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과 공 동 체 이 야 기
2010-07
보 행(步行), 속 행(速行), 비 행(飛行)
박병민 목사(새터공동체)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몇 십 년 전에 마을의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크고 넓어보이던 동네고삿길이, 나이가 든 지금의 시야에는 작게만 들어온다. 통머리가 커져서 그런지, 드넓던 학교의 운동장도 이제는 그렇게 크게 보이지를 않는다. 봄과 가을의 학교 소풍 길은 으레 서대산 중턱에 자리한 개덕사와 원흥사라는 두 곳의 절집을 번갈아가며 찾았는데, 군데군데 돌로 덮인 자갈길을 걸어서, 옆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한동안 올라서야 겨우 맞닿아 다다를 수 수 있는 그 길이 무척 힘이 들었던 것이, 지난날의 아련한 생각 속에 자리한다. 개덕사 절집 뒤편에서 우렁차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지금도 듣고 싶어 연중 한 두 번을 찾을 때면, 그 폭포수의 물줄기는 외소하게 보여 진다. 예전에는 비도 많이 내렸는데, 요즈음은 하늘에서 뿌리는 비도 적어 땅이 목 말라할 때가 많다. 아니면 내가 작은 아이라서 폭포수 소리가 귓가에 더더욱 크게 소리 지르며 들려졌었던 것인가? 어느 동역자의 말이 기억난다. 자신은 살아가는 동안 자동차를 지니고 살지 않겠노라는 다짐을 했다는 얘기였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너나 나나 수중에 지니고 다니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살아가시는 어느 교수님도 소식으로 접할 수 있었다. 어릴 때에는 서슴없이 걸어 다니던 그렇게 멀지않은 길도 지금은 차로 나다니고 있기에 편안함을 사람들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그것은 사람들이 몸에 지닌 열량의 많은 부분을 산화해가며 지내야 되는데 그렇지를 못한 실정으로 살아가고들 있다. 나도 거반 별다르지 않으니 나의 채신머리도 커 있을 수밖에는 없다. 제주도에서는 출판 일을 하시던 어느 여자 분이 시작이 되어,대문에서부터 집 앞 도로까지의 골목길이라는 뜻을 지닌 “올래길”이라는 것을 만들어왔는데, 그길이 많은 사람들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래서 여러 지방에서는 또한 그것을 본 따서 둘레길이라는 것을 개척해 가고 있다. 사람을 이동시켜주는 차량은 어떻게 보면 걷지를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먼저 필요한 물건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연습장이 전국에 두 곳 밖에는 없다고 한다. 운전을 배워서 차량을 사용할 수 있는 장애인들이 매우 적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의 차례가 되기까지는 넉 달은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다른 지방의 먼 곳에까지 가야만 차량을 손수 접할 수 있는 실정, 이런 것이 바로 어처구니가 없는 이 나라의 현주소이다.
축구를 좋아한다는 방송인 김 흥국 씨가, 취중에 있는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다준다는 대리운전 전화번호가 042-8282-8282번이라는 것을 선전하면서 다급하게 달려드는 말이 있다. “으하하. 김흥국이예요. 042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대리운전. 042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대리운전...... 빨리 오니 불러봐.” 그런데 이것과는 다르게 중국에는 “만만디”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 말은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리다는 뜻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들에게는 “漫漫地走(만만지주)”라는 말이 있다. 느릿느릿 만만디로 걷는다는 말이라고 한다. 나는 매사에 느리다는 충청도 사람이지만 걸을 때에는 아내보다 저만큼 앞에서 걸어 갈 때가 자주 있다. 부부 사이가 서로 간에 짝을 맞추어가며 행동을 같이해가는 반려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때로는 옛날 어른들처럼 앞에서 동떨어져서 걸으니 거리감을 몸소 보여 가며 사는 듯싶다. 그러다가 몇 주 전에는 동료들 모임이 있었고, 뒤이어서 그것을 주선한 친구 집으로 이동하다가, 예사로 부인들 속에서 함께 오겠거니 생각하며 잘 살피지를 않아 급기야는 아내를 잃어버리는 일이 생겨나고 말았다. 바로 그 어처구니(생각 밖으로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를 빠뜨리는 당혹한 일을 치러냈다. 느리다는 것을 이야기해보자. 