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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단풍 꽃
2020년 3월 28일 명지산 계곡 야생화 탐방
나홀로
산행코스 : 강씨봉 휴양림 – 귀목봉 – 귀목고개 – 적목리
산행거리 : 약 18 km
산행시간 : 약 8시간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1980249
거리 18.5 km
소요 시간 8h 53m 3s
이동 시간 7h 59m 42s
휴식 시간 53m 21s
평균 속도 2.3 km/h
최고점 1,018 m
총 획득고도 614 m
난이도 보통
궁예
양산박
그에게도 꿈이 있었다. 아주 큰 꿈이
나라 열어 백성들을 살려야 한다며
태봉국 세웠더니 부하들이 안따르고
고려라 칭하면서 물러나라 닥달하네
목숨이 위태로워 자식 먼저 숨겨두고
자나깨나 걱정하던 부인마저 떼어 두고
쫒기고 쫒긴 끝에 운악산에 숨어들어
마지막 피 토하며 단말마 외침소리
나에게도 꿈이 있었노라 아주 큰 꿈이
세계 전쟁
2019년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COVI 19)가 3개월이 지난 현재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 각 국가들은 중국에서 갑자기 감염 확진자 수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중국인들의 청결에 대한 개념과 야생동물 식용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그들에 비해 위생이나 섭생이 월등히 나은 자국에서는 그런 사태가 발생할 수 없을 거라고 종교처럼 확신하고 있었다.
두 번째 충격파는 한국이 던졌다. 2월 말 대구의 신천지 예배당과 청도 대남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서 하루에 수 백 명씩 확진자 수가 늘어났다. 외국에 있는 친구들이 전화나 메일로 괜챦냐고 정말 괜챦냐고 물어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 때마다 집단발병 지역은 저 남쪽이고 서울 경기지역은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큰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었다. 그러면서도 마스크 부족사태, 잠시였지만 사재기 사태 그리고 많은 회사에서 시행한 재택근무와 주말 교회 인터넷 예배, 학교 겨울방학 연장 등 일련의 코로나 예방을 위한 행동 수칙이나 조치를 보면서 나 스스로 조금씩 움추려 들었다. 만사 불여튼튼이라는 말처럼 조심해야 혹시나 모를 감염을 피해갈 수 있고 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외부 접촉이나 대외활동을 자제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마치 전쟁을 치루듯 치열하게 코로나 예방에 전념하는 동안 세 번째 충격파는 유럽에서 터지고 말았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이란과 이태리에서 뇌관이 터지고 봄날의 들불처럼 스페인,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그리고 미국 등 전 세계로 번졌다. 이태리에서는 대부분 감염자들이 노인들이어서 사망률이 10 %를 넘으면서 이제까지 하챦은 것으로 치부하던 각 국가의 정부에서는 발등에 불이 부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천문학적인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고 자국으로 들어오는 문을 꼭꼭 잠가버렸다. 매일 수직 상승하는 감염자와 사망자 숫자에 주목하면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그 만큼 커져갔다.
세계인들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전파력이다. 처음에는 감염 경로가 비말(飛沫)이라는 사실에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공기감염이 아니라 대화할 때 환자의 침방울이 튀어서 상대방의 호흡기에 전달되지 않으면 전염이 안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마스크만 쓰고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고 외출했다가 들어오면 손을 깨끗이 씻으면 병에 걸릴 염려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한겨레 만평
그러나 복병은 다른데 있었다. 2주나 되는 잠복기와 무증상 감염이 그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바이러스에 전염이 되어도 고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확진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시키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 들불처럼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주에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공식적인 연설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근거로 전 세계인의 60 ~ 70 %가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빠른 시일안에 개발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지만 그 만큼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터져나올 충격파는 인도와 브라질 등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다. 지금까지의 감염자 수는 괄목할 만한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감염자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검사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검사키트 개발에 서둘러 하루에도 수 만명씩 검사를 하는 바람에 확진자 수가 급속도록 늘어났지만 아직도 수 많은 나라에서는 검사장비가 없어 계속 병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일본도 그 중에 하나다. 오늘( 3월 27일) 현재 감염자가 1,400 명에 사망자가 47명으로 나오지만 인구 규모에 비해 검사횟수가 너무 적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한다. 