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잎
월트 휘트먼
한 아이가 풀잎을 뜯어 손에 가득 들고 묻는다. <풀잎은 무엇입니까?> 하고.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할까? 아이만큼도 모르는 것을.
어쩌면 그것은 푸른 실로 짜 만든 내 밑바탕의 깃발인지도 몰라.
아니면 그것은 하느님의 손수건이리라.
어디엔가 은밀히 당신의 이름 아로새긴 향기로운 선물,
일부러 흘리시고는 우리가 그것을 주었을 때 누구의 것이냐고 묻는
것일지도 몰라.
아니면 풀잎 그 자체가 아이,
아니면 그것은 하나의 그림문자이리라.
넓은, 또는 좁은 곳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자라나면서,
흑인이나 백인, 캐나다 사람, 버지니아 사람, 국회의원, 노예,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자라나면서
똑같이 고루고루 나눠 주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리라.
무덤 위 풀은 아름답게 자란 머리카락인 듯도 하다.
보들보들한 풀, 나는 너를 정답게 맞으리라.
너는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 한가운데서 힘차게 나왔을 것이며,
내가 그 젊은이들을 알았더라면 그들을 사랑했으리라.
너는 늙은이들로부터, 아니 어머니의 무릎을 금방 떠난 갓난아기로
부터 나와서,
지금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풀은 할머니의 백발로부터 나왔기에는 너무도 검고,
할아버지의 수염으로부터 나왔기에는 훨씬 더 검으며,
불그스레한 입 천장에서 나왔다고 하기에는 검은 편이다.
오, 나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듣지만,
풀은 무의미하게 입 천장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죽고 없는 젊은 남녀들이 보내는 암시를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과 그들의 무릎을 쉽게 떠난 갓난아기들이 주
는 암시를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젊은이들과 할아버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할머니들과 갓난아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은 어디엔가 살아 있을 거요.
조그만 풀잎조차도 죽음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소!
죽음은 있다고 해도 생명으로 인도해 갈 뿐, 생명을 삼키려고 기다
리고 있는 것 아니오.
생명이 나타나면 죽음은 사라지는 것이며,
만물은 앞으로 멀리까지 나아가고 종말은 없는 것이오.
그래서 죽음이란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더 행복한 것이오.
끈임없는 퇴고의 과정으로 단 1편의 명시집을 남겼으며, 이 명시집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퇴고의 미학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