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메이커들은 큼지막한 휠을 옵션으로 제공하며 “얼른 이 옵션을 더하라”고 부추긴다. 이를 선택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말하는 영업사원들 앞에서 'No!'를 외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대로 무조건 큰 휠을 골라야 할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자동차 회사도 결국은 ‘장사치’다. 돈을 많이 버는 게 사업의 목적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입장의 메이커에게 이른바 기본형 자동차가 잘 팔리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일. 이익률 측면에서 기본형보다는 장비가 가득 담긴 '풀옵션' 모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비자는 옵션을 더할수록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차를 고를 때 무작정 옵션을 더하기보다는 적정한 선에서 타협한다.
모든 선택에 요령이 있듯 옵션을 결정할 때에도 나름의 규칙은 있기 마련. 그중에서 큼지막한 '휠'은 다른 무엇보다 양보하기 힘든 장비이다. 혹자는 휠을 보고 그 차가 기본 모델인지 상위 트림인지를 판단할 정도니 새 차 사서 겉치레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포기가 쉽지 않다. 스타일이 살고 주행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탄탄한 논리(?)를 펼치면 와이프를 설득하기도 좋다.
하지만 실속을 중요시 한다면 절대 큰 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큰 휠은 많은 장점과 함께 적잖은 단점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현대 쏘나타나 그랜저처럼 이동수단으로서의 목적이 큰 평범한 차에 18인치 휠을 선택할 이유는 그리 많지 않다.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접근을 해보자. '큰 휠을 끼울 때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기.
큰 휠의 장점과 단점
큼지막한 휠의 장단점을 알아보기 전에, 큰 휠을 끼우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보자.
자동차의 휠 크기는 무한정 키울 수 없다. 바퀴의 직경은 휠의 사이즈가 달라져도 늘 일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휠의 크기에 따라 바퀴 전체의 직경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 자동차의 성능은 엔지니어의 의도를 벗어나 버린다. 요컨대 바퀴의 지름이 줄면 최고속이 낮아지고 반대로 지름이 커지면 가속이 둔해져 '성능의 균형'을 잃는다.
아울러 속도계의 오차도 순정 상태보다 훨씬 커진다. 물론 기어비를 바꿔주면 이를 상쇄할 수 있지만, 개발비를 포함한 효율을 고려할 때 바퀴 지름은 순정의 상태를 벗어나지 않는 게 좋다. 이는 다양한 크기의 휠을 장비하는 양산차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제네시스를 예로 들면 18인치 휠 적용 모델의 바퀴 지름은 677.7mm이고 19인치 사양의 바퀴 지름은 678.6mm로서 차이가 거의 없다. 폭 245mm를 기준으로 19인치 타이어의 편평비를 40%, 18인치 타이어의 편평비는 45%로 맞추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사례에서 알아챌 수 있듯이 큰 휠을 끼우기 위해서는 타이어의 편평비가 낮아져야만 한다. 쉽게 말해 타이어 옆면(사이드월)의 두께가 얇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바퀴 전체 직경이 유지되어 본래의 성능을 낼 수 있다.
이처럼 타이어 옆면의 두께가 얇아질 때의 결과를 살펴보면 큰 휠을 끼울 때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타이어 옆면이 얇아지면 고무가 충격을 흡수하는 층이 얇아지므로 승차감이 나빠진다. 대신 타이어가 눌리고 펴지는 양이 작아지므로 차의 거동에 따른 타이어의 변화가 작아져 주행 안정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큰 휠을 끼우면 코너링이 개선되고, 핸들링이 민첩해지며, 고속에서 안정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대신 승차감이 '쿵쾅'거리기 때문에 동승자에게는 썩 반가운 변화가 아닐 터. 따라서 함께 타는 가족을 고려한다면 휠 옵션 선택은 한층 신중해야 한다.
큰 휠의 단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퀴 전체에서 고무와 금속의 비율 중 금속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니 휠의 크기가 커질수록 바퀴의 무게가 무거워진다. 물론 경량휠이라는 예외적인 사항도 있지만 휠의 크기가 커지면 대체로 바퀴의 무게가 무거워지며, 언스프렁 매스(휠과 타이어를 포함한 서스펜션의 무게로 보면 된다)의 증가에 따라 승차감이 나빠지고, 경우에 따라 자동차의 초반 가속이 둔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연비는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는 노릇. 게다가 큰 휠에 끼워지는 타이어일수록 값은 그에 비례해 올라간다. 따라서 멋진 스타일과 주행 안정성 개선의 이면에, 잃게 되는 무언가가 분명하게 숨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적당한 것’이 좋다
기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필자의 주장은 그저 ‘큰 휠 대신 작은 휠을 끼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차에 어울리는 ‘적당한 크기’의 휠을 찾으라는 거다. 15~17인치 휠이 제공되는 현대 아반떼(MD)를 예로 들어보자. 17인치 휠을 장비한 아반떼의 승차감은 무척 쿵쾅거려 불쾌했다.
무거워진 휠 탓에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타이어가 땅을 놓치기도 했다. 반대로 15인치 휠을 끼운 차는 핸들링이 느슨해서 운전 재미가 없었다. 16인치 휠을 끼운 아반떼가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가장 잘 양립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른 한편에서, 18인치 휠을 끼운 아반떼 튜닝카를 만날 때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머리를 메운다. 결
국,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조건 큰 것보다 적당한 크기의 휠이 좋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