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암바위는, 산길을 안내할 동복면사무소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잘 봐둡니다. 이 골짜기 물로 받아 만든 안성저수지 상단에는 벼논들 사이에 도라지 밭이 가꾸어져 있는데 흰 꽃과 보라색 꽃이 한창 곱게 피어 PD가 이를 놓칠 수 없는지 저에게 탄성을 지르며 다가가 도라지꽃을 찍는 장면을 연출시킵니다. 지시대로 따르지만 정작 우리는 밭에 경작하는 작물이나 꽃들은 거의 찍지 않아서요. 나중에 살짝 귀띔해 주기로 합니다.
금성산성, 입암산성과 함께 전남 3대 산성
우리는 신성마을 제2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좀더 산행 같은 산행을 하려면 더 아래 제1주차장 못미처 유격훈련장에서 옹암바위의 암벽을 타고 옹암삼거리를 거쳐 오를 수 있지만 우리는 촬영 인력과 장비도 있어 동복면사무소에서 나온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제2주차장에서 골짜기를 건너지 않고 거의 정북쪽 쌍두봉 목줄기를 타고 능선을 따라 오르기로 합니다. 초입의 등산 안내도 앞에서 잠시 촬영을 하고 금방 따가워지는 햇살을 피해 숲길로 들어서니 별천지 같습니다. 여름 산 등산 이러지 않고는 못 하지요. 게다가 명랑한 새소리, 벌레소리들과 가늘게 귀밑을 간지르는 바람결은 또요!
그늘이 좋아 룰루랄라 하던 게 금방 가팔라지는 산세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중국 명산 등산 때 곧잘 나오는 일선천을 방불케 하는 나무 계단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데 끝이 안 보입니다. 작은 산이라 여겨 잠시 방심한 것이 실수였나 봅니다. 뒤따라 오던 촬영 팀이 “잠깐만 멈추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제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든 코스”라며 그냥 주저앉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헐떡이는 가슴을 달래며 목을 축이려고 물통을 꺼내다 그만 물통째 떨어뜨리고 맙니다. 가파른 사면을 통통 튕기며 떨어지는 물통! 후배가 주우려 내려가는 걸 촬영 팀 PD가 “웬만하면 포기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신성마을 제2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좀더 산행 같은 산행을 하려면 더 아래 제1주차장 못미처 유격훈련장에서 옹암바위의 암벽을 타고 옹암삼거리를 거쳐 오를 수 있지만 우리는 촬영 인력과 장비도 있어 동복면사무소에서 나온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제2주차장에서 골짜기를 건너지 않고 거의 정북쪽 쌍두봉 목줄기를 타고 능선을 따라 오르기로 합니다. 초입의 등산 안내도 앞에서 잠시 촬영을 하고 금방 따가워지는 햇살을 피해 숲길로 들어서니 별천지 같습니다. 여름 산 등산 이러지 않고는 못 하지요. 게다가 명랑한 새소리, 벌레소리들과 가늘게 귀밑을 간지르는 바람결은 또요!
그늘이 좋아 룰루랄라 하던 게 금방 가팔라지는 산세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중국 명산 등산 때 곧잘 나오는 일선천을 방불케 하는 나무 계단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데 끝이 안 보입니다. 작은 산이라 여겨 잠시 방심한 것이 실수였나 봅니다. 뒤따라 오던 촬영 팀이 “잠깐만 멈추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제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든 코스”라며 그냥 주저앉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헐떡이는 가슴을 달래며 목을 축이려고 물통을 꺼내다 그만 물통째 떨어뜨리고 맙니다. 가파른 사면을 통통 튕기며 떨어지는 물통! 후배가 주우려 내려가는 걸 촬영 팀 PD가 “웬만하면 포기하라”고 합니다.
▲ 1 정상부 능선으로 오르는 가파르고 긴 나무 계단. 중국 황산의 일선천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2 옹성산성입니다. 이 역� 암릉 절벽 산세를 이용해 만든 요새라고 할 수 있지요.
/3 정상부 능선 상의 디딜방아 터입니다. 왜구들과 싸우기 위해 성으로 들어와 살 때 자연을 최대한 활용해 곡식을 빻던 도구지요.
