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요, 시민의 축제가 될려면 일차 관건은 미사여구의 공약이 아니라, 지난 임기 집행에 대한 평가가 쟁점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후보들의 현실에 대한 이해도, 준비 및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현실의 문제와 과제를 시민유권자에게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공유하는 정도에 따라서 미사여구의 공약은 실체적 타당성과 구체적 집행경로를 검증하는 논의와 만나게 됩니다.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세력들이 가장 회피하고 싫어하는 것은 지금 현실의 집행부의 성취와 과오에 대한 엄밀한 검증입니다.
때론 투표의 유불리를 떠나서 유권자가 현실을 알고 현실을 입에 담을때 기득권자들에게 공동의 피해가 가기 때문에 지배권력 또는 지배권력대기자들 모두가 유권자들의 현실자각을 매우 불편해하고 회피하려고 합니다.
광주교육감선거에서, 또는 광주시장선거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가장 공을 들여야 할 부분은 지난 임기에 대한 평가였으며 그 과오를 드러내고 과제를 밝히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을 소홀히 하면 시민사회운동은 자신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시민들의 힘을 획득하지 못하고 상실하게 되며 운동의 정체성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입니다.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가 지난 12년 시민에게 기여하지 못한 것이 이 부분입니다.
무엇하나 검증하지 못하고, 시민에게 알리지 못하고 교육감권력의 방어를 위한 친위세력으로 전락한 것은 스스로가 가장 아프게 뉘우칠 부분이며, 또한 장휘국교육감이 진보가 아닌 결정적 이유입니다.
진보교육감은 시민사회운동과 올바른 소통과 책임의 윤리를 정치적 구조로 만들어서 이것을 통해 행정관료들을 압박하고 행정관료들이 시민정치에 정직하고 당당할 수 있도록 이끄는 존재입니다.
시장선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8년전에 참학,금속노조 등을 도와 장휘국과 정책협약의 절차를 집행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으며(장교육감이 언론공개를 거부함으로써 협약은 파기되었지만), 4년전에 시민사회활동가들과 8년의 실패와 반장휘국을 선언한 것도 현실의 교육청권력에 대한 진단평가를 책임지는 시민사회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4년전 시민경선후보단일화 운동을 했던 시민운동들은 8년의 장휘국에 대한 평가를 회피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적으론 매우 가깝고 각각의 모습이 이해가지 않는 바 아니나 시민사회운동의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서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시민사회운동은 위탁기관이고자 줄서는 곳도 아니며, 일과성 민원제기자도 아니기때문입니다.
2022년 광주광역시교육감선거 역시 12년의 장휘국교육감을 평가진단하는 작업에 다가가지 못하였습니다.
후보들 각각의 정치적 지향과 유불리 판단으로 원칙있는 선거운동에 다가가지 못하기도 하였으며,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1)달아오르지 않는 교육감선거에 대한 무관심이며, 2)후보들의 광주교육 제반 현안에 대한 이해부족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이 선거운동의 흐름, 후보들의 선거공학을 규정짓는 기본토대가 되었습니다.
재미난 것은 한겨레나 경향, 기타 언론들이 광주시교육감후보들을 모두 진보라고 규정한 언론보도들입니다.
아무리 광주라고 하지만 마지막 선거에 임한 다섯 후보의 정치적, 교육정책적 프리즘은 나름 차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성언론은 비판과 진보언론을 표방할망정 이를 구분하지 못하였습니다.
한편으론 다행스런 일이었습니다. 인맥과 학맥, 과거 이력만으로 진보팔이하는 거짓된 선거운동이 활개치지 못한 이유가 되기도 하였지요. 물론 민주노총이나 시민사회운동이 이것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고,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반성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막연한 기대를 하는거죠. 운동스펙이 있으면 더 잘하지않을까, 가까운 운동권이 권력을 잡으면 말이 더 통하지 않을까, 무슨 일이 있을때면 다가가서 아는체 하는데 용이하지 않을까 하는, 결국은 인맥연고주의적 구태를 운동의 이름으로 집착하는 것이며, 권력에 이용될 수밖에 없는 반민주적, 반주권적 태도를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운동이 앞장서서 하고 있는것입니다.
선거와 민주주의, 진보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았으면 합니다.
선거를 마치고서 여전히 평가되어야 할, 반성해야 할 부분은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