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막걸리
와인(Wine)은 단순히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와인이 생산된 지역의 문화와 역사, 지리, 환경 등 다양한 ‘스토리’를 배우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2011년 7월 1일)로 관세(關稅) 혜택을 받아 유럽산 와인을 과거보다 싼 값으로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이 적당하다.
한ㆍEU FTA가 발효되는 금년 7월은 금ㆍ토ㆍ일요일 모두 5일씩 있는 특별한 달이다. 이런 현상은 823년 전에 한번 있은 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희귀한 2011년 7월이므로 여러 가지 모양의 올 7월 달력을 모아 두면 미래에 귀한 물건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와인은 ‘프랜치 패러독스’를 통해 세계적인 술로 발돋움했다. 프랜치 파라독스(French Paradox) 즉, ‘프랑스인들의 역설(逆說)’이라는 말은 1991년 미국의 CBS 인기 뉴스 프로그램 ‘60분’에 보도됨으로써 세계적으로 알려진 표현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동물성 지방을 다른 유럽 사람에 비해 많이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심장병(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낮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1990년대 미국은 심장질환(心臟疾患)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프랑스인들이 미국인들보다 훨씬 더 기름진 식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프랑스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을 밝히려다 나온 표현이다. 즉, 프랑스인들의 일상적인 와인 섭취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와인을 많이 마셔도 와인의 성분 때문에 건강하다는 역설적 표현이다.
일부 학자들은 프랑스인과 비교해 미국인의 식생활에서 부족한 한 가지가 와인인 점을 내세워, 특히 레드 와인의 소비와 심장질환 발병률 감소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 이 사실이 방송에 보도되고 나서 미국인의 레드 와인 구매가 39%나 증가했다. 그러나 와인은 음식과 곁들여서 적당한 양을 꾸준히 마실 때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루에 적당한 양은 약 300ml(와인 두 잔 정도)이다.
와인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이 프렌치 패러독스를 푸는 열쇠이다. 폴리페놀(polyphenol)은 포도의 껍질, 씨 등에 주로 함유되어 있으며 탄닌, 카테킨,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폴리페놀은 레드와인의 경우 1리터에 1-3g, 화이트와인은 1리터당 0.2g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레드와인이 건강 측면에서는 더 좋다.
보통 사람들이 비싼 와인과 싸구려 와인의 맛 차이를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을까? 답은 ‘잘 구별하지 못한다.’이다. 영국 허트포드셔대학 심리학과 리처드 와이즈맨 교수 연구팀은 최근 열린 에든버러 과학페스티벌에서 일반인 578명을 대상으로 3-4파운드(약 7000원)짜리 싸구려 와인과 10-30파운드(1만8000원-5만원)짜리 중급 와인(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각각 4종)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눈을 가리고 맛을 비교하는 실험)를 실시했다.
와인 시음자(試飮者)에게 어느 쪽이 더 비싼 와인인지 맞혀보게 한 결과 비싼 와인을 구분해낸 사람의 비율은 평균 50%였다. 즉, 둘 중 아무거나 하나를 골라 정답을 맞힐 확률과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3.49파운드(6000원)짜리와 15.99파운드(3만원)짜리가 비교 대상이 된 프랑스 보르도산(産) 레드 와인의 경우, 더 비싼 와인을 제대로 맞힌 정답자은 39%에 그쳤다.
와이즈맨 교수는 “이번 실험이 주는 메시지는 싸구려 와인이나 비싼 와인이나 맛은 같다.”고 말했다. 이에 영국 과학자들은 싸구려 와인과 비싼 와인의 차이를 제대로 알기는 어려우니 요즘 같은 불황기(不況期)에 비싼 와인을 마시는 것은 돈 낭비이자 시간 낭비란 결론을 내렸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보도(2011년 4월 13일)했다.
하지만 와인잡지 편집장 가이 우드워드는 “어차피 맛은 주관적(主觀的)인 것이다. 비싼 와인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그것이 비싸다는 사실 그 자체”라고 반박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명품(名品) 와인을 맛보고 나면 명화(名畵)를 보고 극장을 나설 때의 느낌과 같이 오래 지속된다. 즉, 좋은 와인은 여운(餘韻)이 한 달 이상 가기도 한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 결혼식(2011년 4월 29일) 피로연(披露宴)용 영국 와인 ‘채팰 다운 화이트 와인’ 1병 가격은 8.50파운드(약 1만5000원)였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전통주(傳統酒)의 모체로 우리 민족이 천 년 이상 마신 술로서 탁주(濁酒) 또는 농주(農酒)라고도 부른다. 쌀 등을 원료로 하여 술을 빚은 후 발효가 끝나면 여과하기 않고 고운체에 막 걸러 낸다고 해서 ‘막걸리’라고 한다. 막걸리를 여과하면 약주(藥酒), 청주(淸酒)가 되고, 증류하면 증류식 소주(燒酒)가 된다.