/4 백련암 터입니다. 절벽 하단부 좀 깊이 패인 굴에 부처님을 모셔놓았는데, 그 곁에 암반수가 흘러 모인 약수터가 있습니다.
근데 이런 경우가 한 15년 전 타이완 위산(玉山)을 탈 때도 있었지요. 그땐 배낭을 절벽 아래로 넘어뜨려버려 동행들의 허리띠를 엮어 줄을 만들어 잡고 내려가서 건져 올렸습니요. 후배를 멈추게 하고 제가 조심조심 한발 한발 내려서니 10m쯤 아래 물통이 보입니다. 발견하지만 않았다면 저도 포기했을 텐데 더 조심해서 내려가 찾아옵니다. 저보다 더 걱정하는 일행들에게 물통을 쓱 내보이는 기분 괜찮습니다.
나무 계단에 앉은 채로 잠시 휴식하며 옹암바위 중턱에 눈높이를 맞춥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옹암바위가 가늠자 역할을 잘 해줍니다. 조금만 더 올라서니 독재에서 넘어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쌍두봉인데 우리는 이 봉우리로 올라서지 않고 왼쪽 능선 길로 올라서 정상으로 향합니다. 이정표를 보니 출발점에서 1.1km 올라 왔습니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평평한 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세월 속에 풀과 나무들이 자라 표피층을 형성하고 풀과 나무들을 대대로 번성시키고 있습니다.
면사무소에서 등산객을 위해서 풀베기 정비를 해놨다는데도 등산로는 잡초들이 무릎까지 무성합니다. 그래도 여기서부터는 왼쪽으로 조망이 트여 걷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아까 중턱에 눈높이를 맞추던 옹암바위가 어느새 아래로 내려다 뵈니 해발 400m는 더 올라온 것 같고요.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암반이 바로 자연의 산성 성루가 아닌가 싶습니다. 암릉 길 가운데서 지름 10cm 가량의 구멍을 파고 자연석 두 개를 세워놓은 디딜방아 터를 만나니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너무 간단해 옛날 이 성을 지키던 군사들이 이를 어떻게 긴요하게 썼을까를 유추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나무 계단에 앉은 채로 잠시 휴식하며 옹암바위 중턱에 눈높이를 맞춥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옹암바위가 가늠자 역할을 잘 해줍니다. 조금만 더 올라서니 독재에서 넘어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쌍두봉인데 우리는 이 봉우리로 올라서지 않고 왼쪽 능선 길로 올라서 정상으로 향합니다. 이정표를 보니 출발점에서 1.1km 올라 왔습니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평평한 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세월 속에 풀과 나무들이 자라 표피층을 형성하고 풀과 나무들을 대대로 번성시키고 있습니다.
면사무소에서 등산객을 위해서 풀베기 정비를 해놨다는데도 등산로는 잡초들이 무릎까지 무성합니다. 그래도 여기서부터는 왼쪽으로 조망이 트여 걷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아까 중턱에 눈높이를 맞추던 옹암바위가 어느새 아래로 내려다 뵈니 해발 400m는 더 올라온 것 같고요.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암반이 바로 자연의 산성 성루가 아닌가 싶습니다. 암릉 길 가운데서 지름 10cm 가량의 구멍을 파고 자연석 두 개를 세워놓은 디딜방아 터를 만나니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너무 간단해 옛날 이 성을 지키던 군사들이 이를 어떻게 긴요하게 썼을까를 유추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 옹성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풍경으로, 동복호 너머 멀리 봉긋하게 솟은 큰 봉우리가 무등산입니다
좀더 서쪽으로 가니 암릉 위에 돌들을 포개어 쌓은 석성이 나타납니다. 전남도 기념물 제195호 철옹산성입니다. 말로만 듣던 그 보통명사 철옹성, 실은 ‘쇠로 만든 옹기 같다’는 그 난공불락의 철옹성은 아니지요. 커다란 바위 위에 10여 개의 단으로 촘촘히 쌓은 성은 성벽 위에서 보면 허리 아래지만 아래서 보면 대략 4m 높이를 유지합니다.
한쪽 입구에는 성문 문설주로 썼음직한 돌기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위에는 병사들이 보초를 서던 망루가 세워져 있었겠지요. 전체길이는 5km나 된다지만 대부분 자연 암벽을 이용했고 돌로 축조된 부분은 현재 100여 m 남아 있을 뿐입니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쌓았다며 옹성산성이라고도 부르는데 담양의 금성산성, 장성의 입암산성과 함께 전남지방의 3대 산성으로 손꼽히는 성입니다.
