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중앙선데이 2월 6일자]
"정유사들 휘발유 L당 38원 더 받았다"
6일 아침에 배달된 한 신문은 "한국 소비자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서울여대 송보경(66·교육사회학) 명예교수가 '비싼 기름값의 비밀'을 고발하고 나섰다"며 고발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일간신문의 일요판 격인 이 신문은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에서 석유시장감시단장을 맡고 있는 송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2010년) 국제 휘발유값 인상폭보다 정유사의 공장도가격 인상폭이 L당 38원 많다. 소비자가 주유할 때 휘발유 50L를 넣었다면 국제 시세 변동분보다 1900원을 더 지불한 셈"이라며 "국제 휘발유값이 올라 국내 휘발유값도 똑같이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정유업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송보경 명예교수는 "지난해 1월 첫째주부터 12월 마지막주까지 총 52주간의 휘발유값 변동을 국제 시세, 환율, 세금, 공장도가격, 소비자가격 등 철저히 데이터에 입각해 분석했다"며 "국제 휘발유값과 국내 정유사 공장도가격의 변동을 주간 단위로 비교·분석한 결과 공장도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L당 38원 더 많이 올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격이 오른 주간에는 국제 휘발유값은 L당 397원, 공장도가격은 451원이 각각 올라 국제 시세가 오를 때 국내 정유사들은 공장도가격을 L당 54원 더 올렸으며, 가격이 내린 주간에는 국제 휘발유값은 266원, 공장도가격은 282원이 각각 내려 공장도가격은 국제 시세보다 16원 더 많이 떨어졌다"
고 합니다. 둘을 종합하면 작년 정유사들은 휘발유 공장도가격을 국제시세보다 L당 38원 더 인상했다는 것입니다.
송보경 교수는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정유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업계와 소비자단체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분석의 틀을 만들어냈다"며 "그렇기 때문에 분석 결과에 대해 업계가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너무 떠들지만 말아달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송보경 명예교수의 고발 내용이 사실일까요.
석유시장감시단장인 송보경 명예교수가 주장한 '작년 정유사의 휘발유값 폭리'는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보도자료 '2010년 정유사, 주유소가 더 올렸다'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이 보도자료는 석유시장감시단이 작성한 '2010년 석유시장 분석보고서'를 소개한 것입니다.
공교로운 것은 석유시장감시단이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이 휘발유값을 1 L에 38원 더 받았다"고 처음 공개된 날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국제유가가 1배럴에) 140달러 갈 때 (휘발유 1L 소비자가격이) 2000원 했다면 지금 80달러 수준이면 조금 더 내려가야 할 텐데 지금 1800~1900원 정도 하니 더 싸야 하는 것 아니냐. 주유소 등의 이런 행태가 묘하다"는 말을 한 바로 다음날이라는 점입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까요.
석유시장감시단은 "억울하다"고 항변할 줄 모르지만 '석유시장 분석보고서' 발표시점에 오해의 소지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석유시장감시단의 분석보고서는 발표시점보다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국제시장 휘발유 가격(왼쪽)과 정유사 세전출고가격 추이. [출처=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오피넷 홈페이지]
석유시장감시단이 분석한 주 내용의 작년 1월 첫째주부터 12월 다섯째주까지의 국제 휘발유(옥탄가 92) 가격과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 세전출고가격, 그리고 주유소 판매가격의 변화분을 주 단위로 비교한 것입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휘발유 출고가격을 책정할 때 원유값인 국제유가가 아닌 싱가포르시장(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또 국제 휘발유 가격과 정유사들의 휘발유 출고가격 및 주유소 판매가격 사이에는 통상 1주일간의 시차가 발생합니다.
석유시장감시단이 적시한 시점 '2010년 1월 첫째주~12월 다섯째주'는 주유소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국제 휘발유 가격은 '2009년 12월 네째주~2010년 12월 세째주'이며, 정유사 공장도가격(세전출고가격)은 '2009년 12월 다섯째주~2010년 12월 네째주'입니다.
석유시장감시단은 "국제 휘발유 가격과 정유사 공장도가격의 오름 폭과 내림 폭을 모두 합쳐 계산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두 시점(국제 휘발유 가격은 '2009년 12월 네째주~2010년 12월 세째주', 정유사 공장도가격은 '2009년 12월 다섯째주~2010년 12월 네째주')만 비교해도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즉 국제 휘발유 가격은 2009년 12월 네째주 1L에 585원에서 2010년 12월 세째주 715.44원으로 130.44원 인상되었습니다. 반면 정유사 공장도가격은 2009년 12월 다섯째주 1L 643.73원에서 2010년 12월 네째주 812.00원으로 168.27원 상승했습니다. 이 두 시점만 비교하면 국내 정유사의 공장고가격 인상 폭은 국제 휘발유 가격 상승폭보다 1L에 37.83원 더 높았습니다. 석유시장감시단이 주장한 '38원 더 많이 올렸다'는 금액과 같습니다.
하지만 비교시기를 한 주 더 늘리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국제시장 휘발유 가격을 2009년 12월 네째주(585원)부터 2010년 12월 네째주(736.35원)까지 비교하면 오름 폭은 1L에 151.35원입니다. 또 정유사의 공장도가격을 2009년 12월 다섯째주(643.73원)부터 2010년 12월 다섯째주(796.10원)까지 비교하면 상승 폭은 152.37원입니다.
국제시장 휘발유 가격 상승폭과 국내 정유사 공장도가격 인상폭의 차이는 1L에 1.02원에 불과합니다.
[출처=석유시장감시단 홈페이지]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에 올라온 주별 국제시장 휘발유 가격(1배럴)과 외환은행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을 곱해 이를 리터 단위로 환산한 것입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의 석유시장감시단은 '국내 석유시장 분석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있어 정부부처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석유시장감시단이 하필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달 13일 '주유소 등의 이런 행태가 묘하다'는 발언 바로 다음날 보도자를 통해 "정유사들이 휘발유 L당 38원 더 받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주유소가 묘하다"는 휘발유값 오해와 진실 http://blog.joinsmsn.com/n127/12012890 ).
분석 기간을 한 주 더 늘린다면(실제 국내 석유시장의 1년 동향을 비교하려면 한 주 늘리는 게 타당) 그 결과는 달라지는 데 석유시장감시단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요. 아니면 알고도 이를 애써 무시했을까요. 이에 대해 석유시장감시단은 "2010년 1월 첫째주(주유소 판매가격 기준)와 12월 마지막주를 비교하는 것이 우리의 비교분석 기준"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기름값 산정에도 비밀'이 있지만 그 계산법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는 셈입니다.
첫댓글 그렁데도 정부에서는 뭘하고 있었는지 몰겅네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