막걸리는 알코올 함량이 낮으면서 단백질, 식이섬유를 비롯해 유산균(乳酸菌)과 효모(酵母)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쌀과 누룩이 발효하면서 다양한 유기산과 생리활성 물질이 생성된다. 청록파(靑鹿派) 시인이며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한 조지훈(趙芝薰, 1920-1968)은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만 빚었다 하여 막걸리를 ‘삼도주’라 부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가 담긴 전통주(傳統酒) 장인정신으로 세계화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직접 막걸리 등의 전통주를 만들 수 있는 교육기관과 체험관이 늘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 충정로에는 경기대학교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설립한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인 ‘수수보리아카데미’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막걸리 생산량은 3만5079kL로 역대 최대 생산량을 기록하여 이전의 역대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던 2010년 6월의 3만3906kL보다 약 l000kL 늘어난 수치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010년 막걸리의 중국 수출량은 91만3104달러를 기록해 2009년(13만8862달러)보다 657%나 늘어났다. 막걸리 주요 수출국인 일본도 289%나 늘어났다. 일본 막걸리 시장은 2010년 180억원이었으나 2011년 300억원, 2012년 4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프렌치 패러독스’보다 과학적으로 더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막걸리 패러독스’를 통하여 세계인이 즐기는 막걸리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막걸리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사람의 체질(體質)에 맞는 6-8% 저(低)알코올 술이란 점이다. 또한 최근 막걸리의 새로운 효능이 밝혀진 점도 소비가 늘어나는 요인이다. 생막걸리에는 효모와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다. 막걸리 100ml에 1억-100억마리가 들어 있는 유산균(乳酸菌)은 정장작용에 도움을 준다. 효모(酵母ㆍyeast)는 양질의 단백질과 아미노산 8종이 함유하고 있으며 무기질과 비타민 특히 비타민 B군이 풍부하다. 막걸리의 저(低)칼로리(100ml 기준 40-70kcal) ‘웰빙주’ 이미지와 영양학적 효능이 지속적으로 밝혀짐에 따라 앞으로 막걸리의 인기는 꾸준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막걸리에 파네졸(farnesol)이 다량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포도주나 맥주(15-20ppb)보다 10-25배 많은 150-500ppb가 막걸리에 함유되어 있으며, 막걸리의 흰색 고형분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파네졸은 주로 허브에 함유된 향기 성분으로 동물실험에서 항암(抗癌)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한국식품과학회지(2011년 4월)에 게재된 막걸리의 기능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막걸리에는 비만(肥滿)억제 효과, 항암(抗癌)효과, 염증을 완화시키는 소염(消炎)효과가 있다. 즉, 막걸리(동결건조물)는 전지방세포의 분화를 억제해 지방세포로의 분화와 지방축적을 억제하는 항(抗)비만 효과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또한 막걸리에는 암 주변의 신생(新生)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암 전이를 저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염증(炎症)은 체내에서 발생한 산화스트레스에 의해 촉진되는데 와인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이 항염증 활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막걸리에도 염증 매개체의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막걸리도 알코올이 함유된 술이므로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반병 정도가 우리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글/ 박명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첫댓글 막걸리의 구체적인 효능에 대한 설명이 있어 더욱 막걸리를 선호하게 되었읍니다. 소량의 알코호이 심장이나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과 함께, 오래도록 막걸리 즐기기를 시도 할렵니다. 감사합니다.
<오보> 우리나라 주요 일간지 과학부장을 역임한 지인이 위 글 가운데 '823년 만에 보는 2011년 7월 달력'에 관한 정보를 메일로 보내와서 그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그 지인으로부터 관련 내용이 <오보>라는 메일을 다시 받았습니다. 7월은 31일이 있기 때문에 1일이 금요일에 오면 항상 금 토 일요일은 5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이 일어날 확률도 7분의 1로서 실제로 지난 2005년에도 이런 일이 었었다고 합니다. 자료의 사실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고 타인의 말을 인용하여 쓴 저의 글이 혼돈을 드려 죄송합니다. 양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