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허진호 감독, 드라마, 한국, 130분, 2026년
재판이다 테러위협이다 하도 극우와 보수가 빨갱이 선동하며 난리인지라, 오히려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이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는 이런 류의 영화를 보지 않을 관객들이 많이 찾아와 앉아 있었다.
과연 극우와 보수가 말하는대로 이 영화는 날조인가?
그러기에는 이 영화가 오히려 엄청 신중하게 잘 만들어졌다.
책임이 있다면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당시의 대통령경호실과 중앙정보부, 검사들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신속 종결했다는 점이다.
과연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을 맞바꿀만큼 상상을 초월한 악인일까? 이런 가정을 극우와 보수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박정희는 국부고 육영수는 국모인 신성불가침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극우정치인들이 이들을 선동하고 자극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자연스럽다.
솔직히 나도 박정희 대통령이 아무리 나쁜 독재자라도 설마 부인까지 희생시키는 계획을 세웠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절대권력의 속성상 상상을 초월한, 혹은 통제를 벗어난 기획이나 실수도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극우와 보수의 역린을 건드린 모양새다.
만약 박정희의 일대기를 꿈 많은 시골 소년에서 시작해,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만주군 장교로 독립군 때려잡던 시절과 여순항쟁의 배신을 거쳐 쿠데타와 정치적 억압, 살해, 경제적 근대화 업적과 영구독재를 위한 유신헌법과 암살까지 다룬다면 한 순수한 인간의 타락과 성공, 그리고 비참한 최후로서 엄청난 작품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찬양영화가 아닌 이상 이 또한 역사왜곡이라고 난리가 일어날 것이다. 그들에겐 역사를 미화하는 찬양 영화가 필요할 뿐이다. 성찰은 불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검찰, 경호실, 중앙정보부의 음모과 책임 회피, 그리고 정권의 정치적 활용을 위한 날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진실을 밝힐 수 없게 은폐한 사실만으로 음모론의 책임은 오히려 부패한 권력에게 있다. 이 사건에 대해 모종의 정치저 공작을 상상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오히려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시대극으로서 훌륭하다. 문세광 사건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직접적 연결한 것도 그런 점에서 허용가능한 범위였다고 생각한다. 독재정권의 암울한 시기 진실을 탄압하는 자와 진실을 드러내려는 자의 사투라는 점에서 좋은 구도였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보면, '의와 불의의 전쟁'을 강조하기 위해, 이순신과 준사의 대화 에피소드와, 준사가 참여한 웅치전투를 직접 연결하였다. 감독은 항왜 준사를 통해 의병전쟁으로서의 임진왜란의 성격을 이순신 장군의 정신성과 결합시키는 과감한 해석을 감행하였다. 그리고 임진왜란에서 전라도를 지키고 판세를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을 거의 같은 날 벌어진 웅치전투와 한산대첩을 병치함으로써 강조하였다. 극전체의 긴장감과 역사적 의미를 더욱 부각하였다. 물론 이를 보고 누구도 역사왜곡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절대정권의 이익과 관련하여 중앙정보부와 대통령경호실이 관여한 모종의 음모를 상상한 것, 그리고 문세광 사건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긴밀히 연결하여 사건을 구성한 것을 역사 날조라고 한다면 역사물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위 독재국가의 국뽕영화만 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난리는 영화를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여서라기보다, 다만 극우와 보수의 정치꾼들이 영화를 정치적 결집을 위한 먹잇감으로 삼은 탓으로 보인다.
여전히 이 영화는 한국의 현대사를 다룬 영화로서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 시놉시스 =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