결국 7월 22일로 예정되었던 올림픽 개막식을 내년으로 연기하였고 도쿄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도쿄시 뿐만 아니라 인접 도시와 지방정부에 공동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우려된다고 한다. 어쩌면 이미 집단감염은 진행중이며 아직 그 증상이 밖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태풍전야와 같은 상황이다. 지금은 각 국가가 대문을 걸어 잠그고 각자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에 급급하고 또 일부 국가는 이런 상황을 이용하여 일상적인 국가간 교류마저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 동안 쌓아 올린 세계공영 또는 세계화의 기조를 무너뜨리려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나라들이 있다. 미중간 무역갈등과 한일간 역사분쟁 이후 삐걱거리는 상호주의가 이번 코로나사태로 인해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전문가의 말처럼 세계 인구 중 60 ~ 70 %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전염되고 그 중 1 %가 사망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체에 항체가 형성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약 5천만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한다는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약 350,000 명이 해당된다. 그러는 동안 세계 경제는 절단나고 대공황으로 진전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끔찍한 시나리오이지만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과연 백신이 상용화될 때까지 약 1년간의 기간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자가격리에 지루해진 젊은이들은 폐쇄된 공간으로부터 뛰쳐나가 간헐적으로 대규모 전염을 유발할 것이고 정신병에 걸려 무작위 집단 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오프라인 작업은 줄어들 것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계층이 늘어나고 아파트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가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미리 홍역을 치룬 중국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고 공산주의 전제정권의 힘으로 추가 발병을 억제해서 자본주의 국가들에 비해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적인 사태가 지속된다면 결국은 똑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초래된 세계 전쟁에서는 승자가 없이 그저 패자만이 존재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전 인류의 6 ~ 7 %가 사망하고 다시 빈곤과 폐허속에서 문명을 일으켜 세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하루 빨리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산행기
혼자 산행하는 날은 일찍부터 서두른다. 다 욕심이겠지만 긴 산길을 걸으면서 산을 그리고 산의 계절을 느껴보고 싶은 바램이다. 함께 가기로 했던 사니조은 님은 다른 약속이 생겼다 한다. 새벽 5시에 출발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꼼지락하다보니 출발이 늦어졌다. 전날 밤에 과일과 더운물을 준비해 두었기에 아침밥만 챙겨먹고 6시 조금 넘어서 집을 나섰다.
명지산에 가는 길은 이제 눈에 익었다. 그래도 혹시 속도 카메라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르니 핸드폰의 내비게이션을 켠다. 이른 시간인데도 차량이 적지 않다. 코로나 사태로 집안에 박혀 지내기가 오죽 갑갑할까? 주말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갈 수 없으니 비교적 한산한 교외 산이나 들로 나들이를 가는 모양이다.
아파트 앞 도로변에 봄이 찾아왔다.
화도 IC를 빠져나와 대성리 그리고 청평 다음에 가평이다. 북한강 줄기를 따라 나 있는 국도를 달리는 것도 참 낭만적이다. 조금 더 여유를 부려본다면 청평댐에서 가평까지 구불구불 나 있는 북한강 강변길을 따라 달리는 것도 좋다. 그러나 오늘은 일찍 명지산을 탐방하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화야산 얼레지 군락을 들여다볼 욕심으로 빠른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을 따른다.
강씨봉 휴양림
전에 두 번 왔던 곳이다. 한 번은 윤이와 함께 와서 임도를 따라 강씨봉에 올라갔다가 내려왔었고 또 한 번은 여름날 혼자서 도성고개를 거치지 않고 민둥산에 올랐다가 한북정맥길을 따라 국망봉까지 갔다가 국망봉 휴양림을 지나 포천으로 내려갔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길 가 절벽에 피어 있는 진달래를 보면서 이 계곡에도 봄이 가득 피어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도시보다 2주 정도 봄이 늦게 오는 산골이라 내가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가로수 벚나무는 아직 겨울모드로 숨을 죽이고 있다.
강씨봉 휴양림 - 강씨봉은 궁예의 부인 강연화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집에서 출발한 지 1시간 30분 걸렸다. 강씨봉 휴양림 못 미쳐 길 가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하산길을 임산계곡으로 잡았기에 그 중간에 차를 세워두면 편할거라는 생각이다.
논남기 계곡은 겨우내 쌓였던 눈과 얼음이 녹아내린 물로 철철 넘쳐 흐른다. 큰 바위마다 돌단풍 꽃대가 막 올라오는 중이다. 어느 것은 벌써 꽃을 피웠다. 는쟁이냉이는 2주 정도 지나면 꽃이 필 것 같다. 산괴불주머니는 꽃이 핀 것도 있지만 대부분 꽃몽오리만 맺혀있다.