산행을 계속합니다. 천수를 다하고 고사한 소나무 등걸을 지나며 한동안 평지로 달리던 길이 정상이 가까워지는지 고도를 높이기 시작합니다. 이때 이 산의 모습은 암릉 위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반 산 같습니다. 그 사면의 초입에 예쁜 들꽃 몇 개체를 만납니다. 꽃이 생김새가 그대로 꼴뚜기를 닮아 우리 들꽃 찍는 사람들이 ‘한 잔 생각난다’고 하는 ‘뻐꾹나리’ 꽃입니다. 촬영 팀 카메라도 함께 멈춰 서서 이 꽃을 담는 저를 영상으로 담습니다. ‘한 잔 생각난다는 꽃’이란 대사까지 넣어서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는 옹성산 정상부에 올라섭니다. 헬기 착륙장을 겸한 평평한 공간 허벅지 높이 크기의 까만 정상 표지석(572m)이 서 있습니다. 평지 주변엔 나무들이 자라 가까이에서는 사방 조망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쪽으로 누군가가 비집고 내놓은 듯한 나무 틈새 사이로 전망이 터집니다. 다가가 보니 절경 동복호입니다. 광주광역시 시민들의 젖줄 원줄기입니다.
산행을 계속합니다. 천수를 다하고 고사한 소나무 등걸을 지나며 한동안 평지로 달리던 길이 정상이 가까워지는지 고도를 높이기 시작합니다. 이때 이 산의 모습은 암릉 위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반 산 같습니다. 그 사면의 초입에 예쁜 들꽃 몇 개체를 만납니다. 꽃이 생김새가 그대로 꼴뚜기를 닮아 우리 들꽃 찍는 사람들이 ‘한 잔 생각난다’고 하는 ‘뻐꾹나리’ 꽃입니다. 촬영 팀 카메라도 함께 멈춰 서서 이 꽃을 담는 저를 영상으로 담습니다. ‘한 잔 생각난다는 꽃’이란 대사까지 넣어서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는 옹성산 정상부에 올라섭니다. 헬기 착륙장을 겸한 평평한 공간 허벅지 높이 크기의 까만 정상 표지석(572m)이 서 있습니다. 평지 주변엔 나무들이 자라 가까이에서는 사방 조망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쪽으로 누군가가 비집고 내놓은 듯한 나무 틈새 사이로 전망이 터집니다. 다가가 보니 절경 동복호입니다. 광주광역시 시민들의 젖줄 원줄기입니다.
동복천을 막아 만든 호수도 호수지만 이 때문에 형성된 호반 지형이 가관입니다. 사람들은 한반도 지형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니 한반도를 좌우로 뒤집어놓은 모습입니다. 언뜻 임실 옥정호 붕어섬이 연상됩니다만 이곳은 섬이 아니고 건너편 땅 천변의 마을 터라는 게 크게 다릅니다.
▲ 정상부 능선 상에서 내려다 본 옹암바위 상단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똑같이 무등산에서 흘러내린 물이지만 광주 방면으로는 광주호로 모이고, 화순 방면으로는 동복호로 모인다는 점, 그리고 광주호는 영산강 수계이고 동복호는 섬진강 수계라는 점입니다. 물론 동복호는 전날 우리가 탔던 백아산(해발 810m)과 오늘 이 옹성산의 물을 다 모읍니다만.
근데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전망대가 반대편에서 보면 천애절벽, 그러니까 그 유명한 화순 적벽이란 곳입니다. 적벽은 동복댐 상류 장항리에 있는 이서적벽(二西赤壁)과 보산리에 있는 적벽, 창랑리에 있는 적벽, 창랑리 물염마을에 있는 적벽 등이 유명합니다. 이서적벽은 노리목적벽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적벽들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크기와 웅장함이 빼어나고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지요. 이 이서적벽 꼭대기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겁니다.
