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관한 생각
민찬기
글을 쓸 때 ‘사색’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문학회 카페에서 보고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했다. 그러던 중 ‘기다림의 미학’ 이라는 평생교육원에서 수업시간에 준 수필집을 보았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서 쓰는 데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첫 장을 펴자마자 ‘웃음탕’ 이라는 제목의 수필이 보였다. 잘 웃지 않게 되던 차에 훈련을 받으며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보면서 요즘 나도 크게 웃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식피식 하고 살포시 웃은 적은 많아도 배를 움켜잡고 박장대소해본 적은 오래 됐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크게 웃는 것도 어느새 잊어버리게 된 걸까? 아니면 ‘웃을 수 있는 순간’ 이 많지 않게 된 걸까?
취업에 대한 고민, 병역 문제, 집에서의 독립, 앞으로의 계획 등이 머릿속을 요즘 복잡하게 만든다. 군대에 가기 전에 아르바이트라도 열심히 해서 집안에 보태야한다는 생각을 가져도 아르바이트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22살이나 됐으니까 슬슬 군대를 갔다 와서 집에서 독립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이런 생각들로 가득차 있으니 웃을 일이 많지 않을 수밖에.
글을 읽고 억지로 배를 잡고 미칠 듯이 소리를 내어 웃어보았다. 한 시간 정도 웃어보니 어질어질 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이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불안, 초조 같은 느낌이 다 사라지진 않더라도 진정되는 느낌. ‘아, 이래서 힘들수록 웃어보라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참 동안 웃고 나서 문득 ‘웃음이 요즘에는 엉뚱한 데 자주 나오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아무도 모른다’ 라는 영화를 봤을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작년 7월, 충청대 사회복지학부에 다니던 나는 보육과정 시간 때 교수님이 보여주셔서 이 영화를 반 모두와 같이 보았다. 엄마가 버린 4명의 아이들은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아이들은 엄마가 남긴 돈과 다른 사람들한테서 얻는 음식으로 생활한다. 하지만 돈도 바닥나고 일도 출생신고가 안 되고 나이도 어려서 못하게 되는데..... 일본에서 있었던 실화라고 하는데 보는 동안 반 사람들 모두 숙연하게 쳐다보았다. 그런데 사정을 딱하게 여긴 아이들하고 친하게 지내던 여자 아이가 노래방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가장 나이 많은 아이한테 전해주자 그 아이는 그걸 거절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 저럴까?”하는 술렁임이 잠깐 일 때 어디선가 “푸훗” 하고 살짝 웃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잘못 들린 거겠지’ 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지금웃을 때는 아닌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렇다 할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요즘에는 웃는 일이 ‘기분 좋아서’ 라기 보다 ‘남이 안 되는 걸 비웃기 위해’ 이루어지는 때가 많은 거 같다. 키가 작아서, 못생겨서, 마음에 안 들어서 같은 이유로 웃는 경우가 많이 일어난다. 그런데 나도 누군가 마음에 안 들면 비웃고 싶은 유혹이 든다. 참을성으로 억누르지만 말이다. 살기가 팍팍해지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의 발달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웃을 일이 많지 않으니까 그러는 걸까? 그렇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건강한 웃음’ 이 많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찾는 노력을 계속 해야겠지.
첫댓글 요즘 TV나 신문 을 보면 정말 웃을 일 없는데 건강 한 웃음 많아 졌음 좋겠네요 ...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 부탁드립니다.
" 요즘에는 웃는 일이 ‘기분 좋아서’ 라기 보다 ‘남이 안 되는 걸 비웃기 위해’ 이루어지는 때가 많은 거 같다. 키가 작아서, 못생겨서, 마음에 안 들어서 같은 이유로 웃는 경우가 많이 일어난다. 그런데 나도 누군가 마음에 안 들면 비웃고 싶은 유혹이 든다. "
'글을 읽고 억지로 배를 잡고 미칠 듯이 소리를 내어 웃어보았다.
한 시간 정도 웃어보니 어질어질 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이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불안, 초조 같은 느낌이 다 사라지진 않더라도 진정되는 느낌. ‘아, 이래서 힘들수록 웃어보라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책에서 해보라는 대로 고스라니 따라해 보시는 선생님을 상상하며 저는 웃습니다.
네, 좋은 일은 모방하면서 그대로 실습까지 하시는 걸 보니 선생님은 반드시 좋은 글을 쓰실수 있을 겁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
"피식피식 하고 살포시 웃은 적은 많아도 배를 움켜잡고 박장대소해본 적은 오래 됐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크게 웃는 것도 어느새 잊어버리게 된 걸까? 아니면 ‘웃을 수 있는 순간’ 이 많지 않게 된 걸까?"~ 웃으면 복이와요. ~ 저도 많이 웃는편입니다. 가려가며 웃어야 하는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