휴양림 앞에서 계곡을 따라 오른다.
산괴불주머니
점현호색
돌단풍
단언컨대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세상 최고의 숲길입니다.
길 위에 모든 고민 내려놓고
그냥 걸어보세요
졸졸졸 계곡물. 쫑알쫑알 새소리.
사각사각 풀. 나무들….
계곡 숲에서 발산하는 피톤치드와 음이온 샤워로
당신은 분명 10분 안에 행복해질 겁니다.
천마산에 벌써 1 주일 전에 핀 생강나무 꽃도 논남기 계곡에서 만나니 또 새롭고 반갑기만 하다. 강씨봉(姜氏峰 830 m)아래에 있는 논남기는 국망봉과 함께 태봉국을 건국했던 궁예에 얽힌 전설로 가득 차 있다. 왕건에게 패해 이 포천 일대에서 이리저리 쫒겨다니던 궁예의 발차취는 국망봉 강씨봉을 거쳐 그가 최후를 맞았다는 운악산까지 이어진다.
동자소 - 궁예의 아들들이 몰놀이하던 못
연화소(연화소) - 궁예의 부인인 강연화가 시름을 달래던 곳이다.
승자의 손으로 쓰여진 역사는 늘 패자를 파렴치하고 포악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부하와 백성들에게 포악하고 음주가무에 빠져서 정사를 멀리하여 마침내 왕건에게 쫒겨난 궁예는 백제의 마지막 왕이었던 의자왕이나 신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경순왕에 대한 묘사와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궁예의 부인이었던 강연화(姜蓮花)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름답고 현명하며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조선시대 덕목으로 치면 현모양처(賢母良妻) 형이었던 모양이다. 폭정을 일삼던 궁예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는 바람에 궁예에게 쫒겨 자식들과 함께 이 논남기 마을로 유배당했다.
논남기 계곡에는 강씨부인이 놀던 곳(연화소), 왕자들이 놀던 곳(동자소) 등 궁예의 가족과 관련된 장소가 여럿 있다. 물론 계곡의 연못이야 후세 사람들이 그럴 듯하게 지어낸 것이겠지만 계곡 끄트머리에 강씨들이 살던 집성촌 강씨마을 터가 남아 있다고 하며 또 효자 강영천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그들이 궁예의 부인 강연화의 후손들인지는 모르겠으나 강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살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두꺼비 바위 - 지네를 죽이고 은혜를 갚은 두꺼비 모양이란다.
길 가에 두꺼비 바위가 있다. 모양이 두꺼비같이 생겼다고 하는데 여기에도 전설이 하나 묻어 있다. 옛날 이 마을에 사당이 있었는데 해마다 시집을 안간 처녀를 사당에 들여보내야 하는 전통이 있었다. 어느 해 평소 두꺼비에게 먹이를 나눠 주던 처녀가 차례가 되어 사당에 들여 보내지고 희생될 처지에 처해졌는데 갑자기 두꺼비가 나타나 천정에 매달려 처녀를 잡아먹으려고 하던 지네에 독을 쏘아 죽였다. 이제까지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하면서 처녀를 잡아먹던 것은 지네였던 것이다. 이 두꺼비와 지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춘천 용화산(龍華山 877.8 m)의 지네와 구렁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구렁이와 지네가 서로 용이 되려고 싸우는데 그 곁을 지나가던 선비의 도움으로 지네가 용을 죽이고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가 서로 관련은 없겠지만 지네가 공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임도를 따라 걸어 올라가는데 길 가 계곡 주변에 얼레지 꽃망울이 여럿 맺혀있다. 아직 활짝 핀 얼레지를 보지 못했으나 이 정도면 오늘 낮에 임산계곡에서 활짝 핀 것을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그리고 오늘 산행의 목적인 깽깽이풀이나 애기송이풀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얼레지
들바람꽃
그러나 나는 깽깽이풀을 잘 모른다. 사진에서 보면 자줏빛 풀잎 사이로 가느다란 꽃대가 길게 올라오고 그 끝에 핑크빛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 있다. 여러 송이가 무데기로 모여서 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띌 것 같다. 편안한 길을 걸으며 길 가 그리고 계곡 가를 유심히 살펴보지만 는쟁이냉이와 산괴불주머니 외에는 생기를 보이는 봄풀이 없다. 그 꽃은 멸종위기에 놓여 있어 보호를 받는다 했으니 그 자생지를 알고 있어야 볼 수 있을 터이다. 나처럼 막무가내로 이렇게 길을 걸으면서 살펴본들 쉽게 눈에 띌 리가 없다.
