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기 전 색연필, 스케치북 사야 합니다. 문구점부터 들렀습니다.
김희호 씨가 사고 싶어 했던 색연필, 연필깎이. 신나게 고르십니다.
그동안 저는 스케치북을 골라봅니다. 김희호 씨 스케치북이니, 취향을 물어봅니다.
“희호 씨, 스케치북 이걸로 할까요, 이걸로 할까요?”
“곰돌이 있는 걸로!”
“네, 좋아요.”
.
.
“오늘 뭐 해?”
“빵도 먹고, 도서관도 가기로 했지요. 오늘 할 일이 많아요. 여행지도 정해야 하고, 어디서 잘지, 어떻게 갈지도 정해야 해요.”
“응.”, “과자도 사 가야지.”
“희호 씨, 아마 도서관에서 과자 먹는 건 안 될 거예요.”
“나가서 먹어야 해?”
“네, 그렇게 해야 할 거예요. 안에서는 못 먹어요.”
“가보자.”
“가보자고요? 네, 그래요. 가서 안 된다고 하면 과자는 다른 때 먹어요.”
꽈배기집 근처 마트에서 과자까지 사 가기로 합니다.
김희호 씨가 마트로 안내합니다.
“뻥튀기 어딨어?”
“저는 처음이라서 희호 씨가 알려줘야 해요.”
찾다가, 직원분께 여쭈어 찾았습니다. 원하던 뻥튀기 하나 삽니다. 김희호 씨가 직접 카드 건네고, 영수증까지 챙깁니다.
“과자 샀으니, 이제 책 읽으러 갈까?”
“네, 좋아요.”
김희호 씨에게 한 번 더 여쭙습니다.
“희호 씨가 아는 곳은 휴관 날이었잖아요. 지금 가는 데는 똑같이 내수이지만 희호 씨가 안 가던 도서관일 수 있어요. 조금 멀리 갈 수 있는데 괜찮아요?”
“괜찮아.”
“어제 우리 노란색 도서관 가기로 했잖아요, 이거는 제가 길을 찾아봤거든요. 안내해도 괜찮을까요?”
“응.”
“그러면 행정복지센터까지는, ㅇㅇㅇ번 버스 타야 하는 데까지는 희호 씨가 안내해 줄 수 있나요?”
“응.”
김희호 씨가 안내해 주신 정류장 따라 도착합니다. 길을 살펴보니 반대편입니다.
“희호 씨 우리 반대편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서둘러 반대편으로 달려갑니다.
곧 도서관에 도착한다! 김희호 씨도 저도 들뜹니다. 날씨도 참 맑습니다. 하늘 사진 한 장 찍으니, 김희호 씨도 곁에서 따라 찍습니다. 여유를 누리며 길 따라가 봅니다.
사택이 나옵니다. 집에 계신 분께 여쭈니 이 길로는 도서관이 없다고 합니다.
이상합니다.
좀 더 걷자, 쓰레기장이 나옵니다. 사무실에 가서 여쭙니다. 이곳에는 도서관이 없다고 합니다.
결국, 도서관의 번호를 찾고 찾아, 내수 도서관에 전화해 봅니다.
헐. 군부대에 있는 도서관이라 합니다.
“내수에 있는 도서관이 문을 다 닫았고, 하나는 공사 중이고, 하나는 군부대여서 들어갈 수 없대요. 그래서 오늘 도서관에 못 갈 것 같아요.”
“응.”
김희호 씨에게 찬찬히 설명하고 다시 천사마트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더워.”
“희호 씨, 덥죠. 죄송해요. 여기가 군부대에 있는 도서관이래요. 그래서 못 들어간대요.”
지금 걷는 이 길. 인도가 따로 없는 도로입니다. 차들이 쌩쌩 다녀 위험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돌아갈 버스를 타려면 10분 더 걸어야 합니다. 곧 지나갈 버스는 포기하고, 30분 후에 온다는 버스를 잡고자 열심히 걷습니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도중, 김희호 씨가 말합니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아이스크림 먹을까?” “네, 좋아요. 그런데 여기는 아이스크림 파는 데가 없어요. 우리 천사마트로 돌아가면 먹어요.”
걷다 홈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점점 땀에 젖어 갑니다.
버스정류장이 저 앞에 보입니다. ‘얼마 안 남았다...!’ 하던 순간, 차 한 대가 우리 옆에 섭니다.
“타실래요?”
“....네!”
“응?”
“희호 씨, 태워다 주신대요.”
에어컨이 빵빵 터지는 차에 올라탑니다.
우리에게 어디로 가는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묻습니다. 자초지종 설명합니다.
태워주신 분은 군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내로 나가는 길이었는데, 사람이 돌아다닐 곳이 아닌 길에서 걷고 있길래 걱정되어 멈춰 섰다고 하십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자, “아니에요. 저도 가는 길이었어요.”하십니다.
“아는 사람이야?”
“모르는 분인데요. 군부대에서 근무하고 계신다네요.”
김희호 씨도 더위가 조금 가셨는지 자기소개합니다.
“김희호예요!”
“김희호 씨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어디서 이 군부대가 있는 곳까지 왔냐고 묻자, 김희호 씨가 다온빌에서 왔다고 전합니다.
여느 집인 줄 아십니다. 기분 좋아집니다.
문득, 모르는 사람 차를 덥석 타버렸다는 생각에 김희호 씨에게 당부합니다.
“희호 씨, 원래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 차에 막 타면 안 돼요. 오늘은 제가 있어서, 희호 씨 곁에 다른 사람이 같이 있어서 이리 탄 겁니다. 오늘만 이런 거예요. 다음번에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 차 함부로 타면 안 돼요.”
“응.”
덕분에 내수로 돌아가기까지 한 시간은 족히 걸렸을 거리가 10분으로 단축됐습니다.
감사하다고 백번은 인사드리며 천사마트에서 내립니다.
“여행 장소를 오늘 정해서 어머님께 말씀드려야 하잖아요?”
“응.”
“제가 노트북을 켤게요. 여기저기 알아볼 테니까 희호 씨가 골라주면 돼요? 책 보듯이. 카페(꽈배기집)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아까 사장님 계신 카페로 갈까요?”
“응.”
카페 가기 전, 김희호 씨와 약속했던 아이스크림 사 먹으며 여유를 되찾아봅니다. 그사이 한 번 더 사과합니다.
“희호 씨, 잠시 저 봐줄 수 있어요? 제 손 잡아주실 수 있어요?”
“응.”
“제가 정말 죄송해요. 우리 도서관 가기로 했는데 다른 데로 가버려서, 안 힘들었어요?”
“응.”
“감사합니다….”
2024년 7월 1일 월요일, 이다정
※김희호, 준비, 24-3, 도서관 찾기, 한 시간 삼십 분
※김희호, 일상, 24-1, 여느 20대 청년
※이다정, 감사, 24-3, 친절한 이웃(1)
첫댓글 뭐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없네요.
힘들게 찾은 도서관이 군부대 내에 있는 도서관이라니..
더위에 지치고 힘들었을텐데 서로에게 짜증대신 아이스크림으로 마음의 여유와 사과가 오갔네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