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오륜(五輪)에 `편파` 라는 또 하나의 고리가 덧붙는 것은 아닐까. 매번 판정 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올림픽이지만 이번에도 편파 판정과 오심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랭킹 톱10 재진입을 노리는 한국도 이에 따른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경기를 앞둔 `금 텃밭` 레슬링과 태권도에서 자칫 오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 체조의 사상 첫 금메달을 앗아간 남자 개인종합 결승이 가까운 예다.
지난 19일 아테네 올림픽인도어홀에서 뜀틀 연기를 하던 미국의 폴 햄은 착지에서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심판석까지 나동그라졌지만 `결정적 실수` 로는 지나치게 후한 9.137점을 받았고, 이후 열린 평행봉과 철봉에서 연속으로 9.83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어 믿기지 않는 우승을 이끌어냈다.
그 때문에 한국의 김대은과 양태영은 은ㆍ동메달로 밀려나고 말았다.
외신들과 국내 언론은 `김대은이 금메달을 강탈당했다` 고 판정에 대해 비난했지만 미국 측은 `한국 선수들은 눈에 쏙 드는 연기를 하지 못했다` 는 핀잔으로 받아쳤다.
한국 축구도 `12명` 과 싸워야 했다.
18일 8강 진출의 관문이 된 말리와의 경기에서는 경기의 승패를 뒤바꿀 만큼 중대한 오심이 나왔다.
전반 6분 말리의 첫골이 터지기 직전 공이 테네마 은디아예의 손에 맞는 장면이 TV중계 화면에 분명히 잡혔으나 주심이 핸들링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한국은 페이스를 잃고 크게 흔들렸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 올림픽분과위원장인 정몽준 회장은 당시 하프타임 때 경기 진행을 맡고 있던 FIFA 관계자들에게 말리의 첫골 상황에서 오심이 내려진 점을 지적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한국은 앞서 12일 그리스전에서도 2-1로 앞서다 석연찮은 판정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되는 바람에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이 밖에도 자잘한 오심과 심증만 가는 편파 판정은 따로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판정에 대해 잡음이 나는 경우를 살펴보면 유달리 `자존심 강한` 최강대국 미국과 개최국 그리스 선수들이 출전한 경기에 집중돼 있다.
심판들의 자질 미숙이라기보다 국가 간 지나친 순위 경쟁 때문에 편파 판정 시비가 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들어맞는 대목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별다른 항의도 못 하고 희생되는 약소국 선수들이 적잖다.
한국의 전략 종목인 레슬링과 태권도는 몸과 몸이 맞붙어 벌이는 경기인 만큼 태생적으로 점수 판단이 모호한 장면이 꽤 나온다.
태권도에서 한국 선수들의 발차기가 약하게 상대의 몸통에 맞았거나, 거의 동시에 상대와 킥을 주고받았다면 불리하다고 봐야 한다.
이번 대회는 특히 한국을 견제하려는 유럽 심판들의 입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결국 선수들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그런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모범답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