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하는 삶에로의 초대 >
삶 속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줬던 단어를 고른다면, 확언할 순 없지만, ‘공부’가 아닐까? 그것도 동사의 명령형 ‘해라’와 붙는다면 스트레스 주는 넘사벽 문장, ‘공부해라’가 완성된다. 대한민국에서 십대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이 말에 꽤, 아주, 많이, 대박, 캐공감을 할 것이다. 100여 년 전의 저 유럽대륙의 프랑스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가 공부라면 치를 떠는 2017년, 대한민국의 독자에게 던져주는 화두, 「공부하는 삶」은 도대체 어떤 의미이고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일단 ‘공부’란 단어부터 찬찬이 살펴볼까?
‘공부’ :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이 단어는, 대부분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의미로 받아들이 지만, 한자로 바꿔 쓰면 장인工, 아비夫이고, 한 글자씩 살펴보면 기술과 솜씨를 익히는 사람이란 뜻으로 얼추 이해할 수 있다. 중국어로는 틈이나, 여가라는 쉼의 뜻, 일본어로는 ‘여러 가지로 궁리하 고 고안하다’라는 삶의 지혜와도 연관되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아무튼 한국과 중국은 삶의 지혜와 즐거움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일본에서는 공부라는 글자가 따로 있는데, 바로 勉强이란 단어이다. 웃기게도 한국어나 중국어로는 ‘억지로’ 란 의미이기에, 혼네(본심)와 다테마에(명분)의 나라인 일본에서 오히려 공부에 대해서는 가장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 듯 해서 꽤나 재미있다.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보자. 공부란 ‘근원들에 대한 앎이며 이 앎 속에 진리가 담겨있고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고로 진리는 그 자체로 하나이며, 그 진리란 바로 신이다’(59) ‘무한한 존재와 무한한 시간에 둘러싸인 공부는 참으로 영원성에 대한 공부가 된다’(62) 등 알 듯 말 듯 오묘한 주장이 책을 읽어나감에 있어 계속되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심히 당황할 수도 있겠다. 영성이나 종교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설프게나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지도 모르나, 무종교인들에게는 이 책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게다가 이렇게 공부하는 삶이 어렵고 무거운 주제라면 ‘시험공부’에 찌든 이 세대 들은 책을 펴기도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리라.
책을 읽으면, 지금 신학 책을 읽는 것인지, 철학 책을 읽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여러 조언을 기반으로,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파스칼등 수많은 철학자와 신학자를 등장시켜 ‘공부’가 얼마나 신성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상기시킨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공부하는 삶’의 전제는 신의 부르심에 복종하는 삶이며, 신의 향한 여정이다. 그 소명을 받아들인 자들은 겸손과 금욕의 덕목을 바탕으로 꾸준하고 진지하게, 소명이 부르는 대로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견디고 훈련해가라고(26) 저자는 이야기한다.
쉽게 자신을 내놓지 않는 관념적이며, 동시에 실제적인 이 어려운 책이 어떻게 수많은 이들에게 읽 혀졌을까? 아마도 모든 세대에 퍼져있는 ‘가벼운 공부’에 일침을 놓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시대는 자신의 출세, 명예, 개인의 욕심과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항상 공부를 말하고 있지만, 저자는 ‘신이라는 진리의 자식이자, 태초의 말씀의 자식인 소명을 받은 지성인’(371)은 신이자 순전한 진리, 그 앎에 반응하여야 한다고 수많은 철학과 깊이 있는 신학을 동원하여 우리를 설득한다. 그리고 이런 삶의 가치와 신비, 그 여정 속 땀과 끈기로 나타나는 ‘묵직한 공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이들이 느낄 것이다. 공부하는 삶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공부하는 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고.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종교가 있는 자들은 모든 삶의 여정을 통해 창조적인 신의 사유 안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373) 신과 대면할 수 있는 ‘공부하는 삶’으로 이끌 리고, 종교가 없는 자들은 진리를 탐구하는 여정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존재와 자아의 진짜 모습을 발견(373)하는 ‘공부하는 삶’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겠다고. 그 어느 쪽이든 성스럽고 숭고한, 공부하는 삶에 초대받았음을 책을 통해 확인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감히 말해본다.
첫댓글 여유와 게으름이 시대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 또 공부라니 그것도 이토록 무거운 공부라니, 공부 안 하고 행복하게 살 순 없나요, 라고 투정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