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조춘(早春)
춘우이화백春雨梨花白
동풍유색황東風柳色黃
수가취옥적誰家吹玉笛
요양락매향搖揚落梅香
설죽<雪竹>
봄비에 배꽃이 하얗고
동풍이 부니 버들개지 노랗네
누가 옥 피리를 부른가?
매화 향기 흩날리는구나!
조춘(早春) 시(詩)는 조선중기(朝鮮中期) 권래(權來)의 시청비(侍廳婢)였던 설죽(雪竹)의 시(詩)다. 송강(松江) 정철(鄭澈) 제자(弟子) 석전(石田)과 반상(班常)의 신분(身分) 성별(性別)의 벽을 깨고 천부적(天賦的) 시재(詩才)로 교류(交流)를 했다고 한다. 재색(才色)까지 겸비를 했고 자호(自號)를 취죽(翠竹)이라고 하고 설창(雪窓) 월련(月蓮) 취선(翠仙) 등의 호(號)를 사용했다고 한다. 호(號)에서 묻어나는 품세(稟勢)가 보통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재주가 뛰어나 대청마루 벽을 사이에 두고 시문(詩文) 공부하는 소리를 몰래 듣고 글을 깨우쳐서 작시(作詩)를 하였다고 하니, 설죽(雪竹)의 시재(詩才)는 타고난 것 같다. 설죽(雪竹)의 시(詩)는 권상원(權尙遠)의 시문집(詩文集)인 백운자시고(白雲子詩稿) 뒤쪽에 166수(首)가 수록(收錄) 되었다고 한다. 설죽(雪竹)의 조춘(早春) 시(詩)는 오언절구(五言絶句) 측기식(仄起式) 시(詩)다. 압운(押韻)은 하평성(下平聲) 양통운(陽統韻) 황(黃) 향(香) 한운통(韻統)으로 작시(作詩)를 했다. 총(總) 이십자(二十字) 짧은 글자로 이른 봄 풍광(風光)을 기승전결(起承轉結) 시어(詩語)로 명시(名詩)를 남겼다. 설죽(雪竹)의 생몰연대(生歿年代)은 확실한 자료가 없고 봉화마을 안동권씨(安東權氏) 권래(權來)의 시청비(侍廳婢)였다고만 전한다. 안동권씨 여종이었지만 재주와 말솜씨와 가창력까지 뛰어났기 때문에 문중의 배려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봉화군에서 설죽(雪竹) 시(詩) 낭송회(朗誦會) 설죽시집(雪竹詩集) 발표회, 설죽예술제(雪竹藝術祭)까지 해마다 문화컨텐츠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주옥(珠玉) 같은 시제(詩題) 낭군거후(郎君去後) 시(詩)를 보면 님을 그리는 마음이 애절도 하다. 낭군님 떠나간 뒤 소식이 끊겨 봄날 청루에서 홀로 잠드네, 촛불 꺼진 사창에서 한없이 우는데 두견새 울어 배꽃도 달도 지네<郎君去後 郎君去後音塵絶 獨宿靑樓芳草節 爥盡紗窓無限啼 杜鵑叫落梨花月> 이 시는 조선 사대부 선비들이 설죽(雪竹)의 시재(詩才) 실력(實力)을 시험해보려고 낭군이 죽었다고 치고 시(詩) 한수 지어 보라고 시험(試驗)해 보려고 지은 시(詩)라고 한다. 이 시는 칠언절구(七言絶句) 평기식(平起式) 시(詩)다. 압운(押韻)은 입성(入聲)17운(韻)중에 설통(屑統) 절(節), 월운(月韻) 운목(韻目)으로 작시(作詩)를 했다. 요즘 근체시(近體詩)에서는 평성(平聲) 운(韻)중에 한 운통(韻統)으로만 시작(詩作)을 하는데 설죽(雪竹)의 낭군거후(郎君去後) 운통(韻統)은 입성(入聲) 운통(韻統) 작시(作詩)가 특이점(特異點)이다. 설죽(雪竹)이 노후(老後) 작으로 알려진 병억산가(病臆山家) 시를 보면 강남의 가을비 쓸쓸히 내리고, 하늘 멀리 병든 몸 눈물만 나요, 안동에 제집 있어도 가질 못하고, 꿈길에나 석천 서쪽 엘 가려 해요,<病臆山家, 江南秋雨正妻妻 臥病天涯無限蹄 家在福州歸未得 夢魂長落石泉西> 병억산가(病臆山家)는 설죽(雪竹)이 노후(老後)에 쓴 것으로 가을비 쓸쓸하게 내리는 객지에서 병이 들어 고향(故鄕)인 석천을 그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도 칠언절구(七言絶句) 평기식(平起式) 시(詩)다. 압운(押韻)은 상평성(上平聲) 제통운(齊統韻) 중에 제(蹄), 서(西) 운족(韻族)으로 정석(定石) 작시(作詩)한 명시(名詩)다. 설죽(雪竹)은 파란만장한 일생을 산 것 같다. 15세 때 권벌 주인댁 노비(奴婢)와 짝을 지어 주려고 하자 가출(家出)을 하여 보름 만에 돌아왔다고 한다. 이후에는 시청비(侍廳婢)가 되었다가 양반가(兩班家)의 첩(妾)으로 10년을 살다가 사별(死別)하고 나서는 선비들과 만나는 기생(妓生)의 삶을 산다. 설죽(雪竹)은 16세 무렵 성석전(成石田)과 인연을 맺어 10년간 한양(漢陽)에서 거주(居住)하다가 20년간 지방의 관기(官妓)로 살았다. 46세에 재상가의 첩으로 들어가 생을 마치고 석천정사(石川精舍) 부근에 묻혔을 것이라고 추측(推測)이다. 오늘은 시청비(侍廳婢) 설죽(雪竹)의 한시(漢詩) 시정(詩情) 속을 반추(反芻)해 보았다. 사람은 가도 그가 남긴 시향(詩香)은 남아 있구나! 여여법당 화옹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