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와時調가있는 곳
비운의 천재 시인 김삿갓(김병연) 시모음.-1 김삿갓(김병연)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 삼천리..... 필자가 10대 20대에 불렀던 노래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 金炳淵 / 1807~1863), 그는 1807년 3월13일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다. 김삿갓은 조선 후기 시대의 풍자 방랑 시인이다. 본관은 안동김씨로 이름은 김병연이고, 자는 성심(性深), 호는 난고(蘭皐)이다. 선대의 조상을 살펴보면 조부는 병자호란 때 척화 대신으로 유명한 청음 김상헌의 사촌형인 형조참판을 지낸 김상준이며, 5대 조부는 황해도 병마절도사 김시태, 고조부는 전의현감 김관행, 증조부는 경원부사 김이환이다. 그의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선천 부사로 있다가 역적에게 항복하게 되었다. 위세를 떨치던 가문의 영광은 한 가지 실수로 가문 전체에 영욕과 치욕을 안겨다 주었다. 역적의 집안으로 전락되어 멸족을 우려한 부친이 형과 함께 그를 곡산으로 보내 노비의 집에서 숨어살게 되었다. 김삿갓은 여덟 살에 조정의 사면으로 집으로 돌아오나 그 가족들이 온전히 터 잡고 살 곳이 없었다. 여주, 가평, 평창을 거쳐 영월에 정착을 해서 집안을 다시 일으켜보려는 모친의 후원에 힘입어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김삿갓은 글공부에 힘썼다. 나이 스물, 결혼한 그 해, 운명을 다시 바꾸게 한 시골에서의 백일장을 보게 되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공교롭게도 시험의 제목은 "가산군수 정시의 충성을 찬양하고 역적 김익순의 죄를 한탄하라(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였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욕보이는 글을 썼다. “한 번은 고사하고 만 번 죽어 마땅하고 너의 치욕스러운 일 동국의 역사에 유전하리.” 이 글로 그는 장원급제하게 된다. 기쁜 마음으로 합격소식을 어머니에게 알렸으나 시험 제목에 거명된 인물의 이름이 조부라는 것을 알게 되자 스스로 크게 뉘우치고 벼슬길을 포기했다. “아, 이제 하늘을 바라볼 수도 없구나.” 그는 조상을 뵐 면목이 없고 하늘에 부끄럽다고 하여 그때부터 항상 삿갓을 쓰고 얼굴을 가려 참회와 속죄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그는 제도권 진입을 포기하고 스물다섯에 기나긴 방랑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세도가와 거만한 부자들을 마음껏 풍자하고 조롱하는 그의 시 속에는 당시 부당하게 대우받고 사는 가난한 백성들의 한풀이가 들어 있다. 한자로 표기 할때는 삿갓 립(笠)자를 써서 김립(金笠)이라고도 한다. 도처에서 독특한 풍자와 해학 등으로 퇴폐하여 가는 세상을 개탄했다. 천재 시인이며 제도권에서 벗어난 일탈자이며 방랑자로 일생을 살았던 김삿갓, 당시 서민들은 그의 시에 울고 웃었다. 그의 시는 해학과 서정, 관조적 허무와 격물정신으로 규정된다. 부정과 불의에 부딪치면 해학은 풍자와 조소의 칼이 되고, 절경과 가인을 만나면 서정은 술이 되고 노래가 되었다. 또한 인생을 살필 때는 눈물이 되고 한숨이 되지만, 사물들을 앞에 두었을 때는 햇살이 되고 바람이 된다. 그의 자유 혼은 시의 소재나 형식에서 규범과 탈 규범을 넘나들기도 한다. 한시의 전통적 방식을 거침없이 해체해서 파격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한시를 음이 아닌 뜻으로 읽게 한다든지, 한글을 섞어서 쓰는 시들이 그런 경우가 될 것이다. 그는 1863년(철종 13년)의 봄에 57세의 나이로 전라도 동복현(전남 화순군 동복면) 달천변에서 35년여의 긴 방랑 시인의 삶을 마감했다. 그가 그곳을 죽음의 자리로 택한 것은 무등산 자락에 있는 달천이 ‘적벽강’이라 부를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후 차남 김익균이 강원도 영월 노루목으로 이장하였다.
2. 김삿갓의 시모음.
