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한여름 산행기를 올리려니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지난 여름산행 중 빠트린 곳이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이번에 오를 산은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천마산이다.
천마산과 백운산을 연계한 후 가매달계곡으로 내려오는 환종주산행이 되겠다.
들머리는 울주군 두서면 미호리의 상동마을이다.
상동 경로당 앞에 주차를 하고 포장도로를 한참 걸어가야 한다.
마을길을 지나면서 도로변에 핀 갖가지 꽃들이 발길을 사로잡지만 한편으로는 마을 축사에서 내뿜는 악취에 코가 괴롭다.
봉숭아.
도라지.
백도라지.
참깨.
덩이괭이밥.
설악초.
보현사갈림길을 지나,
사위질빵.
달맞이꽃.
무궁화도 예쁘다.
승룡사를 거쳐,
배롱나무.
들머리에 도착했다.
우측 산길로 들머리가 있는데,
거의 정글탐험 수준이다.
등로도 희미하고, 경사도 심한데다 높은 습도에 바람도 없어 땀이 줄줄 흐른다.
10여분 후 호미기맥길과 접속한다.
나지막한 봉우리에서는 우회를 하는데 봉우리를 지나가려고 바로 넘어가니 엉뚱한 방향이었다.
다시 되돌아 와서 정상 등로와 합류를 한다.
508봉.
잠시 조망이 트이는데 멀리 가운데 단석산과 앞쪽의 복안산, 그리고 그 뒤 선도산도 살짝 보인다.
경주 내남면 박달리의 윗고사리마을(뒷쪽).
우측으로 멀리 경주 남산과 고위봉도 보이고.
557봉.
단풍취가 지천이다.
천마산에 올랐지만 사방이 가로막혀 조망이 전혀 없다.
'낙동정맥이 지나는 백운산 정상 바위 전망대 아래에 삼국통일 전 김유신이 수도했다는 동굴이 있는데 김유신이 이 동굴에서 천마를 타고 땅을 박차고 날아 올라 처음 발을 디딘 곳이라 하여 천마산이라 한다.'
등로는 갈라지는데 우측으로 가야한다. 무심코 직진하면 복암저수지로 바로 내려서는데 등로도 희미해지다가 곧 없어진다.
482봉을 지나서 희미한 등로를 따라 송전탑 앞으로 내려섰는데 등로가 불분명하다.
방향만 잡고 등로를 찾아 헤매는데 간간이 시그널이 보이기는 하지만 역시 등로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 헤매다가 우측으로 등로를 찾아 가니 정상등로와 만나,
가매달로 내려섰다.
두서면 미호리에서 탑골로 이어지는 가매달은 태화강 백리길이 숨겨둔 보물이다. 가매달에는 열 개의 소(沼)와 여섯 개의 징검다리가 있다. 선녀가 목욕을 했던 선녀탕, 구렁이가 약이 올라 빠져 죽었다는 구이소, 계곡을 건너던 소금장수가 미끄러져 계곡 물이 짠물로 변했다는 소금쟁이소가 있다. 또 색시가 탄 가마가 계곡 물을 건너다가 미끄러져 빠져 죽었는데, 가마 속에 둔 요강을 닮은 요강소 전설이 전해온다.
다시 임도 옆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려다 날씨가 너무 더워 도로를 따라 탑골 샘터로 가기로 한다.
탑골샘 입구 갈림길에 도착했다. 우측 삼백육십오일사(사찰) 방향으로 간다.
좌측은 하산길이 될 것이다.
탑골과 탑곡 공소
백운산에서 탑이 굴러내려 "탑골"이라는 지명을 얻었다.
탑골 상류에는 태화강의 발원지가 있다. 1801년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탑골에서 살기 시작했고 공소는 그 뒤 만들어졌다. 탑곡 교우촌은 경주, 밀양, 의성에서 피난 온 고령 박씨, 밀양 박씨, 반남 박씨 집안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였다. 이후 전성기에는 신자가 100명을 넘기도 하였다. 탑곡 공소는 예씨네 집안이 상선필로 옮겨가면서 상선필공소의 발판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태풍 피해로 공소가 내려앉은 데다, 독가촌 강제 이주 정책으로 거의 이농하면서 현재는 공소 터만 남아있다.
탑곡공소 옛터.
탑곡에 신자가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신유박해(1801년)로 강이문이 이곳으로 유배해 왔고, 장기현(포항 부근)으로 유배 온 정약용이 자신을 찾아온 경주의 예씨 청년을 강이문에게 소개하면서 시작되었다고 구전으로 전해진다.
그 후 예씨 청년은 고향으로 가서 이웃과 친척들을 권면하여, 5,6세대를 입교시켜 탑곡 인근 산골로 이주해 왔다고 한다. 이후 고령박씨, 밀양 박씨, 반남 박씨, 경주 김씨 집안들이 박해를 피해 이주해 옴으로써 1830년 후반에는 교우촌이 형성되었다.
아마도 샤스탕 신부가 언양지역 사목방문을 할 때 이곳에 왔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탑곡 교우촌(1839년~1983년)의 신자들은 외교인들을 영세시켰고, 혼인을 통해 여러 집안이 이주해 옴으로써 전성기(1910년)에는 100명이 넘는 신자들의 공동체로 발전하였다.
