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8도의 산행
2016년 1월 24일(일) 오늘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8도까지 급강하 했습니다.
최근 5년 이후로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하는 날입니다. 매스컴에서는 한파 경보를 수시로 화면에 띄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국민안전처에서도 근래에 볼 수 없었던 한파 재난 경보를 알리는 메세지를 수시로 스마트폰에 올리고 있습니다. 늘걷회 전공노들로 부터 확인 전화와 카톡이 옵니다. 이번 일요일 날씨가 엄청 춥다는데도 그래도 산행을 할 것이냐는 걱정의 소리입니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항상 변함이 없습니다. " 비가 쏟아지고 태풍이 몰아치는 날에는 너는 잠 안 자고 밥도 안먹고 굶을 거냐, 엉, 이 녀석아," 하면서 되레 큰소리를 칩니다. 그리고 한술 더떠서 " 눈보라가 휘몰아 치고 추운 날에는 너는 그렇다고 숨도 안 쉬고 아파도 약도 안 먹을거냐 " 말도 되지도 않는 소리로 면박아닌 면박으로 배꼽을 잡습니다. 그렇다고 물러설 친구 녀석들이 아니며 되돌아 오는 대답은 역시나 또 똑 같습니다. " 미친 놈, 넌 구제 불능이야. 너는 산에 가서 살아라, 이 또 선상넘아 , 그거하고 이거하고 비교할 것을 비교해라, 에라이, 이 꼴통아 " 이런 말씨름을 주고 받으면서도 오늘은 무벼대까지 출현으로 여섯 명이나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치빠흐는 사전에 교통 사고가 나는 바람에 참석이 불가하다는 전갈을 카톡으로 보내 왔습니다. 전화로 다시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크게 부상을 당하지는 않은 모양으로 안심입니다. 산행 후에 입원해 있는 성남의 S 정형외과로 문병아닌 문병을 하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8호선 남한산성 입구역에서 09시 59분에 무벼대 패노우 조단스 위짜츠 씨모우 까토나 여섯명이 만났습니다. 검단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입구에도 있으며 해발 657m입니다. 허나 오늘 오르려는 검단산은 남한산성 성곽 바같에 있는 해발 535m의 조금 낮은 산입니다.
모두가 오늘 강추위 산행을 위하여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했을 뿐 아니라 방한 방풍에 대하여도 완전 무장한 차림들 입니다. 겨울 등산 파카에 겨울내복과 방한용 내피 털모자에다가 NECK WARMER 그리고 겨울 방한 장갑 마스크등으로 휘감았습니다. 찬 바람이 파고들 수 없도록 두 눈만 노출시키고 을지대학 정문을 지나서 검단산을 바라보며 남한산성 입구 방향으로 출발합니다. 한 친구 녀석이 " 야, 너는 그 못된 놈들인 IS 대원 같은데 " 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기도 합니다. 어느 똑똑한 양반이 지껄인 말이 생가나기도 합니다. 복면을 하고 시위에 나서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하여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머리가 기발한 발상의 소유자의 허튼 소리 입니다. 법 위에 법을 만들겠다는 범법자의 작태가 이 사회를 어지럽게 하기도 합니다. 산성으로 진입하기 전에 유원지 입구에서 오른 쪽으로 올라섭니다. 계곡에는 10여m 정도 높이의 물이 얼어 붙어서 빙벽을 이루어 보기에도 시원합니다. 몹씨 추운 산행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는 산행을 거듭할수록 사라지고 오히려 겨울 햇살이 반갑습니다.
어느덧 등에서는 땀이 촉촉이 내의를 적시우며 말 그대로 기분 좋은 산행입니다. 12시 정오가 가까워 오면 누구라 할 것 없이 혈당이 떨어지고 발걸음이 무디어지기 시작합니다.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아내가 마련해 준 간식으로 잠시 행복한 순간을 접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역시 영양떡 에너지바 고구마 감자 팥고로께 초코렛 그리고 뜨끈한 견과류 차 한잔씩을 함께 합니다. 과일은 차가우니 내려가서 디저트로 하기로 합니다. 검단산 정상을 바라보며 8부 능선길로 계속 걷다 보면 가끔씩 지뢰 매설의 위험 표지판이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아직도 한반도 산하 곳곳에는 6.25 전쟁의 상흔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성천약수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오르니 예상과는 달리 약수터라는 단어 자체가 무색하게 메말라 있습니다. 주위에는 정자도 있고 여러개의 탁자들로 잘 꾸며져 있지만 페허 같은 모습으로 울씨년 스럽기도 합니다. 아마도 음용 불가의 팻말이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황송터널 위를 거쳐서 숭신여중과 신구대학 앞을 통과합니다. 은행동으로 방향을 잡고 남한산성 입구역 근처에서 치빠흐에 전화를 하고 입원해 있는 병원까지 택시로 이동합니다. 상대원동에 위치한 S 정형외과는 택시 기사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며칠을 더 이 곳에서 허리 통증등을 치료 받아야 한다는 친구와 함께 바로 옆에 있는 추어탕집으로 들어섭니다. 환자를 위한 보양식으로 통추어 전골과 모듬 튀김을 영양 돌솥밥과 곁들여 주문합니다. 산행 후에 언제나 빠질 수 없는 각자 ALCOHOL의 한병씩이 필수 책임 메뉴입니다. 무벼대와 위짜츠는 텁텁한 막걸리로 허기진 위를 먼저 달래줍니다. 환자복을 벗고 옆자리에 합석한 치빠흐도 환자이기 전에 늘걷회 친구로서 완샷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기분 좋은 오찬 회식으로 뻐근한 근육을 이완시켜 주며 행복한 앤돌핀이 온 몸을 적십니다. 아직 몸 속에서 요구하고 있는 알콜 농도를 조금 더 추가하고자 모란역 근처까지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전에도 몇번 들렀던 BEER HOF 집 이층으로 올라가서 우리만의 자리를 잡습니다. 극구 사양하겠다던 쏘맥 칵테일을 넌지시 받아 마시는 모습이 역시 2차 자리는 쏘와 맥이 합쳐야 궁합이 맞는 것 같습니다. 계속 되는 권주가에 더욱 행복지수는 오르고 전공노 특유의 목소리 톤도 따라서 올라갑니다. 주제도 없는 주제를 가지고 특유의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고집 불통의 말 잔치가 분위기를 더욱 달굽니다. 거나해진 몸을 이끌고 아쉬움은 뒤로 한채로 각자의 전공노가 되어 아내의 품속으로 향합니다. 다시 만나는 다음 일요일까지 건강하기만을 항상 되뇌입니다. 입원한 치빠흐의 빠른 쾌유를 함께 더 기원합니다.
2016년 1월 29일 무 무 최 정 남
아래 "늘걷회" 글자는 얼어 붙은 한강 물 어름판 위에서 손으로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