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모동주와 수두타의 죽음
위소보는 모동주를 압송해서 자녕궁으로 가서 태후를 배알했다. 태감은 국사범을 데리고 들어오라는 명령을 전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전에 나는 태감이어서 태후의 침전을 자연스럽게 출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대신인데 어째서 나보고 침전으로 들라고 하시는가? 아마도 태후께서는 늙은 갈보를 잡았다는 말을 들으시고 너무나 기뻐서 내가 태감이 아니라는 것을 잊으신 모양이다.) 침전 안은 어두컴컴했으며 가짜 태후가 거처할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태후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었으며 등뒤로 휘장이 나직이 드리워져 있었다. 위소보는 큰절을 올려 삼가 문안을 드렸다. 태후는 모동주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대가 국사범을 잡아왔군. 그대는 이만 나가 보게.]
위소보는 모동주를 침전 안에 남겨 둔 채 큰절을 하고 나왔다. 그는 자녕궁을 나오면서 속으로 화를 냈다. (내가 늙은 갈보를 잡아온 것은 그야말로 커다란 공을 세운 것인데 태 후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고 칭찬 한마디 없구나. 제기랄! 그 누구나 자 녕궁에서 거처하면 바로 후레계집년이다. 진짜 태후도 가짜 태후도 모 두 늙은 갈보다.) 그는 속으로 욕을 하며 자녕궁 화원의 꽃길을 따라 걸어 한 채의 가산 옆을 지났다. 별안간 가산 뒤에서 세 사람이 걸어나왔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손을 뻗어 위소보의 왼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안녕 하신가?]
위소보가 깜짝 놀라 바라보니 늙은 태감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늙은 태감은 바로 귀이낭이 아닌가!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니 놀랍 게도 귀신수와 귀종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내관숙위의 복색을 하고 있 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야단났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여기 숨어 있었구나!) 위소보는 왼손을 귀이낭에게 잡혀 있었는데 팔이 시큰거리고 마비되어 왔다. 만약 소리를 지른다면 귀신수가 가볍게 일 장을 후려쳐 자기의 머리통을 박살내고 말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의 머리통이 백작 부 밖의 채석장 돌처럼 딱딱할 것 같지 않아 그는 쓰디쓰게 웃으며 말 했다.
[어르신께서도 안녕하십니까?]
그는 그곳에서 몸을 뺄 계책을 강구했다. 귀이낭은 나직이 말했다.
[나를 따라가자. 할말이 있다.]
위소보는 감히 그 말을 거역할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등뒤에 따라 오 던 몇 명의 시위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이곳에서 기다리게.]
그러자 귀이낭은 위소보의 손을 잡고 앞으로 십여 걸음 나가더니 나직 이 말했다.
[빨리 우리를 황제에게 안내하여라.] [세 분은 어제 저녁에 왔으면서도 어찌하여 아직도 황제를 찾지 못하셨 습니까?] [몇 명의 태감과 시위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모두들 황제께서 대신들을 불러 만나느라고 밤을 새우고 있다더군. 우리들은 가까이 할 방법이 없 어 손을 쓰지 못했지.] [조금 전 저는 황제를 뵈옵고 그의 말을 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즉 그대들 세 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려고 했지요. 그러나 황제는 이미 잠이 드셔서 만나 볼 수가 없었습니다. 세 분은 이미 옷차림을 바 꾸었으니 정말 잘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이제 궁에서 나갑시다.]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어찌 궁을 나선단 말이냐?] [대낮에는 안 됩니다. 세 분은 오늘 밤 다시 와서 일을 벌여도 상관없 을 것입니다.] [간신히 들어왔는데 큰일을 이루지 않고 어찌 나가겠느냐? 그가 어디서 잠을 자고 있는지 빨리 우리를 안내하여라.] [저 역시 그가 어디서 자고 있는지 모릅니다. 태감을 찾아서 물어 봐야 합니다.] [자네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네. 그대는 조금 전에 황제를 배알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째서 그가 자는 곳을 모른단 말인가? 흥! 이 늙은이 앞에서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가 본데 그 렇게 쉽지는 않을걸?]
귀이낭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위소보는 그야말로 뼈 가 갈라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다섯 손가락이 다 부러질 것 같아 으 윽, 하는 신음소리를 냈다. 귀신수는 손을 뻗더니 그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잘 영글었군. 손 대면 톡 터질 것만 같구나.]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을 굴렸다. (내가 그들을 데리고 자녕궁으로 가서 소란을 피우면 소황제는 전갈을 받을 것이고 미리 방비를 할 것이다. 그들이 손을 써서 태후를 죽인다 고 해도 황제가 죽는 것보다는 낫다.)
