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다이아몬드 시장에 영향을 미칠 6대 요인 |
다이아몬드 산업 내 변화는 대개 속도가 매우 느리다. 하지만 2008년의 글로벌 경제 위기, 2020년의 팬데믹, 2022년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 대규모 사건들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발발 후 업계는 다른 전 세계 산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했다. 이제 업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이에 따른 미국의 알로사 제재안에 따라 사업을 조정하고 있다. 시장은 아직 전면적인 활동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작년보다 올해 업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공급-수요의 역학이 자리를 잡고, 원산지 확인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이밖에 다른 요소들도 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랩 그로운 시장은 계속 성장 및 진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드비어스와 보츠와나 정부는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새로운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2023년 다이아몬드 시장을 좌우할 요소들이다.
알로사의 공급
미국이 2022년 4월에 알로사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을 때, 많은 이들이 알로사가 글로벌 원석 생산의 약 30%를 담당한다는 점을 감안, 공급 부족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반대로 2022년 들어 나석 재고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유지됐다.
가장 큰 원인은 2021년 말~2022년 초에 공격적인 원석 매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는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이라는 긍정적인 모멘텀에 올라타고 있었다.) 이렇게 축적된 원석을 바탕으로 공장들은 바쁘게 돌아갔고 이는 나석 재고 수준 상승으로 이어졌다. 새롭게 연마된 나석이 시장에 나올 때쯤인 2022년 하반기에 수요 둔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2022년 하반기의 나석 가격 하락이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1월 1~12일) 1캐럿 나석의 RAPI(랩넷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0.5%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연마업체들은 원석 구매량을 줄였으며, 나석 생산량도 대폭 축소했다. 인도의 원석 수입량은 2022년 1~11월에 21% 감소했다. 반면 원석 수입액은 8% 상승했는데, 이는 수입된 원석의 캐럿당 가격이 138달러로 38% 올랐기 때문이다. 가격이 상승한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산 원석의 공급이 줄었기 때문인데, 이는 원석 수요가 감소한 반면 수요가 비싼 원석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알로사는 사이즈가 작은 저가의 다이아몬드를 대량 생산한다. 공급 부족은 이와 같은 ‘알로사 타입’ 상품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석 공급업체들은 아직 상당한 양의 비인기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연마업체들은 올해 초까지 (특히 드비어스가 연초 사이트에서 높은 원석 가격을 유지할 경우) 소극적인 원석 구매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비어스가 가격을 인하한다면 수요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경매와 2차 시장 원석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드비어스는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처럼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환경 속에서는 생산 원가가 오르기 때문에 가격 책정을 통해 마진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드비어스는 작년에도 높은 실적을 올렸고 알로사 상품 부재로부터 이익을 얻었다. 드비어스의 2022년 원석 매출은 20% 증가한 57억8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하지만 알로사는 서서히 시장으로 복귀할 것이다. 매출액이 공개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인도의 은행들은 루피화 러시아 송금에 필요한 조치를 마쳤으며, 벨기에는 원석의 주 공급원인 러시아 제재 시행을 피하는데 성공했다.
이미 2022년 말부터 러시아산 원석의 시장 유입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몇 달 전부터 연마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에 1사분기 중류 부문(연마 및 도매 산업) 나석 재고 수준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연마된 나석의 공급 감소는 주얼리 업체들이 연말 시즌에 판매한 상품을 재충전하는 시기인 1~2월(비록 나석 수요가 평년 이맘 때보다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경제
미국의 주얼리 업체들의 작년 연말 실적은 비록 2021년의 높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교적 양호했다. 하지만 주얼리 업체들이 시장의 단기적 전망이 불안하고 가격과 재고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와중에 매수를 서두를 이유는 없다. 이들이 구매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출을 줄임에 따라 경제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소매업체들은 지나치게 많은 재고를 두지 않는 한편, 후불로 상품을 들여오고, 공급업체들의 재고에 원격으로 접근해서 필요할 때 빠른 배송을 해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리스크에 대비 중이다.
소매업체들의 재고 관리는 1사분기의 다이아몬드 시장 활동 둔화로 이어져 2022년 하반기의 느린 트렌드가 올해로 연결되게 될 것이다. 경제 불안이 임박했고 불안정한 상황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이아몬드 수요는 시장의 각 주체들이 안정을 찾고 업계인들이 연말 시즌에 대한 확신을 되찾게 되면 개선될 것이다.