깽깽이풀 - 대구의 램친 rambler79님의 사진
강씨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을 지나고 또 왼쪽으로 전망대 방향으로 길이 갈라진다. 비가 많이 내려 계곡이 범람하게 되면 이 전망대 방향으로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전망대는 깊이봉 능선에 있는 것 같다.
임도는 오뚜기 고개까지 이어지는 모양이다. 나는 계곡이 갈라지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좀 더 넓다고 생각되는 계곡으로 들어섰다. 깽깽이풀이 계곡 주변에 자생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철이 지난 너도바람꽃이 지고 씨앗을 맺고 있다. 가끔 꿩의바람꽃이 보이지만 아침 이른 시간이라 봉우리가 닫혀 있다. 천마산이나 아재비고개에서 보지 못했더라면 엄청 반가웠을 노란 황금술잔 복수초도 많이 보인다.
임도를 버리고 계곡으로 들어선다.
복수초는 이제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계곡은 점점 좁아지고 가팔라진다. 이끼 낀 바위에 떨어지는 물줄기가 작은 폭포를 이룬다. 계곡 옆길로 지나가기가 불편하다. 나뭇가지와 덩굴이 길을 막아선다. 작은 돌을 쌓은 축대가 몇 군데 보인다. 지도를 보니 강씨 마을터라고 표시되어 있다. 설마 궁예의 부인과 그 친척들이 일구었던 집성촌이 고려와 조선을 지나기까지 유지되었을 턱은 없겠지만 일부 화전민들이 오랜 동안 이곳에 터전을 삼고 살았던 모양이다.
옛날의 주거 흔적 - 지도에 강씨 마을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계곡에는 아직도 얼음이 남아 있다.
이제 계곡에서 깽깽이풀이나 애기송이풀을 만나는 것은 포기해야겠다. 이끼가 끼어있는 바위에는 애기괭이눈이 자라고 있을 뿐 이미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는 곳에 깽깽이나 애기송이는 자라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산비탈을 올라 능선을 따라서 귀목봉이나 깊이봉 줄기를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임산계곡으로 내려가면 양지쪽 개울가에 깽깽이풀이나 애기송이풀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산비탈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밤에 얼어 있던 땅이 아직 다 녹지 않아 스틱이 미끄러진다. 나무를 붙잡고 한발 한발 오르다보니 주변의 높은 봉우리들이 하나하나 얼굴을 내민다.
봉우리로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좀 험하다.
귀목봉이 가까와진다.
나뭇가지 뒤로 청계산 그 뒤에 운악산 암봉이 있고 그 뒤에 아기봉 그리고 가금산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서래산과 축령산
가파른 벼랑길을 올라서니 비로소 이정표가 서 있는 정상 산길이 나타난다. 깊이봉 1.3 km 그리고 귀목봉 0.4 km 다. 깊이봉쪽으로 가다가 계곡으로 내려서는 것도 좋겠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귀목봉을 넘어서 괴목고개에서 임산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임산계곡에 가면 내가 보고 싶어하는 야생화가 피어 있을 거라는 느낌이 온다.
예전에 찾아왔던 귀목봉의 이미지와 조금 다르다. 그 때는 상판리에서 장재울 계곡을 통해 지금처럼 산비탈을 타고 곧바로 귀목봉으로 올라왔었다. 같은 봄날이라도 그 날의 일기(日氣)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 또한 산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밝은 햇빛 아래 먼 곳까지 시야가 펼쳐진다. 명지산 능선이 바로 코 앞에 있는 듯하고 그 너머로 화악산 정상 군부대 시설까지 자세히 보인다. 상판리쪽으로는 청계산을 지나 운악산(934.7) 암릉이 우람하게 펼쳐지고 그 뒤로 아기봉(772)과 그 뒤로 또 주금산(813.6)이 희미하게 비친다. 그 옆으로 보이는 것은 서리산과 축령산이겠다.
왼쪽은 민둥산과 그 뒤 높은 견치봉 그리고 오른쪽에는 화악산이 보인다.