[조금 전에 저는 자녕궁에 갔었습니다. 어쩌면 황제는 태후에게 문안을 드리고 있는지도 모르니 우리 다시 자녕궁을 찾아가 보도록하지요.]
귀이낭은 그가 조금 전 자녕궁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의 말 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이 이미 궁으로 들어온 이상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않 네.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부득이 자네의 조그만 목숨을 앗 아갈 수밖에 없네. 우리 네 사람이 함께 염라대왕을 만난다면 길을 가 는 동안 외롭지 않을 것이고, 내 아들도 자네와 짝이 되는 것을 퍽이나 기뻐할 걸세. 자네 생각은 어떤가?] [짝이 되는 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승으로 가는 것은 아직 시 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대는 염라대왕을 만나 보겠는가? 아니면 오랑캐 황제를 만나보겠는 가? 이 두 녀석 가운데 오늘 그대는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할 걸세.]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황제를 뵈러 갑시다. 그러나 미리 말해 두지만 황제 를 뵙게 되었을 때 그대 세 분이 알아서 손을 쓰시오. 나는 도울 수 없 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누가 그대의 도움을 청한다고 했는가? 그대는 우리들을 황제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기만 하면 즉시 놓아주겠네. 그 후의 일은 그대와 상관없 는 일일세.] [좋소. 그렇게 합시다.]
위소보는 세 사람에게 잡혀서 자녕궁 쪽으로 걸어갔다. 귀종은 화원의 공작과 백학을 보고 홍미진진해 보였다. 위소보는 손가락질하면서 그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금 이라도 시간을 늦출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귀이낭은 답답하게 생각했으나 아들이 한평생 고질병에 시달려 왔고 이 세상에서 얼마 더 살지 못하므로 죽기 전에 기쁘게 해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그의 흥취를 차마 깨뜨리지 못했다. 이때 멀리 자녕궁에서 한떼의 사람이 걸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 일행은 두 채의 교자를 떠메고 있었다. 귀이낭은 한 손으로 위소보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아들을 잡고 모란 화 단 뒤로 가서 숨었다. 귀신수는 바로 그녀의 곁에 바싹 붙어 섰다. 그 행렬은 점점 가까이 왔다. 위소보가 보니 앞장 선 사람은 바로 경사방(敬事房)의 태감이었다. 뒤 의 교자 가운데 한 채에는 반드시 황태비(皇太妃)가 탔을 것이고 한 채 는 황태후(皇大后)가 탔을 것이었다. 교자 옆에는 각기 태감이 있어 교 자를 부축하고 교자 뒤에 있는 태감은 황라대산(黃羅大傘)을 들고 따르 고 있었다. 이어 수십 명이나 되는 내관숙위들이 그 뒤를 따랐다. 본래 태후가 궁에서 움직일 때에는 따르는 시위가 없었다. 아마도 황제 는 위소보의 전갈을 받고 시위들에게 보좌토록 한 모양이었다. 그는 갑 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나직이 말했다.
[조심하시오. 앞의 교자는 바로 오랑캐 황제이오. 그리고 뒤의 교자는 반드시 황태후일 것이외다.]
귀씨 부부는 이 행렬의 기세가 당당하고 자녕궁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는 틀림없이 황제와 태후라고 생각했다. 귀씨 부부는 가슴이 크게 설레이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일제히 아 들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애잔했다. 귀이낭은 나직이 말했다.
[얘야, 앞의 교자에 앉아 있는 것이 바로 황제이다. 그들이 가까이 오 기를 기다려서 내가 '쳐라' 하고 소리치면 우리 세 사람이 달려들어 사 람과 교자를 박살내야 한다.]
귀종은 웃었다.
[좋아, 이번에야말로 재미있게 되었군!]
두 채의 교자는 점점 가까워졌다. 위소보는 손에 땀이 괴는 것을 느꼈다. 경사방의 태감이 자꾸만 쉬이, 쉬이, 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하라는 것이었다. 귀이낭은 나직이 소리쳤다.
[쳐라!]
세 사람은 동시에 달려나갔다. 이 세 사람이 달려가는 기세는 무척 빨라 광풍폭우가 갑자기 들이닥치 는 것 같았다. 곧이어 펑, 하는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세 사람의 주먹은 이미 첫번째 교자를 후려치고 있었다. 귀신수와 귀이낭은 황제를 때려죽이지 못하게 될까 봐 즉시 허리에 찬 장검을 뽑아들고 삽시간에 교자 안을 잇따라 대여섯 번 찔렀다. 그러자 흰 칼이 들어갔다가 붉은 칼이 되어 나왔다. 칼날에서 피가 뚝뚝 흘렀 다. 교자 안에 수십 명의 목숨이 있다 해도 이미 끝장이 났을 것이었 다. 뒤를 따르던 시위들은 깜짝 놀라 일제히 호통을 치며 무기를 뽑아들고 앞으로 나아가 막아 섰다. 귀이낭은 부르짖었다.