(1) ★ 자신의 조부를 탄핵하고 시작한 방랑 생활. 언제나 벗이 되어 주며 비바람에도 몸을 보호해 주는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리해서 '병연'은 그 이름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이때부터 이 시인은 '병연'이란 이름을 스스로 숨기고 잊어 버렸다. 그리고 삿갓을 쓴 이름없는 시인이 되었다. 그가 읊은 자신의 '삿갓'시는 표연자적하는 자연과 풍류 속의자기 운명을 그린 자화상이었다. 浮浮我笠等虛舟 부부아립등허주(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 一着平生四十秋 일착평생사십추(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牧堅輕裝隨野犢 목수경장수야독(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漁翁本色伴沙鷗 어옹본색반사구(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색을 나타냈지. ) 醉來脫掛看花樹 취래탈괘간화수(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興到携登翫月樓 흥도휴등완월루(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俗子依冠皆外飾 속자의관개외식(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滿天風雨獨無愁 만천풍우독무수(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2) 자탄(自嘆) ★ 월조(越鳥)는 남쪽 지방의 새인데 다른 지방에 가서도 고향을 그리며 남쪽 가지에 앉는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嗟乎天地間男兒 차호천지간남아 (슬프다 천지간 남자들이여) 知我平生者有誰 지아평생자유수 (내 평생을 알아줄 자가 누가 있으랴.) 萍水三千里浪跡 평수삼천리랑적 (부평초 물결 따라 삼천리 자취가 어지럽고) 琴書四十年虛詞 금서사십년허사(거문고와 책으로 보낸 사십 년도 모두가 헛것일세.) 靑雲難力致非願 청운난력치비원(청운은 힘으로 이루기 어려워 바라지 않았거니와) 白髮惟公道不悲 백발유공도불비(백발도 정한 이치이니 슬퍼하지 않으리라.) 驚罷還鄕夢起坐 경파환향몽기좌(고향길 가던 꿈꾸다 놀라서 깨어 앉으니) 三更越鳥聲南枝 삼경월조성남지(삼경에 남쪽 지방 새 울음만 남쪽 가지에서 들리네.) (3) 죽시(竹詩) : 대나무 시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시장에서 사고 팔기는 세월대로)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 한자의 훈(訓)을 빌어 절묘한 표현을 하였다. (此 이 차, 竹 대나무 죽 : 이대로), (彼 저 피, 竹 : 저대로), (化 화할 화(되다), 去 갈 거, 竹 : 되어 가는 대로), (風 바람 풍, 打 칠 타, 竹 : 바람치는 대로), (浪 물결 랑, 打 竹 : 물결치는 대로) (4) 이십수하(二十樹下) 二十樹下三十客 이십수하삼십객(스무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가) 四十家中五十食 사십가중오십식(마흔 집안에서 쉰 밥을 먹네.) 人間豈有七十事 인간개유칠십사(인간 세상에 어찌 일흔 일이 있으랴.) 不如歸家三十食 불여귀가삼십식(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서른 밥을 먹으리라.) ★二十樹 : 스무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 이름, ★三十客 : 三十은 '서른'이니 '서러운'의 뜻. 서러운 나그네, ★四十家 : 四十은 '마흔'이니 '망할'의 뜻. 망할 놈의 집. ★五十食 : 五十은 '쉰'이니 '쉰(상한)'의 뜻. 쉰 밥., ★七十事 : 七十은 '일흔'이니 '이런'의 뜻. 이런 일., ★三十食 : 三十은 '서른'이니 '선(未熟)'의 뜻. 설익은 밥., ★함경도 지방의 어느 부잣집에서 냉대를 받고 나그네의 설움을 한문 수자 새김을 이용하여 표현한 시이다.
(5) 무제(無題) : 죽 한 그릇 四脚松盤粥一器 사각송반죽일기(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排徊 천광운영공배회(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 주인막도무안색(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 오애청산도수래(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었다. 가진 것 없는 주인의 저녁 끼니는 멀건 죽. 죽 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지만 글 모르는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6) 풍속박(風俗薄) : 야박한 풍속 斜陽鼓立兩柴扉 사양고립양시비(석양에 사립문 두드리며 멋쩍게 서있는데) 三被主人手却揮 삼피주인수각휘(집 주인이 세 번씩이나 손 내저어 물리치네.) 杜宇亦知風俗薄 두우역지풍속박(저 두견새도 야박한 풍속을 알았는지) 隔林啼送不如歸 격림제송불여귀(돌아가는 게 낫다고 숲속에서 울며 배웅하네.)