명지 1봉과 그 오른쪽으로 벋은 명지능선
포천 방향
귀목봉 정상
청계산 운악산 그 너머 아기봉
연인산
귀목봉에서 귀목고개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양지꽃이나 노루귀라도 피어있을 법한데 산길에는 낙엽만 무성하다. 맞은편 명지 3봉으로 오르는 길 음지에는 아직도 잔설이 희끗희끗 남아있다. 귀목고개에서 만난 산꾼은 연인산 정상에서 야영을 할 것이라 한다. 30 kg 쯤 되어보이는 배낭을 짊어지고 힘들게 능선을 올라간다. 아직 얼음이 남아 있을 터이니 조심해서 다니라 인사하고 나는 왼쪽으로 적목리로 향한다.
귀목고개에서 만난 야영객이 명지 3봉으로 오르고 있다.
이쪽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코스다보니 산길이 분명하지 않다. 그러니 아무렇게나 가도 다 길이라는 뜻도 된다. 이리 저리 눈길을 돌리면서 내려가는데 어두운 숲속에 밝게 빛나는 풀이 눈에 띈다. 선괭이눈이다. 노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는 것이 정말 귀엽다.
선괭이눈
조금 내려가다가 조금 낯이 익은 사람을 만났다. 콧수염을 기른 산꾼은 지난 주 일요일 천마산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도 나를 기억하는지 눈 인사를 건넨다.
“오면서 꽃 좀 보셨나요?”
“깽깽이요? 다른 사람이 봤다고 하던데 꽃은 아직 안피었다네요.”
“애기송이는요?”
“그건 아직 너무 일러요. 가다 보면 들바람꽃은 많이 피어 있을거에요”
오늘은 적어도 얼레지와 들바람꽃을 만나볼 수 있겠다. 길에는 게으른 너도바람꽃이 아직도 피어있다. 꿩의바람꽃도 많이 보이지만 들바람꽃은 하나도 안보인다.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이 깊은 계곡 속에도 인류문명의 흔적이 보인다. 명지산에 꽃이 많으니 양봉을 한다는 명목으로 가건물도 지어 놓고 또 계곡 건너에는 집도 덩그라니 두 채나 지어 놓았다. 전에 찾아왔을 때 공사하던 것이 이 집을 짓는 것이었나 보다.
깊은 명지산 산속에도 현대 인류의 흔적이 있다. 양봉업자의 물품 창고가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다.
그 건너편에는그들이 사는 집이 두 채 지어져 있다.
지난번처럼 인기척이 없는 ‘한국 무속 보존학회 기도원’이라는 건물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임산계곡으로 들어간다. 바위 아래에는 꿩의바람꽃과 얼레지가 많이 자란다. 아직 날도 차가운데다 한낮을 넘겼으니 얼레지는 꽃방울을 닫고 있는 중이다.
임산폭포는 여전히 우렁찬 물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명지산은 깊은 계곡과 큰 능선이 이어진 산인만큼 물도 풍부하다. 그 풍부한 물을 바탕으로 숲이 우거지고 철따라 귀한 야생화도 다양하게 피어나는 것이다. 높이가 약 30미터쯤 되는 이 임산폭포는 익근리쪽에 있는 명지폭포 못지 않다. 다만 여기서 명지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워낙 험하다보니 산꾼들이 잘 찾지 않으니 숨어있는 보물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 무속 신앙 학회 기도원
얼레지
임산폭포
벌깨덩굴
현호색
아침에 출발할 때는 깽깽이풀과 애기송이를 꿈꾸며 들어왔는데 그 꽃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으니 사슴이나 멧돼지라도 잡으려 산에 들었던 사냥꾼이 꿩 한 마리 들고 돌아가는 꼴이다. 그래도 날이 좋아 귀목봉에서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었으니 꿩대신 닭이라도 잡았으니 횡재한거다. 5시가 다 되어 산행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외출했던 상춘객들이 또 서둘러 돌아가는 까닭인지 마석부터 도로가 꽉 막혔다. 경춘 고속도로는 좀 낫겠지 하는 생각에 화도 IC로 들어섰으나 남양주 톨게이트부터 강일IC까지 차가 옴짝달싹 못한다. 두 시간 넘게 걸려 7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여 긴 하루를 마무리한다.
올해 처음으로 만난 양지꽃
적목리에서 올려다 본 명지산
산행을 마치고 큰 길로 나왔다.
6시 40분 남양주 톨게이트를 지나서 해넘이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