[성공이다!]
그녀는 왼손으로 아들의 손을 잡고 곧장 북쪽으로 달려갔다. 귀신수는 장검을 급히 휘두르며 앞장서서 길을 뚫었다. 시위들이 어찌 그들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곧이어 세 사람은 수강궁 (壽康宮) 서쪽 꽃밭 길로 뛰어들었다. 궁녀와 태감들은 놀라서 아우성 치며 한무더기로 얽혔다. 사방에서 징소리가 울려퍼졌고 궁중의 수천 수백 개가 되는 쪽문들과 창문들이 꼭 닫혀지고 빗장이 걸리며 궁 안팎의 경계가 삼엄해졌다. 내 관숙위들과 궁문의 시위들은 엄히 각처의 요로와 통로를 지켰다. 곧이 어 궁 담장 밖에서 내부(內府) 삼기(三旗)인 호군영(護軍營)과 전봉영 (前鋒營), 효기영의 관병들이 하나같이 시위를 당기고 칼을 뽑아든 채 겹겹이 에워싸고 엄밀히 지켰다. 위소보는 귀씨 집안 세 사람이 황태비를 찔러 죽이는 데 성공한 줄 알 고 그냥 도망을 치자 속으로 크게 기뻐 즉시 화단 뒤쪽에서 달려나오며 큰소리로 호통을 내질렀다.
[모두들 당황하거나 소란을 피우지 마시오. 황태후를 보호하는 것이 중 요하다!]
시위들은 목이 떨어진 파리처럼 우왕좌왕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위소보 가 나타나 지휘를 하자 마음속으로 안심이 되는 듯 약간 차분해졌다. 위소보는 큰소리로 말했다.
[모두들 황후의 어교(御轎)를 에워싸듯 보호하도록 하시오! 갑자기 자 객이 침범해온다면 반드시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할 것이오.]
시위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위소보는 시위의 손에서 칼을 낚아든 채 높이 쳐들고 큰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우리가 충성을 다해 나라의 은혜에 보답할 때이오. 황태후와 황태비를 위해 목숨을 바칠 때이니 모두들 태후의 성가(聖駕) 를 보호하도록 하시오.]
시위들은 다시 일제히 대답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시위 부총관이며 백작 대인인 그가 위풍당당하게 시위들을 지휘하는 모 습이 매우 충성스러워 보였다. 생명을 초개(草芥)와 같이 여기는 듯해 서 모두들 마음속으로 탄복해 마지않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역시 남보다 뛰어난 데가 있다.) 십여 명의 시위들은 겹겹이 황태후의 성가를 에워싸고 지켰다. 위소보 는 다시 태감들과 궁녀들에게 호통을 내질렀다.
[그대들은 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가? 빨리 바깥쪽을 에워싸고 태후를 보호하라. 다시 자객이 침범해서 성가를 범하는 일이 있게 되면 내 먼 저 그대들의 값어치 없는 목부터 자를 것이다!]
태감들과 궁녀들은 자기의 머리통이 값어치는 별로 없지만 잘려져 나가 는 것은 크게 아쉽다고 생각했다. 칼을 휘두르는 위소보의 형색이 매우 위엄에 차 있어서 누구도 감히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몇 사람은 놀라 바지에 오줌을 싸기도 했다. 위소보는 그제서야 칼을 내리고 황태후의 어교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
[소신 위소보가 구하러 오는 것이 늦어 태후의 성가를 놀라게 했습니 다. 삼가 태후께 문안을 여쭙니다. 자객은 이미 물러갔습니다.]
태후는 교자 안에서 말했다.
[매우 좋네!]
위소보는 손을 뻗어 교자의 휘장을 들춰 보았다. 태후의 안색은 창백했 으나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 그대는 정말 훌륭하다. 정말 훌륭해! 나를 또 한번 구했구 먼!]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께서 만안하시니 소신은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그는 가만히 교자의 휘장을 내려놓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두 명의 시 위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빨리 황상께 알리시오. 태후께서는 편안하시니 황상께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을 올리시오. 그대들은 위소보가 삼가 황상께 문 안을 여쭙는다고 전하고 시위들이 용감하게 나서서 성가를 호위하였기 때문에 자객은 이미 멀리 도망갔다고 전하시오.]
시위들은 명을 받고 달려갔다. 별안간 태후가 나직이 말했다.
[위소보!] [예, 소신 여기에 있습니다.]
태후는 나직이 물었다.
