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라 편하게 가는 카페가 있다. 여느 카페와 같이 그 곳도 음료 한 잔에 도장을 하나씩 찍어 주었고 그렇게 도장이 열 개가 되면 한 번은 서비스로 준다.
그런데 서비스는 '커피 종류'로만 고를 수 있댄다.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은? 유자차나 자몽차를 열 번 마셔도 차 종류 중에서는 고를 수 없는 건가? 싼 것 마시면 서비스, 비싼 것 마시면 뭐가 없다고?
순간 올라왔지만 생각해보면 주인장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아메리카노만 열 잔 마시고 비싼 차 서비스로 달라고 하면 곤란하겠지. 그렇다고 커피만 마시면 커피 서비스, 차만 마시면 차 서비스라고 하기도 뭐하다. 열 번이면 열 번 다 차만 마시는 나 같은 사람이 드물기도 할 거다.
얼마 후 도장 열 개가 다 찼다. "나중에 쓸게요" 라고 했지만 주인장은 알고 있다. 이 사람은 차만 마신다는 것을. 첫 쿠폰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했다.
어느날 주인장이 대뜸 차 한잔을 공짜로 준다. 귀찮아서 도장도 잘 찍지 않았는데? 내가 도장을 안 찍으니 주인장이 따로 쿠폰을 만들어서 찍고 있었댄다. 그 쿠폰에 적힌 내 이름은 '유자차'였다. 이름은 모르고 유자차를 자주 마시니 그렇게 쓴 거다. 게다가 도장도 더 찍어 준 것 같다. 그렇게 다시 쿠폰 도장을 찍게 되었고 서비스로 '차 종류'를 마시는 VIP가 되었다.
하루는 차를 마시는데 카페가 만원이 되었다. 손님 세 명이 들어왔다가 자리가 없어서 나가려고 했다. 주인장은 손님에게 자리가 없어서 죄송하다고 할 뿐이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손님을 붙잡았고 혼자서도 앉을 수 있는 창가로 자리를 옮겼다. 옮긴 자리는 불편하지 않았고 겨울철 창가였는데도 훈훈했다.
첫댓글 하하, '간장 두 종지'랑 잘 대비되는 글이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