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양과 건강' 연구가, 지중해식 식단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고, 초가공식품의 과도한 섭취는 그 위험을 높인다는 일치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낮춘다’거나 ‘높인다’는 표현은 수치로 설명하기 전까지는 모호하며, 그 수치는 혼란을 주기도 하고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건강과 영양 관련 연구에서 특정 식이의 효과를 평가할 때 흔히 사용하는 지표가 바로 ‘위험비’hazard ratio,HR이다. 이 지표가 무엇을 말해 주고, 무엇을 말해 주지 않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지중해식 식단을 통한 심혈관 질환의 1차 예방'연구를 예로 살펴보자. 이 연구에서는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을 가진 7,447명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추가' 지중해식 식단을, 대조 그룹은 '견과류 추가' 지중해식 식단을 먹게 하고, 또 다른 대조 그룹은 기존 식습관을 유지하되 지방 섭취에 주의하라는 권고만 했다. 지중해식 식단은 채소, 과일, 콩류, 견과류, 생선, 올리브오일을 많이 섭취하고, 단 음식과 붉은 고기, 가공육을 줄이는 식단을 말한다.
4.8년의 추적 관찰 후, 세 그룹에서 각각 96건, 83건, 109건의 심혈관 질환이 발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위험비는 0.7이다. 언론은 이를 두고 ‘지중해식 식단이 심장병을 30% 줄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심혈관 위험요인을 가진 100명이 지중해식 식단으로 바꾸면, 향후 5년 동안 30명이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사망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위험비는 연구 기간 중 어느 시점에 한 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 질환 발생을 겪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HR이 1이면 두 그룹 간 차이가 없다는 뜻이고, 1보다 작으면 치료군(이 경우 지중해식 식단군)의 질환 발생률이 더 낮고, 1보다 크면 더 높다는 의미다. HR이 0.7이라는 것은 연구 기간 동안 어느 시점에서 치료군의 질환 발생률이 대조군의 70%라는 뜻일 뿐, 정말 알고 싶은 ‘절대적인 발생 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연간 질환 발생 수를 보면,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 1,000명당 연간 8건의 질환이 발생했고, 대조군에서는 11건이 발생했다. 8을 11로 나누면 0.7의 위험비가 나온다. 다시 말해 치료군에서는 질환이 대조군의 70% 비율로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는 1,000명이 1년 동안 피할 수 있는 질환발생은 고작 3건에 불과하다. 5년으로 환산하면 1,000명당 15건이다. 즉, 심혈관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이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다고 해도, 5년 안에 심혈관 질환을 피할 확률은 1,000명 중 15명, 즉 1.5%다. 이는 “심장병을 30% 줄인다”는 표현보다 훨씬 덤덤하게 들린다.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이점은 작지만, 인구 전체로 보면 그 이점은 엄청나다.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는 사람이 100만 명이면, 5년 동안 15,000건의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다. 계산된 위험비의 신뢰도이다. 이는 ‘신뢰구간’confidence interval으로 판단한다. 이 연구에서 HR 0.7의 신뢰구간은 0.54~0.92로 보고되었다. 연구를 여러 번 반복한다면 결과는 0.54에서 0.92 사이 어디에든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지중해식 식단군의 질환 발생률은 대조군의 54%일 수도 있고, 92%일 수도 있다.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것은 데이터의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의미다.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초가공식품 섭취와 심혈관 질환 위험: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살펴보자. 이 연구에서는 프랑스 연구진이 10만 명이 넘는 참가자를 5년간 추적했다. 참가자들은 3,300가지 식품의 섭취를 평가하기 위한 설문을 정기적으로 작성했고, 심혈관 질환 발생 여부를 보고했다. 식품은 가공되지 않은 것부터 초가공식품까지 네 단계로 분류하는 NOVA 시스템을 이용해 평가했고, 초가공식품 섭취가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을 비교해 위험비를 계산했다.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HR은 1.12로 나타났고, ‘초가공식품이 심장병 위험을 높인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언론보도가 뒤따랐다. 실제로 이 연구는 초가공식품 섭취자가 심장병 발생률이 12% 더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초가공식품 섭취가 낮은 식단을 1년간 유지한 1,000명 중 약 5명이 심혈관 질환을 겪는다. 섭취가 높은 집단에서는 위험이 12% 증가하는데, 이는 1,000명당 연간 약 0.6건의 질환 발생이 추가되는 수준이다. 매년 심혈관 질환 발생 1건을 예방하려면 약 2,000명이 초가공식품을 적게 먹는 식단을 따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초가공식품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12% 증가시킨다’는 말보다 훨씬 덜 위협적으로 들린다. 다시 말해 개인이 얻는 이득은 매우 작지만, 인구 전체 차원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이다. 보고된 신뢰구간은 1.05~1.20으로 역시 넓다. 실제 차이는 12%가 아니라 최소 5%일 수도 있고 최대 20%일 수도 있다. 영양 연구에서 신뢰구간이 큰 이유는 결과를 왜곡하는 교란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가공식품을 덜 먹는 사람들은 신체활동이 더 많거나,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진단을 받고 식단을 바꿀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영양 연구에서 HR이 1.2 미만이면 신뢰구간이 넓고, 절대 위험은 작다. 흡연과 폐암처럼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는 노출 요인은 HR이 10~20에 달하며 신뢰구간도 작다.
심혈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거나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100명 중 1명만 위험감소혜택을 본다고 해도 인구 전체로 보면 그 효과는 엄청나다. 우리나라 성인 약 4,000만 중 70%인 약 2,800만명이 심혈관 질환 위험요인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고 한다. 100명 중 1명만 혜택을 본다 해도, 이는 28만 명의 심혈관 질환 발생을 예방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100명 중 1명만 혜택을 보는 그 1명이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 올리브오일과 견과류·과일·채소를 더 많이 먹고, 감자튀김·핫도그·햄버거·가당음료는 줄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