(7) 難貧 (난빈) : 가난이 죄 地上有仙仙見富 지상유선선견부(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人間無罪罪有貧 인간무죄죄유빈(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莫道貧富別有種 막도빈부별유종(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貧者還富富還貧 빈자환부부환빈(가난뱅이도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8) 姜座首逐客詩 (강좌수축객시) : 강좌수가 나그네를 쫓다. 祠堂洞裡問祠堂 사당동리문사당(사당동 안에서 사당을 물으니) 輔國大匡姓氏姜 보국대광성씨강(보국대광 강씨 집안이라네.) 先祖遺風依北佛 선조유풍의북불(선조의 유풍은 북쪽 부처에게 귀의했건만) 子孫愚流學西羌 자손우류학서강(자손들은 어리석어 서쪽 오랑캐 글을 배우네.) 主窺첨下低冠角 주규첨하저관각(주인은 처마 아래서 갓을 숙이며 엿보고) 客立門前嘆夕陽 객립문전탄석양(나그네는 문 앞에 서서 지는 해를 보며 탄식하네.) 座首別監分外事 좌수별감분외사(좌수 별감이 네게는 분에 넘치는 일이니) 騎兵步卒可當當 기병보졸가당당(기병 보졸 따위나 마땅하리라.) ★ 김삿갓을 내쫓은 주인은 나그네가 갔나 안 갔나 확인하려고 갓을 숙이고 엿보는데 김삿갓은 문 앞에 서서 인심 고약한 주인을 풍자하고 있다. (9) 開城人逐客詩 개성인축객시 : 개성 사람이 나그네를 내쫓다. 邑號開城何閉門 읍호개성하폐문(고을 이름이 개성인데 왜 문을 닫나) 山名松嶽豈無薪 산명송악개무신(산 이름이 송악인데 어찌 땔나무가 없으랴.) 黃昏逐客非人事 황혼축객비인사(황혼에 나그네 쫓는 일이 사람 도리 아니니) 禮義東方子獨秦 예의동방자독진(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 혼자 되놈일세.)
(10) 逢雨宿村家 (봉우숙촌가) :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曲木爲椽첨着塵 곡목위연첨착진(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其間如斗僅容身 기간여두근용신(그 가운데가 말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平生不欲長腰屈 평생불욕장요굴(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此夜難謀一脚伸 차야난모일각신(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鼠穴煙通渾似漆 서혈연통혼사칠(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封窓茅隔亦無晨 봉창모격역무신(봉창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雖然免得衣冠濕 수연면득의관습(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臨別慇懃謝主人 임별은근사주인(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 했네.) ★ 어느 시골집에서 비를 피하며 지은 것으로 궁벽한 촌가의 정경과 선비로서의 기개가 엿보이는 시이다. 누추하지만 나그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베풀어 준 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면서 세속에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11) 艱飮野店 (간음야점) : 주막에서 千里行裝付一柯 천리행장부일가(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餘錢七葉尙云多 여전칠엽상운다(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囊中戒爾深深在 낭중계이심심재(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 야점사양견주하(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길, 어쩌다 생긴 옆전 일곱닢이 전부지만 저녁놀이 붉게 타는 어스름에 술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며 피곤한 몸을 쉬어가는 나그네의 모습.
(12) 길주에서 허가 성을 가진 집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후 지은 시 吉州吉州不吉州 길주길주불길주(길주 길주 하지만 길하지 않은 고을이고) 許可許可不許可 허가허가불허가(허가 허가 하지만 허가하는 것은 하나도 없네)
(13) 연애편지를 해석해 주는 김삿갓 이웃 집 처자를 사모하는 총각이 편지를 보내고 보낸 끝에 드디어 답장을 받았다. 그런데 거기에 적힌 글자는 단 한 글자.적(籍) 그 뜻을 알지 못해 괴로워하는 총각에게 김삿갓 기지를 발휘해 답장을 풀어준다. 한자는 파자하는 것 또한 묘미가 있는데,적(籍)자를 파자로 풀어준 것이다.[대나무 죽(竹),올 래(來),이십(十十),일(一),일(日)=각기 그 뜻을 새겨보면, ‘대나무 밭으로 스무 하룻날에 오라’는 뜻이다.] 이런 편지 글 역시 풀어주는 게 김삿갓의 전문이다.
(13) 來不往 來不往 래불왕 래불왕 무슨 뜻일까? 쉼표를 잘 찍으면,그 의미가 드러난다. 來不,往(오지 말라고 해도 갈 판인데) 來,不往(오라고 요청까지 했는데,왜 안 가겠는가?)
(14) 김삿갓의 정체를 밝히는 시 我本天上鳥 아본천상조(나는 본래 하늘 위에 사는 새로서) 常留五彩雲 상류오채운(언제나 오색구름 속에서 노닐었는데) 今宵風雨惡 금소풍우악(오늘 따라 비바람이 몹시 몰아쳐) 誤落野鳥群 오락야조군(들새 무리 속에 잘못 끼어 들었네) ★ 시대를 잘 못 만나,들새의 무리에 끼어들어 온갖 어려움을 당하는 김삿갓의 모습을 이처럼 잘 드러낸 시가 있을까.
(15) ★ 삿갓은 막걸리 한 사발을 놓고 여러 사람들 간에 시회가 벌어진 곳에 끼어 들었다. 韻字는 銅, 곰, 지네로 주어졌다. 삿갓의 시는 한시의 규칙으로 지어졌으나 운은 한글로 읽어야한다. 主人呼韻太環銅 我不以音以鳥熊 주인호운태환동 아불이음이조웅(주인이 운을 부르는데 너무 <고리>고 <구리>니 나는 音으로 하지 않고 <새곰>으로 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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