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愼獨)은 ‘홀로 있을 때를 삼가한다’라는 뜻이다. ‘삼가다’는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라는 의미이므로, 신독(愼獨)은 “홀로 있을 때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라는 말이 된다.
남과 어울려 있을 때, 자신을 두르러지게 하기 위하여 언행을 의도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남의 눈과 귀 때문에 언행을 조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의 눈길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거리낄 것이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거나, 평소 이런저런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한 것을 마구 할 수 있다는 유혹을 받기 십상이다.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몸가짐을 풀어놓고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하고 싶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홀로 있을 때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라는 것은 빡빡한 삶과 사회에 억눌려 있는 사람에게, 혼자 있는 시공간 까지 제약하는,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바람직하지 않은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러나 신독(愼獨)은 단순히 개인의 삶을 통제하고 소극적으로 만드는 데 뜻을 두지 않는다. 동양 사상 그리고 인간의 삶과 관련이 있다. 동양의 세계관에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동양에서 인간을 파악하는 기반은 관계이다. 나와 우주 삼라만상이 이미 관련되어 있으며, 나와 모든 인간이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에서 잠시라도 떠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며, 인간의 삶은 남이 보든 안 보든 관계 속에서 똑같이 존재하고 생성되는 것이다.
남이 보는데서 하는 말과 행동 보다는 보지 않는데서 하는 말과 행동이 인간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근본적인 힘이 되는 것이다. 남이 보지 않을 지라도 나의 말과 행동이 전체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것이고, 이 도움이 다시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인간은, 흔히 “운명 또는 섭리”라고 하는 주어진 틀 속에서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스스로 말미암아 삶을 이뤄나가는 것이다.
신독(愼獨)이 단순하게 ‘홀로 있을 때 몸가짐과 언행을 조심하라‘는 뜻이 아니라 ’삶과 사회의 전체 관계 속에서 스스로 역동적인 움직임과 판단을 기반으로 삶을 만들어나가라‘는 뜻임을, 스스로 비롯되는 생각과 실천을 강조하는 말임을 헤아려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