탑곡공소의 예씨 집안이 상선필로 옮겨가 상선필공소의 발판을 놓았고, 이후 내와공소도 이곳에서 분리되었다. 그러나 신앙의 자유가 허락되면서 깊은 산중의 신자들은 도시로 나가게 되었고, 이농현상이 심화되면서 결국 신자들 모두가 떠나게 되었다.
현재는 공소터(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탑곡 524)와 주변에 흩어져 있는 신자들의 묘들만 옛 자취를 말해주고 있다.
언양성당 신앙유물전시관에 탑곡공소에서 사용하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제대, 라틴어 미사경문, 전례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우측 삼백육십오일사 방향으로 올라간다.
날씨가 너무 더워 여기서 잠시 세수를 하고,
탑골샘 입구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향한다.
탑골샘 방향으로 접어들면 숲길이 나타나 햇볕을 피할 수가 있었고 곧이어 나타나는 계곡을 따라가니 계곡에서 서늘한 기운까지 올라와 산행이 한결 편해진다.
나무데크를 지나면 바로 탑골샘이다.
탑골샘에 도착.
탑골샘은 태화강 최장거리 발원지로(유로연장 47.54km) 백운산 계곡 해발 550m 지점의 절터 주변상에 위치하고 있다.
탑골샘은 절터에서 10m 가량 아래 바위틈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지점을 칭하나,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반경 3m 정도의 주위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수량은 약 15톤/일로 풍부한 편으로 이 줄기는 계곡을 따라 흘러 미호(복안)저수지, 대곡천으로 흘러 태화강으로 합류한다.
샘터에서는 뒤쪽 좌 우측으로 시그널이 달려 있는데 좌측 로프가 매여져 있는 등로는 백운산으로 바로 오르는 길 같아 삼강봉으로 가기 위해 우측으로 올라간다.
초입을 지나가면 역시 등로를 찾기가 힘들어 신경을 써야 했다.
간신히 등로를 찾아 올라가면,
호미기맥길과 합류한다. 길을 찾아 헤매느라 탑골샘에서 1시간이나 걸렸다.
삼강봉 오르는 길. 위가 삼강봉이다.
백운산 북쪽 삼강봉(三江峰)은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3곳으로 나뉘어져 동남쪽은 울산 태화강으로, 동북쪽은 포항 형산강으로 서쪽으로 떨어진 물은 낙동강으로 이어진다고 하여 삼강봉이라 부른다.
지나온 천마산.
울주 두서면 내와리.
소호고개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능선. 바로 앞의 855봉과 멀리 단석산도 보인다.
삼거리에서 좌측 백운산 방면으로 향한다.
삼강봉에서 바라 본 백운산.
지나온 삼강봉 능선.
소호마을 뒤로 문복산과 그 뒤로 상운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고헌산의 자태가 우람하다.
암릉을 올라서면 다시 시원하게 조망이 열리고...
문복산 마루금.
돌아본 삼강봉과 855봉.
지나온 천마산과 그 옆의 아미산.
백운산.
울산 울주군 두서면에 위치한 893m의 산으로 신라때는 열박산(咽薄山)으로도 불렀다. 신령한 산으로 신라의 김유신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무예를 닦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백운산에서 잠시 내려서면 좌측으로 옛목장으로 가는 길이 열려있다. 좌측으로 내려선다.
백운산 갈림길에서 약 20분간 내려서면 시야가 트이며 좌측 선재봉과 우측 아미산이 보인다.
옛 목장터를 지난다.
푸른 초원이 펼쳐지는데 풀을 띁는 소떼가 있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
갈림길에서 좌측 선재봉으로 올라선다.
우측은 상선필 마을로 가는 길이다.
선재봉(586m).
선재봉을 내려서면 포장도로 고개로 내려선다.
말구부리길과 논중바위.
말구부리는 상선필에서 탑골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로 말이 짐을 메고 올라가다 고꾸라져서 넘어질 만큼 가파른 길이라 하여 이곳 주민들은 '말구부리길'로 부른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독특한 바위와 마주하게 된다. 일명'논중바위'로 이곳 인보리, 내와리 일대의 만장들판 논에 자리 잡은 큰 바위이다. 논 한가운데에 있는 논중바위는 농부가 논농사를 짓기에 매우 거추장스럽고 얄미운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전에 올라섰던 탑골샘 입구로 돌아왔다.
우측 가매달계곡 방향으로 향한다.
좌측에 천마산에서 내려온 길.
계곡으로 가기 위해서는 직진한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계곡 수량이 풍부하고 물도 무척 맑다.
이리저리 건너 다니며 내려가다가,
시원하게 알탕을 즐긴 뒤,
복안저수지에 도착하고, 지겹도록 새카맣게 달라붙는 모기떼를 쫓으며 저수지 갓길을 지리하도록 걸어서,
바늘꽃.
다시 상동경로당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감한다.
도상거리 20km, 9시간 30분 걸렸다.
무덥고 습도가 높아 조금 애를 먹은 하루였다.
게다가 왠놈의 모기가 그리 많은지!
아마도 마을에 있는 축사 때문이리라.
천마산은 별로 권하고 싶은 산은 아니었다.
지겹도록 성가시게 달라붙는 모기와 씨름하느라 진절머리가 날 정도!
하지만 가매달계곡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나마 위안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