그리 좋지 않은 날씨인데도 서쪽으로는 무등산, 북쪽으로 백아산이 선명합니다. 옹성산 정상부에서 또 한 군데 전망이 트인 곳을 더 들릅니다. 여긴 누가 써놨는지 무덤 하나가 덩그러니 들어서 있습니다. 심정은 이해되지만 행위는 이해 안 되는 게 이런데 묏자리 쓰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가계 형편이 좀 나아졌습니까?” 라고 묻고 싶으니까요. 한반도 지형 조망은 이곳이 정상석 있는 공간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사진 찍기도요.
정상을 올랐으면 더 오를 곳이 없지요. 혹시 하늘에서 사다리라도 내려온다면 몰라도요. 그러니 다음은 하산. 올랐으면 내려가야지요. 근데 내려가는 길이 더 멋있고 재미있다면 그 산 정말 최고지요. 인생길도 마찬가지 그런 인생 부럽지요. 등산의 들머리 날머리 정하는 거 참 중요합니다. 여름철엔 날머리에 탁족할 곳이 있어야 하고, 오르길 힘들고 내려가길 쉽게 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리더는 이 걸 잘 파악해야 하고요. 우린 내려가는 길에 볼 것이 더 많답니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거리가 짧다는 것도요.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오르고 내리는 건 다 같은 이치 아닌가요!
근데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전망대가 반대편에서 보면 천애절벽, 그러니까 그 유명한 화순 적벽이란 곳입니다. 적벽은 동복댐 상류 장항리에 있는 이서적벽(二西赤壁)과 보산리에 있는 적벽, 창랑리에 있는 적벽, 창랑리 물염마을에 있는 적벽 등이 유명합니다. 이서적벽은 노리목적벽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적벽들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크기와 웅장함이 빼어나고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지요. 이 이서적벽 꼭대기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겁니다.
그리 좋지 않은 날씨인데도 서쪽으로는 무등산, 북쪽으로 백아산이 선명합니다. 옹성산 정상부에서 또 한 군데 전망이 트인 곳을 더 들릅니다. 여긴 누가 써놨는지 무덤 하나가 덩그러니 들어서 있습니다. 심정은 이해되지만 행위는 이해 안 되는 게 이런데 묏자리 쓰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가계 형편이 좀 나아졌습니까?” 라고 묻고 싶으니까요. 한반도 지형 조망은 이곳이 정상석 있는 공간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사진 찍기도요.
정상을 올랐으면 더 오를 곳이 없지요. 혹시 하늘에서 사다리라도 내려온다면 몰라도요. 그러니 다음은 하산. 올랐으면 내려가야지요. 근데 내려가는 길이 더 멋있고 재미있다면 그 산 정말 최고지요. 인생길도 마찬가지 그런 인생 부럽지요. 등산의 들머리 날머리 정하는 거 참 중요합니다. 여름철엔 날머리에 탁족할 곳이 있어야 하고, 오르길 힘들고 내려가길 쉽게 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리더는 이 걸 잘 파악해야 하고요. 우린 내려가는 길에 볼 것이 더 많답니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거리가 짧다는 것도요.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오르고 내리는 건 다 같은 이치 아닌가요!
▲ (위부터)백련암 터에서 쌍문바위로 향하는 길에 통과하는 시누대 숲 터널입니다.
/ 코끼리 바위처럼 툭 불거져 나온 두 석문 사이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데 보기 드문 볼거리였습니다.
/ 얼마 전까지도 자칭 ‘옹성산 호랑이’라는 할머니가 사셨던 집을 지금 주인이 새롭게 너와집으로 운치 있게 단장해 놓은 모습입니다.
다음 목적지는 백련암 터. 정상부 능선 남단으로 돌아서 조금 내려서니 암자 터라는 게 약간 아래 부분이 좀 더 잘려나간 높이 30여 m의 절벽 아래 작은 부채꼴 형태의 깊지 않은 굴이 패인 노천입니다. 굴 앞에 평지로 다져진 공터가 옛날 암자가 들어섰음직한 자리 같고요. 지금은 절벽 아래 약수터와 작은 부처님 상 하나만 모셔져 있을 뿐입니다.
