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그녀는 노래불렀다.
자애로운 스승님께 예배드립니다.
간구하는 저의 말씀 들으시고
축복으로 소원을 들어주소서.
위대한 래빠님이시여,
소녀의 노래에 귀 기울이소서.
무지하고 방황하는 마음으로
저는 인생을 생각하며 탐구했지요.
가슴 깊이 삶의 덧없음을 되씹었어요.
지금까지 저는 보아왔어요.
세상의 햇빛을 본 그날부터
죽음이 젊은이 늙은이를 가리지 않고 쓰러트리는 것을.
인생은 불안하고 덧없어 풀잎 위의 이슬 같지요.
시간은 몰래 달아나고 삶은 어느새 끝나버려요.
불사(不死)의 사람을 난 본 적이 없어요.
그런 사람 있단 소문도 들은 적 없어요.
어느날 이 몸도 어김없이 죽겠지요.
죽음에는 선택도 자유도 없어요.
죽은 뒤 비참한 세계에 떨어져
고통받을까 봐 두렵고 슬플 뿐이지요.
이 세상은 한바탕 연극이지요.
집안일은 끝없이 수고롭고
생존을 위해 고달픈 삶을 살아가야 하지요.
세상일 끝난 뒤 참담한 세계에 떨어지면
수행도 해탈도 끝장이지요.
때로는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부모님 소중한 재산 받고도
하녀처럼 너를 부리는 남편에게
너 자신을 스스로 맡기는 이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사랑하는 이는 처음에 천사 같으나
나중엔 악마인 양 놀래키며 난폭하게 굴지요.
마침내 사나운 코끼리같이 되어
죽이려는 듯 위협하지요.
생각하면 슬프고 진저리 나요.
이제는 진리에 헌신하고 싶어요.
금강 형제단(金剛兄弟團)에 합류하고 싶어요.
남자들은 대부분 외상 거래자들이지요.
능력있는자는 매우 드물어요.
그들은 처음엔 젊은 여인의 아름다움을 앗아가고
나중에는 재물을 훔쳐가고
마침내는 손목에 찬 보석까지 풀어가지요.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이제는 진리 수행에 헌신하겠어요.
앞으로는 지혜의 자녀들을 기르겠어요.
집과 사원은 감옥 같지요.
처음에는 마음을 상하게 하고
나중에는 등[背]을 고통스럽게 하고
마침내는 절망에 빠뜨리지요.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이제는 불멸의 명상전(暝想殿)을 짓겠어요.
상징 도형과 경전 두루마리를 숭배함은 의미 없지요.
참다운 신심과 성심이 필요하지요.
사람들은 토지를 놓고 다투고
다음에는 수로(水路)를 놓고 다투고
마침내는 주먹질이 오가지요.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이제는 자아 수련의 거친 땅을 가꾸며
진리 수행에 헌신하겠어요.
보리심이 굳게 서면
공덕은 한없이 자라지요.
하지만 재물에 집착하면
아무리 애써도 많은 죄를 짓지요.
처음엔 불타는 욕망에 삼켜지고
나중엔 자만과 이기심에 사로잡히다가
마침내 원수와 필사적으로 다투지요.
생각하면 가슴은 비애로 가득 차요.
이제는 진리에 헌신하겠어요.
만인에게 선의(善意)를 지니겠어요.
남의 결점일랑 불보듯 밝게 보면서도
자신의 결점을 좀처럼 알지 못해요.
그러니 우리들 사이에 무슨 조화가 있겠어요?
흠없는 붓다, 모든 것을 알고 두루두루 완전하신 분에게서도
악인들은 결점을 찾아내지요.
그러니 우리들 사이에 어떻게 평화가 있겠어요?
생각하면 슬프고 진저리나요.
이제 소녀는 진리에 헌신하겠어요.
마음속의 자아 얼굴[眞面目]을 들여다 보겠어요.
만물은 화신불이신 님의 앞에선
황금처럼 빛나겠지요.
저는 체험하진 못했지만
존재도 비존재도 없겠지요.
욕심과 탐심을 극복하려고
임에게 지중한 보물을 바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지요.
"집착을 이르키는 소유물을 버리라.
모든 소유물은 마법과 같은 미망일 뿐이니
선한 목적과 자선을 위해 베풀어라."
깨달은 분들의 가르침 따라
임에게 황금을 바칩니다.
받아주세요, 이 작은 믿음의 징표를!
또한 가르침을 허락하소서.
[출처] 밀라레빠 129. 사랑하는 이, 처음엔 천사 같으나 나중엔 악마처럼 변하네. 진절머리나는 세상사..|작성자 마하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