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도면은 열 평이 채 못 되는 별채 사랑방 역할을 할 통나무 구조의 황토방이다.
(아궁이를 가장 따뜻한 곳에 두어 한겨울에도 따뜻한 곳에서 불도 때고
아궁이 옆에서 바베큐 파티도 하자는 설계가 시공하면서 조금 바뀌었다.
전면에 두면 지저분하지 않을까하는 주인장의 의견을 따랐다.
아궁이를 집 뒤쪽으로 보내자고 했으면 그리 쉽게 수긍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마흔 댓 평의 본채를 지으면서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구들을 시공한 황토 온돌방을 하나 만들자고
건축주와 뜻을 모았으나, 농가 주택으로 적용받을 건축 면적을 넘겨버렸으니 곤란한 문제가 대두하였다.
열댓 평 더 짓자니 전용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더 엄격히 따지자면야 건축주 내외 모두가 농사 외의 전문 직종에 종사하여 수입이 많으니 농업인으로의
전용비 면제 혜택은 넌센스다.
가끔 법의 적용은 애매한 상황을 발생시킨다.
행정 담당자도 정확한 법령의 적용을 통한 업무수행 능력이 있어야 하겠고,
한 푼이라도 더 아껴 집을 지어야 할 건축주 역시 농지법 임야법 건축법 개발행위에 관한 법령 중 자신의 경우에 해당
되는 것을 잘 알아야 안 내도 될 돈을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회봉사를 위한 헌금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면 다를 수도 있을 터...ㅋ
결국,
황토방은 고추 말리는 창고로 신고하고, 취미 생활을 위한 음악실은 버섯 재배사로 즉, 두 놈 다 농사용 창고로 신고하고
이를 위해서 기둥과 지붕까지만 하고 마감은 나중에 건축주 혼자 하기로 했다.
창고를 통나무로 하는 게 괜찮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창고 짓는데 재료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걱정되면 처음 설계부터 소나무 기둥이라고 도면에 쓰세요'라고 권해 드렸다.
그리고 그 건축주는 뼈대와 지붕만 완성된 황토방에 관리기와 각종 비료 플라스틱 함지박 같은 온갖 지저분한 것들로
가득 채워 두었다. ("저렇게 하고 보니 진짜 창고 맞네!" 하며 웃고 떠들던 기억이.....)ㅋ
집을 지을 곳을 흙을 올리고 둔덕을 만든 다음 가까운 곳에서 중국 돌을 구해서 기둥 설 자리에 올렸다.
다시 말하자면 땅을 파서 들메로 흙을 다지고 생석회든 시멘트 몰탈로 주춧돌 아래를 고정시키고 기둥을 세우고
그랭이질을 하고 톱으로 가공한 다음 다시 세우고 각 기둥의 수평을 맞추고 다시 눕혀 기둥 촉 가공을 하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한다면 시간과 빌더들의 임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누가 옆에서 거들었다.
저렇게 기초하면 집이 무너진다고....ㅠ
같은 일을 보고 정 반대로 의견이 갈라진다.
흙을 좀 더 올려지어야 될 텐데...
황토집 아궁이 불 때면서 엉덩이를 하늘로 쳐올리고 고개를 거꾸로 돌리다시피 해서 아궁이 속을 보는 일을 하지 않으려면...
정원이 완성되면 집은 점점 낮아질 텐데...
큰 주춧돌을 사 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직영이란 최종 결론은 건축주의 생각대로다.
곡절 끝에
구조체를 세웠다.
이튿날은 천장 루바를 붙이고 지붕의 목조를 완성했다.
그다음엔 지붕 팀을 불러 방수 시트를 덮고 싱글을 입혔다.
굳이 건축주가 지붕에 올라가 못을 박을 필요가 없는 일이다.
위 사진처럼 되기 위해선 통나무를 가공한 상태에서
시공을 위한 일은 빌더 10인 슁글 기술자 1인 보조 1인으로 완성된다.
물론 이삼일 간의 숙식비용이 따로 들고, 굴착기(02) 한나절 정도의 공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저 일을 건축주 혼자서 하면 나무 가공까지 합한다면 2~3 개월은 족히 걸릴 수도 있다.
어쩌면 허리를 다쳐 병원에 누워 있는 시간이 2~3 개월 더 걸릴지도 모른다.
혹자는 여기까지의 상황 전개를 보고는 건축주 직영의 방식에 미흡함을 느낄 것이다.
자재 구매하고 임금 지급하고 직종별로 생기는 선택과 결정은 했다손 치더라도 좀 더 물리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구경만 하자니 갑갑하고 손이 근질거리고 같이 어울려 땀도 흘리고 같이 즐기고, 임금도 줄이고....
그러나 조급할 필요는 없다.
이제 목수들이 빠지고 나면 웬만큼 된 것 같은 공정이 얼마나 많은 일을 남기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요.
일에 지치고, 돈에 지치고, 부인의 잔소리에 지치고, 지나가는 개마저 훈수 둔다고 멍멍 짖어대고 있을 테니...ㅋ
훗날 불을 잘 못 피워 엉덩이를 하늘로 들고 불 때던 건축주께서는
이웃 할아방에게 연기 안 나게 불 피우는 방법을 배우고야
쳐들었던 엉덩이를 땅으로 내릴 수 있었다.
차가운 구들 아궁이속에 연기부터 가득 채우고서야 무슨 불이 들일까?.
세상에 별별 것에 다 비결이 있다면서 또 막걸리 한잔 들이켰다.
이제 벽체와 창문을 달고.... 제법 살림살이가 안정됐다.
중국 맷돌을 일렬로 심었다.
연못도 만들고, 장독대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