[앞의 교자에 타고 있던 두 사람은 죽었는가?] [두 사람이라뇨?] [그대가 조심해서 보호하도록 하게.]
위소보는 대답을 했으나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어째서 두 사람일까? 어째서 조심하라는 것인가?) 그는 앞의 교자로 가서 휘장을 들추었다. 그 순간 위소보는 자기도 모 르게 앗, 하고 비명을 지르며 휘장을 내려놓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두 무릎이 시큰거리고 맥이 빠져 하마터면 땅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교자 안의 사람은 피와 살이 엉켜서 모두 죽어 있었다. 두 사람의 몸에 는 몇 군데 검에 의한 상처가 나 있었고 그 상처에서 피가 콸콸 흘러내 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 가짜 태후 모동주였고 다른 한 사람은 키가 작고 뚱뚱한 남 자인데 오관은 이미 장력에 맞아 묵사발이 되어 있었다. 그 몸매로 미 루어 보니 놀랍게도 수두타가 아닌가?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죽어 있 었다. 모동주가 교자 안에서 죽은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 녀는 위소보가 자녕궁으로 압송해서 태후에게 넘긴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이 수두타는 어디서 온 것일까? 그들 두 사람은 황태비의 교자 에 앉아 황태후의 보호를 받으며 어디로 가려던 것일까?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태후의 교자 앞에 가서 나직이 말했다.
[태후께 알립니다. 그 두 사람은 이미 죽었으며 묵사발이 되어있습니 다.]
태후는 웃었다.
[잘되었네. 우리는 자녕궁으로 돌아가세. 그 교자도 떠메고 가되 다른 사람들이 휘장을 들추어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하게.]
위소보는 대답했다. 그는 명을 내리고 자기 자신은 태후의 교자를 호위 했다. 이윽고 자녕궁에 이르러 휘장을 들추고 태후를 부축해서 나오도 록 했다. 태후는 다시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대는 정말 훌륭하군.]
위소보는 그저 웃음으로써 칭찬에 대답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무엇이 훌륭하다는 것일까? 태후의 나이는 적지 않으나 얼굴 모 습은 꽤 예쁘군.) 태후는 손짓을 하며 그에게 자기를 따라 침전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며, 궁녀와 태감들에게는 모조리 나가라고 분부하고 위소보에게 문을 닫도 록 했다. 위소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만 얼굴이 붉어져 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쿠! 야단났구나! 태후는 내가 훌륭하다고 칭찬했는데 혹시 나보고 노황제를 대신해 달라는 게 아닐까? 아! 가짜 태후에게는 수두타가 있 어서 그녀의 이부자리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런데 진짜 태후가 나를 이부자리 속으로 기어들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태후는 침대가에 걸터앉아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번 일은 정말 위험했는데 그대가 힘을 써 준 덕택에 무사했다.] [소신은 태후와 황상께 커다란 은혜를 입은 몸이라 몸이 가루가 된다 해도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는 매우 충성심이 강해. 황상께서 그대를 임용하신 것은 역시 우 리들의 복이라고 할 수 있네.] [그것은 태후와 황상의 은혜입니다. 소신은 그저 충성을 다해 주군을 위해서 힘쓰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옥황대제시여! 관음보살이시여! 보호해 주시옵소서. 그녀가 결코 나에 게 궁녀로 가장하고 이부자리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후는 다시 그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는데 그 웃음에 위소보는 그만 심 장에 솜털이 돋는 것 같았다. 이때 그녀가 말했다.
[죽은 두 반적과 교자를 함께 불에 태우도록 하게. 그리고 반 마디도 누설하지 않도록 하게. 조금 전 그곳에 있던 시위들과 궁녀, 태감들 은....]
거기까지 말하더니 한참 동안 망설이는 듯 입을 열지 못했다.
[태후께서는 안심하십시오. 소신이 그들에게 입방아를 찧지 못하도록 할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태후는 그의 말이 거칠어지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번 일을 그대가 적절히 처리해 준다면 그대에게는 큰 이득이 돌아갈 것이네.]
위소보는 인사를 하고 말했다.
[소신은 애써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누가 누설한다면 태후께서 는 소신의 머리를 자르도록 하십시오.] [그렇다면 안심했네. 나가 보게나.]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큰절을 하고 물러나왔다. 자녕궁에서 나오자 강희의 어교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수백 명 의 숙위들이 어교의 전후좌우에서 호위하고 있었는데 위사들은 평소보 다 몇 배나 증가되어 있었다. 위소보는 한옆으로 피했다. 강희는 교자 안에서 그를 보고 외쳤다.
[소계자! 그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게!]
그는 강희가 태후에게 문안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골똘히 생각해 보 았다.
[수두타는 어째서 황태비의 교자 안에 숨어 있었을까? 정말 희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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