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마침 바람도 쐴겸해서 운수행각?을 떠납니다...보통 학원엔 그래도 여름 방학 겨울방학이 있거든요....
여름 방학을 하여서 한 5일 정도 시간이 되어서 홀로 조용히 운수납자 흉내를 냅니다....서울을 출발하여서 강원도 현리에서 하차합니다...그리고는 진동이란 곳엘 가는데요..
그곳에 가면 산 속에서 우리 장모님께서 주지로 계시는 조그마한 절이 하나 있지요....매번 휴가 때가 되면 가서 승복입고 목탁치고 운판에다가 범종까지 스님 흉내 제대로 내고 오는 곳입니다...
우리 장모님...
기가 막히시지요.....스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속인도 아니고...아무튼 별안 인생을 사시지요....
강원도 점봉산에 나물하러 우연히 가셨다가 산이 너무 험하여서 내려오다가 일행들과 함께 잠시 따스한 볕 아래에서 낮잠이 듭니다..
꿈 속에서 느닷 없이 수염 허연 노인이 나타나서는
“전생에 빚갚아라..”
하시더랍니다....당연히
“무슨 빚을요...”
“다 갚고 이제 조금 남았느니라...그러니 산에 와서 나를 섬겨라...”
하시더랍니다...기가 막힌 우리 장모님
“싫어요...”
“그럼 네가 아니면 네 자식들 한테서 빚 받을테니 맘대로 하거라...”
이 소리에 우리 장모님 눈앞이 캄캄하여서 도망을 쳤는데...꿈이더랍니다...
그때 마침 이놈이 멀쩡하게 잘 나가던 직장 때려치우고 스님이 되겠다고 당신의 딸과 사느니 못사느니 하던 때라서 우리집 장모님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지요...그래서 당신이 그길로 얼마 안 되어서 비승비속의 상태로 그렇다고 무속인도 아닌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참선을 저보다 더 잘하시거든요....다행인지..원 참...
거기까지는 한 16km가 되는 거리를 걸어서 갑니다....일부러요...
참으로 산세가 우렁차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환희에 흠뻑 취하여서 그간 병으로 이리저리 속상한 일을 다 잊어버리고 걸어갑니다...
가다가 개울에서 발담그고 산천 속에서 보는게 시상이오 흐르는게 시상이니 어디가 극락이 아니리오...
주르르 마구 흘러나오는 자연과의 대화.....껍데기 도사의 입에서 나오는 물아일체....그냥 거기서 한 두어 시간을 보내고....다시 걸어갑니다...
상기병이 오고나서는 좌선은 못하고 그냥 일상사에서 화두만 잡고 있었는데요 그놈이 참 희안한게 좌선하려고 방석에만 앉으면 사단이 나고
내려와서 자세를 잡지 않고 화두를 들면 멀쩡하고..나참....미치겠던걸요...
그런데 그날 강원도엘 걸어가면서도
이상하게 화두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그렇지만 이내 딴 생각으로 돌려버립니다....머리가 또 아프고 난리를 부릴까봐...
얼마전에 직장에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는데요...느닷없이
화두가 같이 따라다니는 것이에요....보통은 사람이 화두를 들다가도 말을 하면 화두는 그 순간엔 단절되거든요....그런데 그날은 누가 불러내지도 않았는데 저절고 머리 속에서는 의심이 솨악...들어오더니만 없어지지 않는 것이었어요...전화를 받아도...강의를 해도...횡단보도를 건너도....
참...너무 기뻣습니다.....이런게 바로 동정일여인가...
그런 생각이 미치자 저는 조그마한 희열을 맛보았지요...
전강큰스님께서 상기병에 시달리면서도 선방에서 갖은 구박을 다 받으면서도
기어이 견성성불하신 그 모습이 문뜩 떠올랐지요...
그분은 다른 상기병도 아니고 피를 마구 토하는 그런 병이었는데요...
피골이 상접하여 죽을 사람처럼 비쩍 말라서 어느 선방에서도 안 받아주었데요...
그러다가 어느날 정해사에서 한 철을 보내신 영신수좌(전강큰스님)는 지리산으로 가는 길에 벽소령을 넘습니다...
때는 한밤중이었는데요...
동네 개울에 걸쳐져 있는 다리를 건너다가 문득 옛조사님의 법문이 귀전을 때립니다...
“이것봐라..”
“네..스님..”
“안개가 잔뜩 끼었는데 소를 잃었으니 어떻게 찾겠느냐...”
“네..스님...안개가 걷힌 다음에 찾으면 될 것입니다...”
“틀렸느니라....”
“틀렸다구요....?”
“그럼 이번에는 네가 나한테 물어보아라...”
“네.. 스님...안개가 잔뜩 끼었는데 소를 잃었으니 어떻게 하면 찾겠습니까...”
“나가서 외나 따오너라...”
“네...” 외를 따오라구요...“
“나가서 외를 따와..!!”
이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순간 전강 큰스님은 문득 한소식을 하고
견성성불을 합니다...그간 오랜 세월 동안 순숙해진 화두가 드디어 터지는 순간이지요....
스님은 희열에 말할 수 없는 기쁨에 젖어서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첫댓글 ㅎㅎㅎㅎ, 그렇죠, 무심하면 곧바로 손바닥에 들려 있는 놈이 찾아 나서면 천리 만리니.....고이헌놈!!!!! _()_
헉!!! 어찌 처가쪽까지 불연이 그리도 깊었답니다. 새삼 업연을 피부로 느낍니다._()_
_()_
너무 무심하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