중국 시장 회복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지난 12월에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1월에 여행자들에 대한 의무 격리 지침을 없애겠다고 발표한 이후 낙관적인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방역 조치 완화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추가적인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1월 22일 구정을 앞두고 문을 개방했다. 중국은 엄격한 방역 조치를 폐지하는 한편, 중국을 보다 투자 친화적이고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이르면 구정 연휴, 늦으면 올해 하반기에 보복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는 하반기에 가서야 회복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소비자들이 정상 생활로 돌아가고 급변한 정부 정책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성장은 작년 실적과 비교해서 계산될 것이다.(작년 하반기 시장 실적은 낮은 수준이었다.) 중국 바이어들의 길어진 부재는 2022년의 글로벌 다이아몬드 산업 둔화의 주 원인이었다. 이들의 회귀는 시장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2022년에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성장이 천연 다이아몬드 주얼리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동시에 합성 다이아몬드의 가격 하락도 계속되고 있다. 주 원인은 기술 발전이 이끈 공급 증가다. 또한 합성석 수요 증가 역시 영향을 미쳤다. 주얼리 소매상들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홍보했으며, 예물 부문이 랩 그로운 스톤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모든 요소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상황을 복잡 미묘하게 만들었다. 즉, 주얼리 소매상들이 높은 품질을 요구함에 따라 컬러와 클래러티가 좋은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올해는 랩 그로운 산업에 있어 또 한 번의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다. 랩 그로운 스톤을 취급하는 주얼리 소매상과 브랜드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급 브랜드의 랩 그로운 스톤 판매 가격은 상품의 가치가 (상품 자체 혹은 브랜드 스토리)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합성석의 매력이 저렴한 가격을 넘어 고급 상품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산지 증명
랩 그로운 스톤의 부상, 미국의 알로사 제재는 천연 다이아몬드 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향상하기 위해 산지 증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촉매제가 됐다. 천연 산업은 3년 전부터 산업의 핵심 메시지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로 변경했다. 이는 분명 합성석 제조 및 판매업체들이 합성석을 친환경적인 상품으로 홍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다양한 산지 증명 혹은 원산지 확인 프로그램 시행을 앞당겼다. 브랜드 및 소매업체들이 이를 통해 자사의 상품이 합법적, 윤리적이라는 점을 보장 받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산지 증명 프로그램이 자리잡게 되면 이를 상품이 윤리적으로 생산됐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확인시켜 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연마 부문 업체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올해 생산지를 추적하는 산지 확인 프로그램들이 추진력을 얻어 업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드비어스-보츠와나 계약
드비어스와 보츠와나가 공급 및 마케팅 계약을 앞두고 벌이고 있는 협상 역시 우리의 눈길을 끈다. 원래 양측의 계약은 10년마다 갱신되며 2020년에 이미 만료됐다. 새로운 계약은 먼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발발로 연기됐고, 이후 여러 이슈들이 추가 지연시켰다. 현 계약 마감일은 6월이며, 계약의 추가 연기는 예상하기 어렵다. 여기서 협상의 모든 내용을 논의하기는 어렵다. 양측이 협상의 세부 사항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인데, 어쨌든 나머지 모든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이다. 드비어스의 지분 15%를 가지고 있는 보츠와나 정부는 더 많은 원석이 보츠와나의 사이트홀더들에게 공급되어 연마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츠와나 정부는 또한 국영 원석 판매업체인 오카반고 다이아몬드 컴퍼니의 매출을 진작하기 위해 보다 큰 사이즈의 원석을 오카반고에 공급하는 한편, 보츠와나 국내 연마업체들과 부가가치 계약을 맺을 것을 요구했다.
가보로네는 중요한 글로벌 다이아몬드 원석 허브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사이트홀더들은 가보로네에 연마 공장을 설립했으며, 드비어스는 2013년에 런던에 있던 원석 집하 및 판매 본부를 가보로네로 옮겨왔다. 드비어스가 보츠와나에서 다이아몬드 산업 활동을 벌임에 따라 다른 글로벌 연마 센터들(특히 인도)은 밀려나고 있다. 가보로네의 부상은 또한 다이아몬드의 마케팅 루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츠와나에서 원석을 연마하는 업체들은 앤트워프, 이스라엘, 두바이 등의 전통적인 무역 센터들을 패싱하고 스톤을 뉴욕, 홍콩 등의 유통 센터로 곧바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광산에서 시장까지의 유통 경로가 단축되어 다이아몬드 무역의 효율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 라파포트 뉴스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