서 지난 1월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경찰에 농협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1월 9일 사건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에 배당된 이후 약 4개월 만의 첫 강제수사다.
◇농협중앙회 향한 두 갈래 수사, 동시 가동
이번 압수수색의 의미는 사건 자체보다 수사 구도에서 드러난다. 농협중앙회 한 곳을 두고 두 갈래 경찰 수사가 평행으로 가동되고 있어서다.
이미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 중이다. 농협중앙회 한 곳에 경찰의 두 갈래 수사 라인이 동시에 걸려 있다.
강 회장이 2024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 전 농협 계열사와 거래하는 한 용역업체 대표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1억원대 현금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2025년 9월부터 내사에 들어갔고 같은 해 10월 15일 농협중앙회 본부 내 강 회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강 회장은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고 지난달 4일 피의자 신분으로 첫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다른 한쪽이 이번에 압수수색을 진행한 금융범죄수사대 라인이다. 회장 개인 비리가 아니라 회사 시스템 차원의 비위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기존에 반부패수사대에서 수사하던 강호동 회장 금품 수수 의혹 사건과는 대상자와 혐의 사실이 달라 금융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농협중앙회를 두고 회장 개인 라인과 시스템 라인이 평행으로 가동되는 구도 자체가 흔치 않다.
◇정부 감사 14건 수사 의뢰…회장 비리 집중 조사
농협과 강 회장 한 사람을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합동감사반은 지난 3월 9일 농협중앙회·자회사·회원조합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4건을 수사 의뢰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인 변호사비 대납 사건은 그 14건 가운데 한 갈래에 불과하다. 14건은 크게 세 갈래로 묶인다.
첫째 갈래는 강 회장 본인의 직접 금품 의혹이다. 반부패수사대 라인의 1억원 뇌물 사건이 가장 무겁다.
지난 4월 MBC PD수첩은 '강호동 회장과 비리 백화점' 편에서 한 퇴직 인사가 인사 청탁 명목으로 2000만원이 든 홍삼박스를 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정부 합동감사반은 2025년 2월 강 회장이 한 지역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으로 580만원 상당의 황금열쇠 10돈을 받은 사실도 청탁금지법 위반 정황으로 보고 수사 의뢰 명단에 올렸다. 강 회장은 황금열쇠를 나중에 반환했다.
둘째 갈래는 회장이 결재했거나 묵인했다고 합리적 의심이 가는 회사 차원의 비위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인 임직원 변호사비 3억2000만원이 여기 들어간다.
농협중앙회는 직원이 개인 형사사건에 휘말리면 회사 차원의 고발 여부를 인사위원회 심의로 정해야 한다. 그러나 농식품부 감사 결과 2022년 이후 발생한 직원 범죄 혐의 6건 가운데 인사위 심의 자체가 열린 사례가 없었다.
변호사비 3억2000만원이 어떤 의사결정 라인을 거쳐 지출됐는지가 이번 수사의 1차 쟁점이다.
한 회원조합이 연체 대출 금리를 임의로 조정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설정해 당기순손실 3억4500만원을 당기순이익 5억1000만원으로 허위 공시한 뒤 4억4000만원을 배당까지 실시한 분식회계 정황도 같은 갈래다. 추가로 회장 선거 비위 의혹 기사를 막으려고 한 중앙회 임원이 해당 언론사에 광고비를 집행한 사안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 임원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농협경제지주 요청으로 농협중앙회가 2022년 한 신설법인에 부실 심사로 집행한 145억원 신용대출도 14건의 한 사안이다. 2024년 제15차 이사회가 즉석 안건으로 부회장 등 11명에게 1억5700만원의 특별성과보수를 검토 없이 지급한 사실도 정부 감사 지적사항에 들어 있다.
셋째 갈래는 회장이 직접 사익을 챙긴 영역이다. 강 회장은 2024~2025년 농협재단 핵심간부 A씨를 거쳐 재단 사업비 4억9000만원을 유용해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조합장·조합원·임직원에게 답례품을 제공하고 골프대회 협찬비로 쓴 혐의를 받는다.
같은 간부 A씨는 농협재단 '쌀소비 촉진 캠페인' 사업비로 개인 사택 가구류와 안마기, 사치품, 자녀 결혼식 비용 1억3000만원도 사적으로 썼다.
강 회장이 비상근인 농협중앙회장직과 별개로 농민신문사 회장(상근)을 겸직하며 연 3억원이 넘는 보수를 별도로 받은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강 회장의 농민신문사 출근일은 취임 후 560일 가운데 40일에 그쳤다. 강 회장은 문제가 불거진 뒤 농민신문사 회장직에서는 사임했다.
그라나 강 회장은 다섯 차례 해외 출장에서 1박 250달러인 숙박비 상한을 초과해 총 4000만원을 과다 지출하고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묵은 사실도 적발됐다. 정부 감사반은 강 회장이 2006년부터 18년간 조합장으로 재직한 경남 합천 율곡농협이 2025년 3월 정기예금 예치를 부탁하자 농협재단이 같은 해 3·4월 각 50억원씩 총 100억원을 송부한 사실도 들여다보고 있다.
◇개인 비리 아닌 시스템 붕괴…내부통제 마비 확인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압수수색을 강 회장 한 사람의 비리 수사로 좁혀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변호사비 3억2000만원의 성격이 문제다.
회사 공금에서 이 돈이 빠져나가려면 결재 라인 임직원 다수의 손과 회사 차원의 시스템 묵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농식품부는 감사 중간결과 발표에서 농협중앙회의 내부 통제 장치가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고 짚었다.
직원 범죄 혐의를 고발 대상에서 빼려면 인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원칙이 2022년 이후 6건 모두에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근거다.
외부감사 위원으로 특별감사에 참여한 하승수 변호사는 1월 8일 정부 발표 자리에서 농협중앙회와 단위조합 비위의 뿌리가 선거 제도에 있다고 지적하며 공소시효 6개월 특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농협을 둘러싼 사법당국의 칼날이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해보인다"며 "다른 지주사와는 다른 거버넌스 자체가 리스크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다음 날인 14일 이재명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농협을 직접 정조준했다.
이 대통령은 "농업의 근간을 지탱하고 있는 농협의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합원 주권이라는 관점에서 지배 구조를 조속하게 개선하고, 민주적 통제 강화 등 정상화 조치 역시 차질 없이 신속하게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당국의 두 갈래 수사와 대통령의 농협 정상화 주문이 같은 시기 동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