일행들은 말리지만 제가 모기와 개구리가 함께 노니는 약수터 물을 저어 한 바가지 떠 십니다. 그래도 이 옹성산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다시 오려나 싶기도 해 내 몸속에 흔적 하나 남겨 놓고 싶어서요. 절벽 아래 가장 깊이 패인 곳은 비도 들치지 않을 것 같아 옛날에는 이곳에 가부좌 틀고 앉아 묵상이나기도하기 딱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근데 길을 내려서니 이정표에 ‘백년암 터’라고 표기를 해놓았습니다. 백년암? 백련암?
이 암자 이름이 어느 게 맞는지 면이나 군에서 신경 써서 바로 잡아 주었으면 합니다.
다음은 제가 옹성산 탄다고 미리 검색할 때 가장 눈길을 끌었던 쌍문바위로 향합니다. 도중 터널을 이룬 시누대 숲을 지나는데 빠져 나와 돌아보니 뒤따라오는 후배가 ‘007 영화’ 타이틀 롤 속 제임스 본드 같습니다. 이 모습을 카메라로 잡아봅니다. 쌍문바위는 하산 길에서 벗어나 조금 위로 오르니 나타나는 막다른 절벽 면인데 그 앞에 코끼리바위처럼 튀어나와 있습니다. 퇴적암이 변질된 편마암마냥 약간 붉은 기운을 띠고 있고요.
일행들은 말리지만 제가 모기와 개구리가 함께 노니는 약수터 물을 저어 한 바가지 떠 십니다. 그래도 이 옹성산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다시 오려나 싶기도 해 내 몸속에 흔적 하나 남겨 놓고 싶어서요. 절벽 아래 가장 깊이 패인 곳은 비도 들치지 않을 것 같아 옛날에는 이곳에 가부좌 틀고 앉아 묵상이나기도하기 딱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근데 길을 내려서니 이정표에 ‘백년암 터’라고 표기를 해놓았습니다. 백년암? 백련암?
이 암자 이름이 어느 게 맞는지 면이나 군에서 신경 써서 바로 잡아 주었으면 합니다.
다음은 제가 옹성산 탄다고 미리 검색할 때 가장 눈길을 끌었던 쌍문바위로 향합니다. 도중 터널을 이룬 시누대 숲을 지나는데 빠져 나와 돌아보니 뒤따라오는 후배가 ‘007 영화’ 타이틀 롤 속 제임스 본드 같습니다. 이 모습을 카메라로 잡아봅니다. 쌍문바위는 하산 길에서 벗어나 조금 위로 오르니 나타나는 막다른 절벽 면인데 그 앞에 코끼리바위처럼 튀어나와 있습니다. 퇴적암이 변질된 편마암마냥 약간 붉은 기운을 띠고 있고요.
가파르게 올라서니 두 개로 뚫린 석문을 빙 둘러 돌아나올 수 있습니다. 남해 금산이나 고창 선운산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 면사무소 안내자는 ‘이 굴을 돌면 행운이 온다’고 즉석 멘트를 날립니다. 이런 데 얽힌 이야기는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지요. 나오다 이정표를 다시 보니 이 쌍문바위에서 철옹산성으로 바로 연결되는 길도 있나 봅니다.
아까 스쳐 지난 하산 길로 내려섭니다. 밀림을 이룬 숲을 빠져나오니 옛날 마을 터였음직한 평지가 나오고 길 오른쪽 돌담 너머로 너와집 한 채가 눈에 듭니다. 강원도 산도 아닌데 너와집이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칭 ‘옹성산 호랑이’라던 한 할머니가 살았다는 집을 근자에 새 주인이 중수하며 너와를 올렸다고 합니다. 예서부턴 길이 아주 넓어집니다. 임도인지, 또 다른 용도인지 모르지만 오르내리긴 좋습니다.
아까 스쳐 지난 하산 길로 내려섭니다. 밀림을 이룬 숲을 빠져나오니 옛날 마을 터였음직한 평지가 나오고 길 오른쪽 돌담 너머로 너와집 한 채가 눈에 듭니다. 강원도 산도 아닌데 너와집이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칭 ‘옹성산 호랑이’라던 한 할머니가 살았다는 집을 근자에 새 주인이 중수하며 너와를 올렸다고 합니다. 예서부턴 길이 아주 넓어집니다. 임도인지, 또 다른 용도인지 모르지만 오르내리긴 좋습니다.
