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할 수 없는 간격이다. 딸은 어떻게 하든지 66을 지켜보겠다고 시간과 돈을 들인다. 운동과 걷기로 몸을 가꾸고 적게 먹는다. 99가 된 나는 될 대로 되라며 태평스레 많이 먹고 속 편히 잘 잔다. 99인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공갈 반도 조여 매고 뾰족구두 신고 긴 머리 찰랑거릴 때도 있었지만 아무도 그 화려했던 시절을 믿어 주지 않으니 어쩌랴!
모양은 닮았다. 한쪽이 눕던지 다른 쪽이 발딱 일어서면 쌍둥이다. 66의 키는 99보다 한 뼘 크고 얼굴은 약간 작다. 기분이 좋은 날은 66이 옷을 꺼내 99에게 입어보라고 한다.
그런데 66의 옷을 입으면 99의 앞품이 딱 한 뼘쯤 벌어진다. 팔은 뻣뻣하게 조여져 움직이기 불편하다. 긴 목도리를 늘어뜨려 주며 잘 어울린다고 입고 가라고 한다. 바지도 고무 단이라 들어가기는 했어도 배가 터질 것 같다. 그래도 욕심이 나서 얼른 입고 왔다. 지난주에도 그랬다.
잘 입어 보려고 연구를 했다. 껴입었던 속옷을 벗고, 단추를 떼어내고, 앞자락 끝까지 당겨 다시 달았다. 벌어진 앞품은 목도리를 감아 해결했지만, 소매통은 어쩔 수 없어서 수선집으로 가서 표나지 않게 비슷한 천을 덧붙여 늘렸다. 바지 고무줄은 식탁 의자에 힘껏 당겨 끼워 넣어두고 며칠 지나니 좀 느슨해졌다.
99는 옷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66네 집에 갈 때는 별생각 없이 편한 옷을 입고가면 후줄근하다며 또 옷을 줬다. 66의 스카프는 그렇게 되어 99의 옷장에 줄지어 걸려있다. 인터넷으로 큼지막한 치수를 주문해 주기도 하지만 세련되기는 66의 옷이 최고다.
코디가 맞지 않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보라고도 하고 영상통화를 하자고도 한다. 예리한 눈으로 쓱 훑어보고 아닌 곳을 지적해준다. 핸드폰이 야속하다. 66은 영락없는 여형사다. 66은 옷 태가 나려면 속옷을 얇게 입어야 한다며 겨울에 내의도 안 입는다. 99는 옷 태보다 몸이 따뜻해야 된다며 겹겹이 껴입는다. 오월까지 내의를 못 벗는다. 겨울만큼 66과 99가 차이나는 계절이 없다.
66의 집에 자주 못가겠다. 기회만 잡았다 하면 저울을 들고 와서 올라가 보라고 했다. 99는 싫다며 66이나 올라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저울에서 내려와서는 저녁을 굶겠다고 한다. 99는 밥이 보약이니 먹으라고 권해보지만 싫다고 했다. 99는 혼자 식탁에 앉아서 “이 나이에 살 빼서 미스코리아 나갈끼가, 안 아프면 된다.”하며 저녁을 마음껏 먹었다.
대화 중에 우리 집은 주택이라서 천장이 높고 우풍이 있다고 했더니 보온 탠트를 두 개나 택배로 보내줬다. 영감하고 서로 들어가려고 싸우지 말라고 한다. 너무 웃겼다. 겨울이면 방에서 캠핑 기분을 내본다. 출입하는 쪽은 투명이라 TV보기도 좋았다.
한가하게 둘이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였다. 작은 손녀가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영상통화를 하자고 했다. 우리가 텐트 속에 있는 모양이 웃겼는지 ‘두 분 합방하셨네’ 하며 ‘엄마한테 진작 사 드리라고 할걸’ 하며 우리를 웃게 했다.
66은 99에게 참 잘한다. 염색약, 화장품 챙겨주지! 건강식품과 종합영양제는 종류별로 보내주지, 옷매무새 챙겨주지, 처음 나온 과일은 비싸도 맛보라며 사다 준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생각날 때마다 행동으로 째깍 옮긴단다. 이것뿐이 아니다. AS도 잘한다. 99집에 왔다가 어두운데 넘어진다며 계단 끝에는 은빛 스프레이를 뿌려 표를 해놓았다. 태양열 충전 등을 쭉 꽂아놓고 현관 앞은 자동감지 등도 주문해 달아놓았다.
늦은 시간에 마트에 다녀온다며 생필품을 상자 가득 담아서 집에 왔다. 현관문이 뻑뻑하다며 망치를 달라고 하더니 뚝딱 고쳐주었다. 무슨 아이가 남자들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이토록 잘할까. 여리여리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66은 무서운 것이 없는 아줌마가 되어서 떡 버티고 서있었다.
66은 나와 말이 통하는 좋은 벗이다. 척척 알아서 처리하는 해결사이다. 시중에서 해결사를 구하려면 상당히 돈이 들어야 한다는데 내 전속 해결사는, 오리려 내게 돈을 주면서까지 해결사 자리를 맡으려 한다. 그러니 할 수 있는 한 마음껏 이용하려 한다.
둘의 비슷한 점은, 매사 긍정적이며 병원을 잘 안 가는 것이다. 나잇살로 비록 99가 되어 몸살은 붙었지만, 허리를 쭉 펴고 하루 만 보씩은 꼭 걸어 다녀서 88정도는 되어야겠다. 이게 66에게 대한 보답이라 여긴다. 좋은 모녀로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열심히 사이좋게 잘 지내기를 소망해 본다.
첫댓글 모녀간이 참 재미있게 사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