피에로 쌍소는 “느림이란 게으름이나 무력감과는 다른 것이며, 시간의 재촉에 떠밀려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에서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그런 단호한 결심을 하기란 아직 불안하고 나약한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속도에 스릴을 느껴가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실은 속도를 추구하는 삶이 물질적인 풍요와 일정한 만족감과 성취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와 기술적 진보의 이면에는 타인, 공동체, 지구환경, 생명 존중을 파괴하는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속도 지향적 문명은 누군가에게는 풍요로운 것을, 반면에 누군가에게는 불편을 가져다주는 일상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이기적 행복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시간은 금이다”라고 말하면서 케이티엨스를 타고 달리듯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풍요롭다고 하는 것들을 위해 오늘도 세상에서 내달리 듯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다른 것들을 추월하고 끼어들기 일쑤다. 그래서 “5분 먼저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는 말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인생은 속전속결의 속도전이 아니다. 많은 부분에서 심사숙고 속의 지지부진한 것이 사람살이이다. 그래서 성서에서도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것이니라..... 오직 너 하나님의 사람아 이것들을 피하고 의와 경건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쫓으며 믿음의 선한싸움을 싸우라”(디모데전서 6:7-12). 츠지 신이치라는 분은《슬로우 이즈 뷰티풀》라는 책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은 멈추는 자들의 아름다움이고 지혜로움이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함께 살아가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함께 사는 것을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자는 다시 한 번 멈추는 것에 대하여 새롭게 배워야한다. 아니면 적어도 좀 더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고도원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토를 단다. 빠른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느림이 아름다울 때가 더 많습니다. 느림 속에서 질서가 생겨나고 양보와 배려가 생겨나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화목과 평화의 공간을 마련해 줍니다. 느림을 들여다보면 삶의 풍요가 보입니다. 라고 이야기 하신다. 우리는 속행(速行), 속보(速步) 보다는 만행(漫行)이 인생길에서 더더욱 필요하다. 그렇게 보행을 해야지 오래 걸어갈 수 있고, 십리를 더 가서도 발병이 나지를 않는다.
요새 사람들은 케이티엨스의 속행(速行)을 넘어서, 비행기를 타고 세상을 눈 아래다 놓고 급속도로 날아가고 마는 비행(飛行)을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러다가 보니 간혹 비행(非行)을 저지른 사람이, 이 나라 울타리 밖의 다른 지역으로 비행기(飛行機)를 타고 비행(秘行)해 가는 모습을 뻔히 두 눈을 뜨고도 놓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데 간혹 있는 비행의 사고는 대형 사고를 불러다준다. 1980년대 말에 불리어졌던 시인 김남주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라는 곡을 이곳에서 노래하고 싶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어차 건네주자. 해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 가면 쉬었다가자. 아픈 다리 서로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빨리 빨리 보다는, 천천히 천천히를 외치며, 아픈 다리 서로기대며 함께 간다는 이야기처럼, 또한 장애인들이나 약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세상으로까지 낳아가야 한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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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이은주 김복순 지명수 권희숙
채경일 주송례 진영택 김정화
박소웅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
진선미 박한솔 박진솔
* 여러 가지의 육신과 정신적 아픔 중에 있는 새터공동체 식구들의 건강한 몸이 되기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세요.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금성교회.충전교회.최선희.정무래.주식회사EG(이광형).최영애.라홍채.박종만.진영택.이은주.최성재.행복공동체(박세아외11인).김기홍.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1인).양오석.채윤기(박현실).수영교회.공주원로원교회.유성반석교회.충청지방통계청.대한적십자사금산군지구협의회(정인구외4인).진명구.동춘교회221목장(김봉숙).성남교회(한영선).이원교회.새내교회(박완철외5인).살림교회(박상용외14인).대덕교회.대성교회여전도회(2인).금산주부클럽(3인).임정순.산돌교회(최태준).사랑의쌀나눔공동체(장진성).신영숙외1인.대한적십자사금산군추부봉사회(성삼순.정인구외1인).오정교회5남선교회와5여전도회(21인).그리스도의집(옹인숙).동춘교회4남선교회.금산군모란회(4인)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