▲ 옹성산의 들꽃들 (왼쪽부터) 사위질빵/ 마타리 / 뻐꾹나리
내 인생 최고의 날을 위해 발품 팔며 매진할 터
길이 평평했다 다시 급하게 내리 꽂는 굽이에서 PD가 이번 이틀간에 걸친 산행 마무리 장면을 찍자고 합니다. 앞으로 저의 계획을 말하며 경사면 아래로 걸어 내려서라고 주문합니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생애 최고의 날을 만들기 위해 내일 또 하루, 다음날 또 한 산을 타며 열심히 들꽃을 찍고, 매주 하루 주간 들꽃 메일을 만들어 보내고, 매월 <월간 山>에 산행기를 게재하고, 매년 한 권씩의 주간 들꽃 캘린더를 펴내고, 이 일이 내게는 물론 남들에게도 유익한 일이 되도록 더욱 발품을 팔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해 매진할 것입니다.’
동행한 후배에게 하는 말이 내 스스로의 다짐 같습니다. 아직 들꽃 사진만으로는 많아 부족한 내게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방송국에 감사하고 또 나처럼 오랜 직장 생활 은퇴 후 어떻게 제2의 인생을 살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아이디어를 제공했거나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방송이 나간 후 지인들이 이 대사를 가장 많이 언급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진정성이란 어떤 경우에든 가장 강한 교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나 봅니다.
우리는 등산 3km, 하산 2km 총 5km 촬영 산행을 오전 중으로 마치고 읍내에서 점심을 든 다음 작년에 30여 년 만에 개방된 조선10경이란 화순 적벽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때를 맞춘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동복호 수면 위로 우뚝 솟은 옹성산 서쪽 절벽 정상부 그 장엄하고 눈부신 적벽의 경치를 감상하니 무더위 속에 강행군한 이틀간의 촬영에 따른 피로가 싹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옹성산 왼쪽 산등성이 너머로 멀리 어제 탔던 백아산 구름다리까지 보여 더 그렇습니다. 그리고는 화순을 빠져나오니 이날 낮부터 예보됐던 비, 굵은 빗줄기가 후두두둑 차창을 때리기 시작하는 거 있지요.
길이 평평했다 다시 급하게 내리 꽂는 굽이에서 PD가 이번 이틀간에 걸친 산행 마무리 장면을 찍자고 합니다. 앞으로 저의 계획을 말하며 경사면 아래로 걸어 내려서라고 주문합니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생애 최고의 날을 만들기 위해 내일 또 하루, 다음날 또 한 산을 타며 열심히 들꽃을 찍고, 매주 하루 주간 들꽃 메일을 만들어 보내고, 매월 <월간 山>에 산행기를 게재하고, 매년 한 권씩의 주간 들꽃 캘린더를 펴내고, 이 일이 내게는 물론 남들에게도 유익한 일이 되도록 더욱 발품을 팔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해 매진할 것입니다.’
동행한 후배에게 하는 말이 내 스스로의 다짐 같습니다. 아직 들꽃 사진만으로는 많아 부족한 내게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방송국에 감사하고 또 나처럼 오랜 직장 생활 은퇴 후 어떻게 제2의 인생을 살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아이디어를 제공했거나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방송이 나간 후 지인들이 이 대사를 가장 많이 언급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진정성이란 어떤 경우에든 가장 강한 교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나 봅니다.
우리는 등산 3km, 하산 2km 총 5km 촬영 산행을 오전 중으로 마치고 읍내에서 점심을 든 다음 작년에 30여 년 만에 개방된 조선10경이란 화순 적벽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때를 맞춘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동복호 수면 위로 우뚝 솟은 옹성산 서쪽 절벽 정상부 그 장엄하고 눈부신 적벽의 경치를 감상하니 무더위 속에 강행군한 이틀간의 촬영에 따른 피로가 싹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옹성산 왼쪽 산등성이 너머로 멀리 어제 탔던 백아산 구름다리까지 보여 더 그렇습니다. 그리고는 화순을 빠져나오니 이날 낮부터 예보됐던 비, 굵은 빗줄기가 후두두둑 차창을 때리기 시작하는 거 있지요.
첫댓글 몇번이나 가려 했는데... 여태까지 못가고 있네요. 11월에는 어찌 될지~~~. 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물 건너 적벽 뒷산이 옹성산이라던데요. 소인도 아직 못가봤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